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국립현대미술관장 자리놓고 ‘진흙탕 싸움’ 번지나
라이프| 2015-06-10 16:01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자신과 밀접한 존재들과는 한 몸이 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는 굉장한 불신을 갖는다. 내 편이 아닌 사람을 수용하지 않는 것이다. 문체부에 존재하는 사이코패스(Psychopath)들이 그런 사람들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산하기관장 인사 잡음이 결국 난장(亂場)으로 얼룩지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장 최종 후보였던 최효준(63) 전 경기도미술관장이 극언을 토해냈다. 전날 문체부가 국립현대미술관(김정배 기획운영단장ㆍ관장 직무대리) 새 관장 공모 결과 적격자가 없어 재공모하겠다고 발표한 지 하루만에 정면 반발을 하고 나섰다. 

명동 한 카페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연 최효준 전 경기도미술관장. 사진=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최 전 관장은 10일 ‘누가 부적격을 말하는가’라는 주제 하에 서울 명동의 한 카페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갖고 ‘코퍼릿 사이코패스(Corporate psychopath)’라는 단어를 인용하며 문체부를 향해 극렬 비판을 쏟아냈다.

최 전 관장은 “2년 전 어느 전문가가 ‘코퍼릿 사이코패스’라는 글을 쓴 적이 있었다. 자기 권력의 확대만을 일관되게 추구하는 이들 때문에 금융위기가 초래됐다는 내용이다. 결국 이 같은 사람들이 조직을 무너지게 만든다”면서 “현 인사난맥을 보면 이 코퍼릿 사이코패스를 판단하는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 (문체부 장관은) 문화기관 수장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전 관장은 인사혁신처의 판단을 문체부가 번복한 것에 대해 불만을 쏟아냈다. 그는 “인사혁신처에서 내린 전문적인 판단과 결정은 해당 부처에서 존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사혁신처는 지난 4월 역량평가 이후 나를 최종 적임자로 문체부에 통보했다고 들었는데 문체부는 이후 두달 동안 여론 수렴이라는 모호한 과정을 진행하다가 이유도 알려주지 않고 부적격 통보를 해 왔다”면서 “나에 대한 의문점이 있다면 마땅히 나를 불러 끝장 면접이라도 했었어야 하는데 해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전 관장은 또 문체부가 자신에게 후보 사퇴를 종용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최근 문체부 관계자가 자신에게 자진 사퇴하실 생각은 없습니까라고 물으며 종용했다”면서 “나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대화 과정을 녹취했다. 원한다면 녹취 내용을 들려줄 의향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체부는 반박자료를 통해 “후보자가 주장하고 있는 사퇴 압력은 사실이 아니다”며 “다만 사전통보 대화의 과정에서 적격자 없음으로 발표될 경우 후보자 스스로 경력 훼손을 우려해서 스스로 사퇴하는 방법도 논의한 바는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인사혁신처는 공모에 지원한 15명에 대한 서류심사, 면접, 고위공무원단 역량평가 등을 실시하고 문체부에 최종 후보를 통보한 바 있다. 미술계에서는 최 전 관장과 함께 미술평론가 윤진섭(61)씨를 국립현대미술관장 최종 후보로 거론해 왔다. 그러나 윤진섭씨는 “역량 평가 이후 문체부로부터 어떠한 내용도 통보받은 게 없다”고 말했다. 사실상 국립현대미술관장 최종 후보 1인은 최 전 관장이었던 셈이다.

이로써 올해 1월말 관장 자리를 놓고 공모를 시작, 5개월 가까이 끌었던 공모 과정이 무위로 돌아가게 됐다. 국립현대미술관장 자리는 지난해 10월 정형민 전 관장이 학예사 채용 비리 연루 문제로 직위해제된 뒤 8개월째 공석인 상태다.

한편 관장 공석이 장기화됨에 따라 국립현대미술관 측도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정윤정 국립현대미술관 홍보관은 “관장 임용 관련해서는 인사혁신처와 문체부가 주도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면서 “내부 동요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획된 여러 사업들을 차질없이 추진해가고 있고, 실질적으로 올해 전시에 대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장 없는 국립현대미술관은 올해 들어 흥행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정 홍보관은 “올해 관람객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배 정도 늘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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