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마음(心)을 닮은 동양화, 김청영 작가
헤럴드경제| 2015-07-17 09:54

먹과 장지는 김 작가의 작품을 담는 그릇이다. 그 그릇 속에 김 작가는 ‘인연’을 주제로 삼아 운명적으로 만나 공존하고 떨어져가는 인간관계의 만상을 오리고 잘라서 담아낸다. 

최근의 작품들은 ‘연인’이다. 김 작가는 ‘한 쌍’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작품들은 두 점이 한 작품을 이룬다. 장지를 오려내고, 그 오려낸 것을 다른 장지에 붙이면 색상이 반전된 똑같은 모양을 하나 더 얻을 수 있는데, 김 작가의 작품은 그러한 공예 기법을 떠올리게 한다. 

인물과 형상을 잘라내 먹 작업 후 붙이거나 그리는 과정 후 때로는 옻칠장지와 먹 작업을 거치거나, 실크프린팅과 잉크를 입히는 롤링 작업을 하기도 한다. 마치 동서양의 기법이 동양의 화폭에 담기는 오묘한 느낌은 오래 전 오일 페인팅, 아크릴 페인팅 등 서양화를 그려왔던 김 작가의 미술경력 덕분이다. 

13년 전부터는 모든 재료를 동양의 재료인 먹과 장지로 바꿨다. “외할머니의 장례를 치른 뒤 삶과 죽음의 경계를 처음으로 느꼈다. 그리고 먹을 접하면서 그 깊은 향에 빠져들었다. 그때부터 인연, 그리고 연인이라는 주제로 작품을 하게 되었다. 서양화는 텍스처가 위로 입혀지지만, 동양화는 종이 밑으로 스며들면서 융화되는 것이 다르다. 블랙 앤 화이트의 단순함이 먹작업으로 표현된다. 그리고 붓으로 페인팅할 때의 군더더기가 없어지고 뭔가를 표현해야 한다는 중압감이 더 줄어들었다”라고 그는 말한다.

잘라낸 부분과 잘린 것을 동시에 활용하는 것, 그리고 오려서 붙인다는 것이 어쩌면 그림에 대한 사람들의 일반적인 관념을 벗어날 수 있지만, 작품이 세련되었다는 평가와 동양화에서 볼 수 없었던 세계관을 나타낼 수 있다는 점은 작품의 가치를 한층 높여준다. 

“하나의 작품은 항상 두 개의 작품을 붙여 완성되도록 한다. 먹으로 표현한 작품들은 각각 작업하면 수분이 마르는 시간의 변수가 달라지기에, 보통 4-5개를 놓고 동시에 하면서 마르는 시간을 맞춰 간다”. 김 작가는 최근의 동양화에서 종이 위에 아크릴을 사용하는 현대적인 시도가 있다는 것을 안다. 그렇지만 장지와 먹을 선호하는 데에는 확고한 취향이 있다. 

“동양화의 매력은 그림을 그릴 때 작가를 탄력적으로 받아주는 점이다. 또한, 파실파실한 장지의 느낌과 먹의 향기는 매우 매력적이다. 물과의 섞임이나 먹의 예민한 특수성을 사람이 따라가야만 한다. 하지만 일단 조화를 이루게 되면 그릴 때의 패턴이 서양화를 할 때보다 여유로워진다. 그것이 동양화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혼자서 이룰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는 것을 깨달은 후부터, 둘이 무언가를 나누거나 함께 할 때 이룰 수 있는 것들을 작품에 담았다. 그림으로 사람이 행복해지고, 그 행복을 전달할 수 있음에서 더 큰 행복을 찾을 수 있음을 알았다.

김 작가는 현재 작업하고 있는 시리즈로 내년 봄으로 예정된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으며, 삶의 고난을 그림으로 극복했던 시기를 생각하며 미술심리상담 활동에도 열의를 보이고 있다. 또한 김 작가는 미술심리상담에 각별한 애착을 가지고 서울미술협회 운영위원회, 한국문화인예술인총회, 미술치료협회 부회장으로도 일하고 있으며, 세계평화봉사대상, 사랑나눔봉사대상이라는 큰 상을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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