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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불신 팬데믹②]“병원 명단 공개, 안 하는 것 아니라 몰라서 못한다?”
뉴스종합| 2015-06-04 11:29
[헤럴드경제=이지웅 기자] 정부가 메르스 관련 병원 명단을 대중에게 공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재(再)확인한 가운데 이에 대한 갖가지 추측이 난무하면서 정부 신뢰만 산산히 깨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3일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병원, 환자가 다녀간 병원, 메르스 국가 지정 격리병원 등 메르스 관련 병원을 일반 국민에게 일절 공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메르스 공포가 점점 커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내 한 병원의 마스크를 쓴 손님들이 지나가는 풍경에선 극도의 긴장감도 느껴진다. 메르스를 예방하기 위해선 손 씻기 등 원칙에 충실한 개인 위생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

청와대는 그 이유로 병원을 공개할 경우 환자를 안전하게 치료하고 있는 병원을 기피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었다.

그러나 공개 불가 방침에 대한 반론은 여전히 비등한 상황이다.

SNS 등에서 최소 4개 버전 이상의 ‘메르스 병원’ 명단이 떠돌고 있는 데 대해 보건의료노조 한미정 사무처장은 “다른 정보는 몰라도 과거 무방비 상태에서 환자가 접촉한 병원, 지역명은 명확히 공개해야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명단 공개 시 병원 기피 우려에 대해 한 사무처장은 “환자 방문 뒤 문제 없는 병원은 문제가 없다고 정부 이름으로 명확히 알려주면 된다. 그게 정부의 책임있는 자세”라고 말했다.

복수의 의료계 관계자들은 현재 유포되고 있는 병원 명단의 약 70%는 메르스 관련 병원이 맞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그러나 누락된 병원도 있고, 전혀 아닌 병원도 섞여 있기 때문에 현재로선 애꿎은 병원만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명단에 나온 A 병원은 이 명단을 게시했던 B 병원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명단 공개 불가 방침에 대한 설득력이 떨어지다 보니 정부의 방침에 대한 온갖 추측이 쏟아지고 있다.

보건ㆍ의료계 한 관계자는 “병원 간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메르스 병원이 공개되면 손님이 끊겨 문을 닫을 수 있다는 병원 업계의 우려를 정부가 감안해주고 있다는 것이 의료계의 중론”이라고 전했다.

한 중앙부처 공무원은 정부의 명단 공개 불가 방침은 ‘정무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잘못된 세월호 전원 구조 발표로 치명타를 입었던 정부가 이 ‘학습효과’로 인해 병원 명단과 감염 경로 등의 공식 발표를 꺼리는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발표했다가 부정확한 것으로 드러나면 역풍을 맞을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부처 한 공무원은 “정부가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정부도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공개를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의 한 대형병원 의사가 지난 2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으나 정부의 3일 집계 현황 발표에는 누락됐던 점 등이 이 가능성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한편, 보건의료노조는 병원 명단 등의 비공개 방침으로 국민과 의료기관에 정부 신뢰가 바닥난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2009년 신종플루 때 공공병원인 서울대병원이 환자를 거부했다가 언론과 정부 압력에 병원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환자를 치료했었는데, 이번에도 정부가 어떤 강제 조치를 명령하려면 신뢰를 갖고 있어야 하는데 그 신뢰가 지금 바닥이라는 것이다.

plat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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