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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리치-인사이드] 신격호 회장에게 제2롯데월드란?
뉴스종합| 2015-04-29 11:24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권남근 에디터]하도 논란이 많아서 지난주 일요일에 직접 한번 가봤다. 서울 송파구의 제2롯데월드 이야기다. 전문가적 진단보다는 ‘도대체 어떻길래’ 하는 생각에서다. 제2롯데월드는 초고층 롯데월드타워와 쇼핑몰 등이 있는 롯데월드몰로 구성돼 있다. 롯데월드몰은 지난해 10월 개장했다. 다만 아쿠아리움 누수현상, 영화관 진동 등으로 안전성 논란이 이어졌다. 어디서 들었는지 같이 간 초등학교 2학년 아들 녀석이 “위험하다고 하던데”라고 만류(?)할 정도니 시민들의 불안감 또한 짐작할 수 있었다. 

롯데월드몰 내에 적혀있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글귀

롯데월드타워는 100층 넘는 공사를 마치고 그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다. 길 건너 롯데백화점 앞 횡단보도에 서 있으면 반사되는 햇빛으로 눈이 부실 정도다. 공사 중인 롯데월드타워 대신 롯데월드몰에 들어가봤다. 개장당시 하루평균 10만명이던 방문객이 최근 6만명으로 줄었다고 한다. 하지만 주말이라 그런지 생각보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제2롯데월드 외관

프랑스 명품인 에르메스의 실크 스카프 프린팅 시연회장 주변에는 이를 구경하려는 이들로 붐볐다. 다만 명품업체가 들어선 에비뉴엘몰은 전체적으로 다소 한산했으며 아쿠아리움과 영화관은 아직 재개장 하지 않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8일 조만간 재개장을 고려한다고 밝혔다. 

에르메스의 실크 스카프 프린팅 시연회장

지하 1층을 걷다가 우연히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글귀가 눈에 띄었다. “언제까지 외국 관광객에게 고궁만 보여줄 수는 없다.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건축물이 있어야만 관심을 끌 수 있다”. 그 밑에는 ‘관광보국’(觀光報國)이라는 한자가 큼지막이 적혀 있었다. 내년 말 롯데월드타워가 완공되면 123층, 555m로 층수 기준 세계 4위ㆍ높이 기준 세계 6위의 건물이 된다. 롯데월드타워는 신 회장이 생전 꼭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도 내년 말 이곳으로 집무실을 옮긴다. 안전성 논란을 잠재우겠다는 생각도 있을 것이다.

명품업체가 입점한 롯데월드몰(에비뉴엘) 내부

‘관광보국’이란 단어가 좀 낯설게 느껴지긴 했지만 예전 기업인들에게 ‘보국’은 자주 언급됐다. 이병철 삼성그룹 선대 회장은 ‘사업보국’을 경영철학으로 삼았다. 이 회장은 1976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보에서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과연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지를 잘 알고 있을 때 가장 행복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다행히 나는 기업을 인생의 전부로 알고 살아왔고, 나의 갈 길이 사업보국(事業報國)에 있다는 신념에도 흔들림이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기업은 이익추구가 기본목표이기도 하지만 기업인의 또다른 신념이 더해지면 한차원 높게 승화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제2롯데월드가 꼭 성공했으면 한다. 신 회장의 ‘관광보국’이 실현됐으면 하는 기대감 때문이다. 제2롯데월드 안전관리위원회가 28일 안전조치를 마쳤다고 했지만 점검과 후속대책은 철저해야 한다. 초등학생의 불안감까지도 없애줘야 한다. 의심할만한 문제가 생기면 여과없이 드러내 설명하고 문제가 있으면 고쳐야 한다. 의혹은 증폭되기 마련이고 막연한 공포감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마침 5월 초는 중국 노동절 연휴와 일본 골든위크가 몰려 있다. 최근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 유커(遊客)의 씀씀이는 줄어들고 있다. 엔저 여파로 한국보다 일본으로 가는 중국인들이 더 많다고 한다. 한국에 오는 일본인 관광객은 더욱 줄어드는 추세다. 

중국과 일본에도 즐비한 마천루가 한국에 하나 더 생긴다고 관광객이 급증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랜드마크로서 스토리만 잘 입히면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트빌딩’이나 대만의 ‘101타워’처럼 색다른 볼거리가 될 수 있다. 1년 전 ‘돈먹는 하마’, ‘해괴한 우주선’이라며 비판받던 동대문 디자인플라자(DDP)도 문을 열자 1년에 800만명이 찾는 관광명소가 됐다. 한국 사회가 ‘보신’(保身)으로 시끄러운 상황에 ‘보국’을 기치로 하는 사업이 제대로 성과를 내길 바란다. 

happyd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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