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막장 치닫는 與…김태호 3번째 劉 사퇴요구, 김무성 “회의 끝내” 폭발
뉴스종합| 2015-07-02 10:37
[헤럴드경제=유재훈ㆍ김상수ㆍ김기훈 기자]새누리당의 2일 최고위원회의는 ‘막장 드라마’의 한 편을 보는 듯했다. 국정운영의 중심은커녕 아군을 향해 칼을 겨누고, 막말도 서슴지 않는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을 연출했다.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를 계기로 박근혜 대통령의 유승민 원내대표 ‘찍어내기’ 시도가 빚어낸 파열음은 걷잡을 수 없는 국면을 만들고 있으며, 계파간 파워게임으로 ‘민생’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태호 최고위원이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를 재차 촉구하자 김무성 대표가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저 개XX 김태호…”, 與 최고위 파행=위태위태했던 새누리당 최고위원들은 이날 선(線)을 넘고 말았다. 전날 김무성 대표 주재의 비공개 최고ㆍ중진연석회의에서 ‘유승민 거취’에 대해 결론을 내지 못해 ‘휴지기’에 들어간듯 했지만, 결국 터질 게 터진 것이다.

시발은 김태호 최고위원이었다. 그는 “개인적으로 유 원내대표를 존경하지만 매일 이런 아픈 얘기를 하는 것이 고통스럽다”면서 “개인의 자존심, 명예도 중요하고 권력의지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 정권의 안정”이라며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했다. 공식 회의석상에서만 세번째(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당일ㆍ29일 평택 최고위원회의 포함)다. 그가 ‘유승민 때리기’를 연거푸 하는 건 친박계와 교감 속에 보폭을 맞추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김태호 최고위원의 발언을 듣던 원유철 정책위의장이 폭발했다. 원 의장은 그간 이 사안에 대해 사견(私見)을 내지 않았던 인물이다. 그는 지난달 29일 유 원내대표 거취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거론, “최고위를 한지 3일 밖에 안됐는데, 일주일이 지났나 열흘이 지났나, 일주일을 못 기다리나”라며 “유승민 (원내)대표보고 ‘그만둬라’라고 계속 얘기하는 것이 도저히 이해가 안간다.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당을 위해 무슨 도움이 되고 유승민 대표가 합리적 결정하는 데 무슨 도움이 되겠나. 본인이 합리적이고 신중하게 여러 가지로 판단해서 결정할 수 있도록 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역지사지’라는 말이 있지 않나”라고도 했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참지 못했다. “한 말씀 드리겠다”고 했다. 그러자 좌장이었던 김무성 대표가 “그만해”라고 제지했다. 김 최고위원은 “잘못 전달되면 안된다”고 했으나, 김 대표는 “회의 끝내겠다. 회의 끝내”라고 하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김 최고위원이 “대표님 이렇게 할 수 있습니까”라고 하자, 김 대표는 “마음대로 해”라고 하고 회의장 밖으로 나갔다. 그가 최고위 도중 퇴장하는 건 처음이다.

통상 1시간가량 진행되는 회의는 30여분만에 중단됐다. 그러나 여진은 이어졌다. 이인제 최고위원이 김태호 최고위원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김 최고위원은 “사퇴할 이유를 모르겠다고 하니까 얘기하는 것 아니냐. 분명한 이유가 있는데 당을 이렇게 어렵게 만드는데…”라고 했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김 최고위원의 팔을 잡고 발언을 제지하려 했다. 그러자 김학용 의원은 회의장을 나서며 혼잣말로 “그만해 김태호 이 개XX가”라며 욕설을 했다.

김 최고위원은 회의 직후 기자들에게 “최고위에서 본인이 시간을 달라고 했으면 기다려줄 수 있다. 사퇴할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기 때문에 이게 계속되면 안된다는 말씀 드린 것”이라고 했고, 김무성 대표가 회의를 중단한 데 대해선 “굉장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진노한 김무성 대표는 회의 중단 직후 측근을 통해 “사태를 어떻게든 수습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공개, 비공개회의에 대한 의미도 모르고 그런 말들을 하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유감”이라는 말을 전했다.

▶총선 앞둔 靑ㆍ親朴ㆍ非朴 헤게모니 싸움=여당의 이같은 지리멸렬은 박 대통령의 중심으로 한 친박과 이에 맞서는 비박간 내년 총선 공천권을 둘러싼 힘겨루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내 소수인 친박이 ‘유승민 정국’을 발판삼아 당 운영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계산에 따라 일부 ‘친박 돌격대’가 유 원내대표 사퇴를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국정 파탄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당청관계의 불협화음의 배경엔 박 대통령의 제왕적 스타일이 자리하고 있다는 해석도설득력을 얻고 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과거 문민정부나 DJ정부의 김덕룡, 박지원처럼 당과 대통령 사이의 협력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가교 역할을 맡았던 분명한 루트가 존재했다”면서 “하지만 현재 여당의 친박계를 살펴보면 당과의 소통이 아닌 대통령을 보좌하고 당내 같은 계파 멤버들을 묶는 역할에 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대적 요구에 의해 국민들의 요구가 다원화되는 만큼 당내의 목소리들도 세분화되고 있는데 이런 여당의 의견들을 대통령에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는 측근들의 문제가 지적되고 있는 것이다.

덧붙여 당의 중심을 잡고 청와대와 수평적 관계를 유지하며 국정을 이끌어가야 하는 김무성 대표 역시 비판에서 자유롭기는 힘들다.

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 직후 유 원내대표의 보호막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김 대표는 시간이 지나며 관망세로 돌아섰다. 서슬 퍼런 ‘현재 권력’인 박 대통령과 각을 세우기도, 당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의원들의 청와대를 향한 불만도 외면하기 힘든 탓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살아있는 권력에 이길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면서 “박 대통령의 스타일 상 현 당청관계의 출구전략을 찾을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는 아울러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 발언에서 ‘정치인의 이기주의가 부정부패의 근원’이라며 정치권 전반에 대한 개혁을 공언하며 정치권 사정을 시사했다”면서 “이는 현재 타깃인 유승민 원내대표 뿐 아니라 김무성 대표에게도 해당될 수 있는 것으로 사정을 통한 권력불균형을 해소하려는 시도를 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유재훈ㆍ김상수ㆍ김기훈 기자/igiza7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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