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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 다이어트 ‘바람’
뉴스종합| 2015-07-01 11:41
원빈·이나영 민박집 결혼계기…“부모님께 손벌리지 말자”
수백만원 스튜디오 촬영포기…식장은 저렴한 지자체홀서
하객도 최소인원만 초대


최근 결혼한 A(31ㆍ여) 씨는 예식 준비와 ‘스ㆍ드ㆍ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상견례 등에 총 600만 원 가량을 썼다.

결혼식 준비를 시작하면서 “절대 부모님게 손 벌리지 말자”는 다짐했고, ‘저가 웨딩’을 위해 수십만 원의 스튜디오 촬영을 과감하게 포기했다.

예식장은 평소 예쁘다고 생각했던 성당에서 진행한 탓에 대여료가 들지 않았고, 드레스는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6만 원 가량에 구입해 두고두고 기념할 만한 날에 입을 수 있는 것으로 골랐다. 


커플링 역시 화려한 보석 대신 의미있는 반지를 60만 원에 맞췄다.

A씨는 “초대해야 할 손님이 많아 작은 결혼식을 하는 데 부모님의 반대가 있긴 했지만 양가 어른들에게 부담을 주고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부모의 눈물로 웨딩마치를 올리던 시대는 끝났다?’

최근 젊은 커플들 사이에서 결혼식의 거품을 빼는 대신, 신혼여행이나 내집마련에 투자하는 실속파가 늘고 있다. 한 신혼부부가 가족ㆍ친지의 축하를 받으며 결혼식을 올리고 있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최근 연예계 대표 커플인 원빈ㆍ이나영 씨가 ‘민박집 결혼식’에 용기를 낸 2030 커플들 사이에서 거품을 확 뺀 ‘작은 결혼식’이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셀프 웨딩’으로 결혼 비용을 최소화해 신혼여행이나 내집마련에 투자하는 실속파도 늘고 있다.

하지만 웨딩 다이어트로 실속을 차리는 젊은 세대와 달리 부모 세대는 기존의 결혼 방식을 고집해 세대간 갈등의 불씨가 되기도 한다.

▶소규모 하객, 셀프 ‘스드메’=일반 결혼식 비용은 평균 2000만원선이다. 반면 작은 결혼식은 500만원선에서 1000만원 내외까지, 그야말로 ‘발품팔기 나름’이다.

작은 결혼식의 핵심은 ‘소규모 하객’과 ‘저렴한 비용’이다. 기존의 예식장은 대개 최소 보증인원이 200~300명에 이르기 때문에 가족, 친지 뿐 아니라 오래도록 연락하지 않던 지인들까지 부르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작은 결혼식을 위한 예식홀은 규모상 ‘정말 나를 축하해줄 수 있는’ 인원만 부를 수밖에 없다.

대개의 홀 대여료는 무료 아니면 저렴한 비용이며, 기존 예식장에서 볼 수 있는 1000만 원이 넘는 ‘꽃장식’도 없다.

최근 서울 시민청에서 결혼한 곽모 씨 커플은 예식 및 피로연 등을 총 1010만원에 해결했다. ‘결혼식은 정갈하게, 피로연은 마을 잔치처럼’이라는 확고한 기준을 세워 피로연에 700여만원을 투자했다. 예식은 상대적으로 간소하게 치렀다.

곽 씨 커플처럼 지자체를 통해 예식장을 잡거나 일반 레스토랑을 빌릴 시에는 홀 대관료를 상당부분 절감할 수 있다.

시민청의 경우엔 대관료가 6만6000원이며, 나머지 지자체도 무료거나 최대 2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또한 작은 결혼식을 준비하는 예비부부는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스드메’ 패키지를 과감히 포기한다. 청담동의 유명 스튜디오, 드레스숍에서 한 번 입어볼 때마다 3만 원을 내야하는 드레스투어 대신 등을 투어하는 대신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자신에게 어울리는 드레스를 스스로 찾는다.

인위적인 표정의 스튜디오 촬영도 포기하고, 카메라 하나만 짊어지고 여행을 떠나 결혼사진을 촬영하며 추억을 쌓는다.

▶서구식 결혼문화에 익숙한 세대…부모세대와 갈등도=결혼에 많은 비용을 들이는 이유는 단지 관습 때문이다.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듀오웨드’가 최근 2년 이내에 결혼한 신혼부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신혼부부 중 절반에 가까운 45.8%는 ‘고작화된 결혼절차’ 대문에 불필요한 결혼절차를 축소, 생략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또한 ‘주변의 이목과 체면’ 때문이라고 답한 사람도 33.6%에 달했다.

하지만 최근 일부 유명 연예인들 사이에서 ‘작은 결혼식’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용기를 내는 젊은 세대들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00년대 초반 대학에 다니며 당시 유행하던 유럽여행 등을 통해 서구식 결혼문화에 익숙해진만큼 ‘일생에 한 번인 결혼식 날을 의미있게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실천하려 한다.

작은 결혼식을 주관하는 서울 시민청 관계자는 “결혼을 원하는 사람들의 경쟁률은 3대 1 정도로 2013년 처음 시작했을 때보다 지난 해와 올해 인기가 많아지긴 했다”며 “최근에는 수치보다도 실제 개성있게 자신만의 의미있는 예식을 하려는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결혼식이 항상 행복하기만한 것은 아니다. 기존의 결혼식에 익숙한 부모세대를 넘어서지 못하는 자녀들은 할 수 없이 큰 빚을 지고서라도 예단, 예물이 포함된 ‘호화 결혼식’을 할 수밖에 없다.

박수경 듀오웨드 박수경 대표는 “결혼의 허례허식을 줄이는 것은 혼례 비용 절감 차원을 넘어 결혼의 참된 의미를 깨닫고 준비할 수 있는 진정한 자립 결혼”이라며 “후회 없는 결혼이 되기 위해서는 남의 이목에 휩쓸리지 않는 소신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지혜ㆍ박혜림 기자/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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