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 부용지에 눈이 내린다. 사슴 두 마리가 뛰어 논다. 한국화가 사석원(56)은 서양화의 재료인 유화를 동양화 붓에 발라 작업했다. 작가는 “달은 CCTV 같다”면서 “궁 안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작가 역시 달이 뜨면 작업을 시작해서 달이 지면 작업을 끝낸다고 했다. 할 일 많고 할 말 많은 달밤, 조선 궁궐의 옛 이야기를 화폭에 옮겼다. 정조와 고종의 이야기도 차용했다. 그의 궁에는 사슴 뿐만 아니라 호랑이, 사자, 부엉이에 십장생 동물들까지 환생했다. 모두 궁의 이야기를 기억하는 영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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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 부용지 설경4, 2015, Oil on canvas, 130.3x193.9㎝ [사진설명=가나아트] |
사석원의 개인전이 가나아트센터(종로구 평창동)에서 12일 개막한다. 작가로선 3년 만의 전시이며, 가나아트로선 올해 들어 처음 여는 개인전이다. 전시 타이틀은 ‘고궁보월(古宮步月) : 옛 궁에서 달 그림자를 밟노라’. 강렬한 색채와 대담한 붓질에서 수묵화 같은 정경으로 이어지는, 서양화와 동양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회화 작품 40여점을 볼 수 있다. 7월 12일까지.
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