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프리즘-윤재섭]메르스가 발목잡은 한국경제
뉴스종합| 2015-06-04 11:03
산업계에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뭐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일이 없다’고 하소연이다.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가 불 난 데 기름을 부었다. 항공, 관광, 숙박, 유통, 식ㆍ음료업계는 당장 한여름에 된서리를 맞았다며 아우성이다. 방한예정이던 중국 관광객 수 천명이 여행일정을 취소하고, 내국인들의 나들이 계획은 물론 대형행사 마저 취소 통보가 쇄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 540여곳은 벌써 임시 휴업을 단행했다. 한 대기업은 신입사원 수련회 일정을 잠정 보류하기도 했다. 이것으로 그친다면 좋으련만 문제는 이게 시작일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메르스 확진 환자수는 계속 불어나는 추세이고, 3차 감염자 역시 속출하고 있다. 오산 공군기지 안에서도 감염자가 확인됐다. 사태가 언제쯤 진정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내수회복이 더딘 가운데 올 들어 수출은 5개월째 뒷걸음쳤다. 더욱이 지난 5월 수출은 두 자릿수 감소율을 보였다. 수출은 내수부진을 만회해 줬던 우리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그런 수출이 삐걱대는 건 세계경기 부진에 엔저가 겹친 탓인데,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결국 우리경제를 떠받치려면 내수를, 바로 소비를 살리는 길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한데 메르스가 다시 발목을 잡는 형국이니 산업계가 울분을 토할 만도 하다.

사정이 이렇지만 정부 고위관료들은 대책을 마련한답시고 모인 자리에서 시중에 떠도는 괴담문제를 제일 먼저 꺼냈다. 인터넷과 쇼셜네트워크서비스(SMS)에서 확인되지 않은 루머가 확산되는 것을 가장 걱정하는 듯 했다. 하지만 정말 우려스러운 건 정부의 늑장대처와 안일한 상황인식이다. 정부는 메르스 확진 환자가 25명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확산 방지 긴급대책반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첫 의심환자 신고를 받고도 36시간이나 뭉갠 것이 보건당국이다. 병원의 의심신고에도 ‘다른 검사나 해보라’고 딴청을 피웠다. 이상증상을 호소하며 격리를 요청한 환자를 돌려보내고, 감염자가 중국으로 건너가도록 방치한 것도 보건당국이다. 정부가 정말 걱정해야 할 것은 괴담 같기만 한 이러한 부끄러운 진실이 아닐까.

서울 시내 곳곳에 수백 개 객실을 갖춘 호텔을 수십여 곳 세운들 무슨 소용일까. 수천억 원, 수조 원을 투자해 서울 시내 한복판에 대형 면세점을 건설한들 또 무슨 덕을 볼 수 있을까. 중국 관광객들이 발길을 끊는다면 말이다. 유령의 건물이 될 뿐이다.

안타깝게도 메르스 초동대응 실패로 한국의 이미지는 실추됐다. 한국을 ‘무책임한 메르스 오염지역’으로 평가절하하는 외신보도가 잇따른다.

지금 우리경제는 위기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국면에 처해 있다. 준 전시상황이라 해도 무방하다. 전쟁에 패한 자는 용서해도 경계에 실패한 자는 용서하지 않는 게 전시 원칙이다. 초동대응 실패로 위기를 가중시킨 당국자는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
 
is@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