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 가정의 달 5월의 첫 주말. 어린이날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어린이날이 다가오면서 아이들이 갖고 싶어하는 선물을 준비하려는 부모들의 고민도 커져가지만 아이에게 가장 주고 싶은 선물을 꼽으라 한다면 무엇보다 아이의 건강일 것이다. 소중한 아이, 그러나 바쁜 일상에 쫓기다 보면 마음만큼 아이의 건강을 챙기기란 쉽지 않다. 어린이날을 맞아 아이의 성장관리에 관해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 소아정형외과 박수성 교수의 조언에 귀기울여보자.
▶정상적인 성장 발육 속도 알기=임신이 되는 순간부터 완전한 성인이 되기까지 아이들은 지속적으로 성장한다. 물론 각각의 시기에 따라 눈에 띄게 쑥쑥 성장하기도 하고 조금 더디게 성장하기도 한다. 태어나서 가장 많이 자라는 때는 출생 시부터 만 2세까지의 시기이다. 이 시기에는 1년에 키가 약 10~25㎝까지 자란다. 2세를 지나 사춘기 이전까지 성장 발육 속도가 다소 주춤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그래도 1년에 평균 약 5~6㎝ 정도씩은 자라게 된다. 그러다가 성장 속도가 다시 빨라지는 게 사춘기의 시작인데 보통 여아의 경우 11세, 남아의 경우에는 약 13세경에 사춘기가 시작된다. 2차 최대 성장 시기는 여자아이의 경우 11~13세, 남자아이의 경우 13~15세 사이이며 그 이후 팔다리의 성장은 서서히 멈추게 되고 주로 몸통에서의 성장만 하다가 16~18세 이후에는 차츰 모든 성장이 멈추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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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판 자극으로 키 ‘쑥쑥’=성장호르몬은 뇌하수체 전엽에서 분비되며 뼈의 성장뿐 아니라 지방을 분해하고 단백질을 합성하는 작용을 한다. 결국 성장호르몬을 많이 분비하게 하는 것이 아이의 건강한 성장을 돕는 길인 셈이다. 환경적 요인에 따라 이 성장호르몬은 많이 분비되기도 하고 적게 분비되기도 한다. 분비된 성장호르몬이 아이의 키 성장에 쓰일 수도 있고 다른 곳에 쓰일 수도 있다. 균형 잡힌 영양 섭취, 충분한 수면, 즐거운 마음가짐, 규칙적인 운동, 건강한 신체 등이 성장호르몬 분비를 촉진시킴과 동시에 성장에 집중시키는 역할을 한다. 반면, 불균형한 영양 섭취, 과식으로 인한 비만, 정신적 스트레스, 부족한 수면, 운동 부족, 질병 등은 성장호르몬의 분비를 저해하고 성장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성장호르몬은 만 55세 정도까지 분비되지만 성장은 성장판이 열렸을 때만 가능하다. 성장판은 성장기 아이의 뼈 중 팔이나 다리뼈의 끝 부분에 주로 위치하고 있으며 뼈세포를 스스로 만들어내 팔이나 다리뼈의 길이를 길어지게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키를 자라게 하는 곳이다. 하지만 성장판이 알아서 척척 자동으로 아이의 키를 크게 하는 것은 아니다. 성장판은 몸을 움직이는 활동을 통해 어느 정도의 자극을 받아야 뼈의 성장을 촉진하여 키를 크게 한다. 그래서 적당한 강도의 규칙적인 운동이 아이의 성장에 있어 필수적인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성장호르몬, 오후10시부터 새벽2시 최대=‘한참 키가 자랄 때는 하루 밤에도 3㎝씩 자란다’는 말이 있다. 조금은 과장된 말이지만 그만큼 수면이 골격 성장에 큰 도움을 준다는 말이다. 실제로 성장호르몬 하루 분비량의 약 60~70%가 오후 10시부터 새벽 2시 사이에 분비된다고 하니 10시 이전에 잠자리에 드는 것이 아이의 성장에 좋다. 아이들이 늦게 잠자리에 드는 이유 중 대부분은 부모의 생활습관을 닮기 때문이다. 밤늦게 잠자리에 드는 아이는 키 성장을 위한 황금시간대를 놓치게 되는 꼴이 되니 일찍 잠자리에 들 수 있도록 부모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보통 2~3세 아이들의 경우 하루 12~14시간 정도의 수면이 필요하고 4~6세 사이의 아이들은 11~12시간, 7세 이후는 매일 적어도 9~10시간의 수면시간이 필요하다. 몸이 아파 밤에 잠을 잘 못 잔다든지 스트레스로 인해 잠을 설치게 될 경우 당연히 성장호르몬 분비가 억제돼 성장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한편, 아이들의 심리적 상태도 성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아이들이 어떤 이유로 인해 심리적으로 심한 압박을 받는 상황에 놓이게 되면 뇌하수체로부터의 호르몬 조절 능력이 떨어지고 성장호르몬의 분비가 저하되어 성장 속도가 늦춰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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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비만 주의=어릴 때 통통했던 아이가 커서도 통통한 경우가 적지 않다. 어릴 때 살이 찌는 것은 지방세포의 ‘수’가 늘어나는 것이다. 이것은 지방세포의 ‘부피’가 커지는 성인의 비만과는 매우 다른 현상이다. 한 번 늘어난 지방세포의 수는 다이어트를 하더라도 그 수를 줄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소아비만은 나중에 다시 살을 찌우기 위한 공간이 이미 준비돼 있는 것이므로 언제라도 살을 찌우게 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시한폭탄’ 같은 것이다.
실제로 소아비만이 성인비만으로 이어질 확률은 60~80%로 매우 높은 편이다. 그러므로 이 시기에 미리 예방을 해 지방세포의 숫자가 늘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턱대고 열량을 조절하는 방법은 자칫 잘못하면 아이의 성장이나 신체 기능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따라서 건강하고 올바른 다이어트로 성장을 뒷받침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비만일 경우 성장호르몬이 지방을 태우는 데 집중적으로 쓰이게 되니 성장이 더딜 수밖에 없다. 과다하게 쌓인 지방은 성호르몬의 분비를 자극시키는 역할도 한다. 비만인 아이들이 2차성징이 빠른 것도 그런 이유이다. 따라서 운동과 식사조절을 통해 내 아이의 지방을 줄여주는 것만으로도 키가 자랄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
▶영양 섭취는 골고루=키를 크게 하는 보약이나 보조제는 대개 효과도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을 뿐더러 이러한 약에 지나치게 의존하다가는 훨씬 더 중요한 건강한 생활습관을 잃을 수 있다. 성장을 원활하게 하고 키를 크게 하기 위해서는 음식을 고르게 먹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되 그 영양소를 정성이 가득 든 음식으로 섭취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즉석식품이나 외식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건강한 먹거리를 준비해주는 것만으로도 아이에게 ‘건강’이라는 엄청난 재산을 줄 수 있다. 아이들의 식탁을 돌보는 것, 즉 균형 있는 영양섭취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내 아이의 키 쑥쑥, 몸 튼튼 전략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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