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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파동이 남긴 과제…기금 고갈사태 막으려면 보험료 인상ㆍ부과방식 전환 등 사회적 합의 필요
뉴스종합| 2015-05-07 08:26
[헤럴드경제=최남주 기자]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던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이 7일 국회 본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불발됐다. 공무원연금법을 개정하면서 무리하게 국민연금까지 끌어들인 게 화근이라면 화근이다. 정치권은 공무원연금법을 개정하면서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높이고 공원연금 재정 절감분 20%를 공적 연금 제도 개선에 활용하는 내용의 공적연금 강화 방안을 내놨었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은 이달 중순 임시국회로 넘겨져 다시 논의되는 등 제2라운드를 맞게 된다. 하지만 이번 국민연금 파동은 국민연금이 최소한의 노후소득 보장을 할 수 없다는 사실부터 기금고갈을 막기 위해선 보험료 인상과 보험료 부과 방식의 전환 등 우리 사회가 앞으로 풀어야할 여러가지 과제를 남겼다. 


▶소득대체율 50%…정부와 야당의 다른 해석 왜?=국민연금 명목 소득대체율 50% 인상 논란의 쟁점은 누가 어느 정도의 부담을 더 짊어지느냐였다. 소득대체율은 지금껏 내리막길만 걸었다. 1997년과 2008년 두 차례에 걸친 연금개혁으로 애초 70%였던 소득대체율은 60%로, 다시 40%로 크게 떨어졌다.

게다가 전체 국민연금 수급자의 실질 소득대체율은 20% 안팎으로 명목 소득대체율의 절반에 불과할 만큼 현저히 낮다. 국민연금만으론 은퇴 전 경제활동 당시 벌어들인 생애 평균소득의 5분의 1 정도만 충당할뿐, 최저 생계비를 겨우 웃도는 소득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용돈연금이란 말이 나온 이유다.

여야는 이처럼 국민의 최소 노후 보장장치로서 공적연금이라고 부르기도 부끄러울 정도로 추락한 소득대체율을 정상화하는데 호흡을 맞췄다. 야당은 이렇게 소득대체율을 10%포인트 올리더라도 부담은 그다지 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복지부가 야당의 주문을 받아 계산해서 국회에 제출한 재정추계 자료를 보면, 보험료율을 9%에서 10.01%로 단지 1.01%포인트만 올리면 기금고갈 예상 시점(2060년)을 앞당기지 않고도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릴 수 있다. 직장가입자의 보험료는 사업장과 직원이 절반(4.5%)씩 나눠서 내기에 실제 개인부담은 0.5%포인트만 늘어날 뿐이다.

보건복지부의 주장은 야당과 차이가 있다. 복지부는 공론화 절차 없이 무턱대고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면 국민이 내야 할 현행 9%인 보험료율이 최소 15.1%에서 최대 18.85%로 지금보다 배 가까이 뛰면서 미래세대에 큰 부담을 전가하게 될 것이라며 반대했다.

이같은 복지부의 주장은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는 게 연금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복지부의 주장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다. 다만, 쌓아놓은 기금의 규모와 고갈시점을 달리 잡아 계산했다. 복지부가 소득대체율 50% 인상에 필요한 최대 보험료율이 18.85%라고 한 것은 순전히 소득대체율 50% 인상에 들어가는 보험료뿐 아니라 기금고갈 예상 시점을 2060년에서 2100년 이후로 늦추고, 여기에다 2083년에 17년치의 연금을 나눠 줄 수 있는 기금을 적립하는 데 들어가는 보험료를 모두 합친 수치다.

이 경우 2083년에 국내총생산(GDP)과 대비한 적립기금의 규모는 140.5%에 달한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큰 연기금을 축적한 일본도 GDP 대비 30%를 넘긴 적이 없다.

복지부의 주장대로 현행 40%의 소득대체율을 유지하더라도 2100년 이후에도 기금을 소진하지 않으려면 17년치의 적립금을 보유하려면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5.85%로 올려야 한다. 소득대체율 변화와 상관없이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현행 9% 보험료율로는 2060년께 기금고갈이 불가피하다.

▶연금고갈 막으려면…보험료 인상 & 부과방식 전환?=국민연금 기금은 올해 500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에 달하는 금액이다. 기금은 2043년 2561조원(2010년 불변가격 1084조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내리막길을 걷다가 2060년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기금 고갈을 막을 해법은 있다. 국민연금 같은 공적연금을 운영할 때 보험료를 거둬 연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은 적립방식과 부과방식 등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적립방식은 상당한 금액의 기금을 일정 기간 차곡차곡 쌓고 그 기금을 주식이나채권 등 금융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올려서 연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우리의 국민연금은 부분 적립방식으로 운영중이다.

부과방식은 매년 근로자가 연금급여로 지급할 비용을 부담하는 방식이다. 그 해필요한 연금재원을 후세대한테서 그때그때 보험료로 걷어 현세대에게 지급하는 방법이다. 미국, 독일, 스웨덴, 일본, 캐나다 등 연금 역사가 긴 선진국의 경우 초기엔 한국처럼 적립방식으로 운영하다 기금이 줄면서 부과방식으로 전환했다.

이처럼 많은 선진국이 오래전부터 거의 기금 없이 연금제도를 운용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연금지급에 큰 문제를 겪지 않았다.

기금소진으로 연금을 받지 못할 것이란 두려움과 우려가 있지만, 결코 연금지급이 중단되는 사태는 발생할 가능성이 없다.

비록 기금이 바닥나더라도 사회적 대타협을 거쳐 부과방식으로 바꾸면 연금기금의 중요한 재원인 보험료가 계속 들어오고 자연스럽게 적립기금이 쌓이는 등 재정적 안정을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국민연금 적립배율은 28.1배로 일본(후생연금 3.8배, 국민연금 2.8배), 스웨덴(1배), 미국(3.3배), 캐나다(4.8배)보다 훨씬 많다.

또 다른 해결책은 보험료를 조기에 인상하거나 최후 보루인 세금을 투입해 기금고갈 예상시점인 2060년부터 지출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방법이다. 선택은 하나다. 보험료율을 언제 얼마나 올릴 것인지, 국고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등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국민연금 선진국들도 이같은 문제를 경험했다. 선진국이 연금제도를 100년 넘게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무수한 사회적 타협이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국민연금연구원 관계자는 “우리 사회가 그런 사회적 타협을 도출하지 못하면 사회적 합의로 유지되는 사회보험제도인 국민연금은 파산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며 “기금고갈 전에 사전 재원확보 노력을 얼마나 기울이느냐에 따라 미래의 연금재정 상태는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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