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이슈인터뷰]손호준 "'쓰리 썸머 나잇', 지친 일상에 웃음 줄 수 있었으면"
엔터테인먼트| 2015-07-18 08:30
'응답하라 1994' 이후 사투리를 구수하게 쓰던 순박한 청년은 그 때의 모습을 내려놓고 한층 허당스러운 모습이 가득해진 철없는 청춘으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그 사이 '삼시세끼', '정글의 법칙', '집밥 백선생' 등 핫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며 한층 시청자들과 친근해졌다. 바로 배우 손호준의 행보다.

한국 코미디 영화의 한 획을 그은 김상진 감독과 만나 정통 코미디 장르에 도전한 손호준. 그를 서울 종로구 팔판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본지가 만났다.



지난 15일 개봉한 '쓰리 썸머 나잇'은 팍팍한 삶에 지친 명석(김동욱), 달수(임원희), 해구(손호준) 세 친구가 화려한 일탈을 꿈꾸며 내려간 해운대에서 인생 최대의 난관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3일 간의 이야기를 그린 핫 코믹 어드밴처로 배우 김동욱, 임원희, 손호준, 윤제문, 류현경 등이 출연한다.

손호준은 '쓰리 섬머 나잇' 대본을 읽고 잘 만들어진 만화책을 즐겁게 읽은 느낌이었단다. 이것만으로도 손호준이 이 작품에 출연한 동기는 충분했다. 그가 연기한 극 중 해구는 사장 아들이라고 속이며 여자친구를 만나지만 갑에게 시달리는 인물이다. 해구는 30대 청춘이지만 발기부전으로 고민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나오는 코믹스러운 손호준의 연기가 눈길을 끈다. 출연 배우 중 가장 노출, 베드신 등 수위 높은 연기를 소화했지만, 부담감은 없었다.

"원래 모습에서 보는 손호준은 저고, 영화 속 해구 모습을 저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없으시잖아요. 시나리오 자체가 재미있었고, 그 틀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과 저도 그 함께 작업해서 하나의 영화를 만들어가는 것만 생각했습니다."

손호준이 많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순수한 모습은, 어쩐지 해구의 모습과도 많이 닮아있었다. 손호준 역시 해구라는 인물과 비슷한 점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비슷한 부분이 있어요. 해구는 정말 생각이 없는 친구잖아요. 하하. 허세 심하고, 계획성이 있는 친구가 아니죠. 영화에는 그 모습을 너무 극화시켜놓은 거고, 저도 어느 정도는 해구 같은 면이 있죠. 영화 속에서 부산에 도착했을 때 명석의 여자친구 차를 말도 안되게 다 털어갔잖아요. 그 상황이면 저도 해구 처럼 웃음부터 나올 것 같아요."



배우는 자신의 성향와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할 때도 있고, 완전히 다른 삶과 색깔을 가진 캐릭터를 연기하며 매번 다른 삶을 경험한다. 보통 배우들은 캐릭터를 자신에게 가져와 녹여내거나, 자신이 캐릭터 속으로 들어가 몰입을 하며 연기하는 인물과 하나가 된다. 손호준은 어느 쪽일까.

"딱히 정해진 방법은 없어요.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이번 작품은 감독님께서 워낙 코미디물을 많이 하신 분이니까 의존을 많이 했어요. 현장에서 자세하게 디렉션을 해주셨어요. 그렇기 때문에 감독님만 믿고 갔죠. 원래 만들어지는 캐릭터가 저와 접목이 되는 부분도 있고, 제가 공부를 한 후 만들어가는 부분도 있어요."

촬영을 하면서 손호준을 힘들게 한 건, 달리는 신도, 베드신도, 노출신도 아니었다. 촬영 후 선배들과 함께하는 술자리였다. 술을 잘 먹는다고 자신했던 손호준은 임원희, 윤제문, 김동욱 앞에서 지금까지 자신을 과대평가(?)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농을 쳤다.

"저는 술을 좋아하는 거지, 잘 먹는 편이 아니었다는 걸 이번 현장을 통해 깨달았어요.(웃음) 임원희 선배님, 윤제문 선배님이 잘 드세요. 술 잘먹냐고 물어보셔서 자신있게 '예 잘먹습니다'라고 대답했다가 저는 명함도 못내밀었어요."

"초반에 감독님께서 그런 자리가 많이 필요하다고 느끼셨던 것 같아요. 임원희 선배님, 윤제문 선배님, 동욱이 형 모두 과묵하세요. 저도 수다스러운 편이 아니고요. 네 명의 공통점이 술이라는 것이 하나 있었기에 그런 자리가 많이 만들어졌고, 감독님의 의도대로 촬영하는데도 도움이 됐어요."



'쓰리 썸머 나잇'은 부산에서 3개월 동안 올로케이션으로 촬영이 진행됐다. 손호준은 유난히 부산과 인연이 깊다. 이번에도 부산에서 촬영하며 다시 한 번 부산의 정취에 반하게 됐다.

"'고사'도 해운대에서 찍었고, '바람'도 부산에서 촬영했어요. '쓰리 썸머 나잇' 마지막 레스링 신이 '고사' 때 나왔던 강당이었어요. 다시 부산에 오게 돼 너무 반가웠어요."

손호준은 이번 작품을 통해 '변신', '도전'이라는 자신 앞에 붙는 수식어에 대해 손사래를 쳤다. 연기 앞에서는 본인을 '유치원생'이라고 칭하며 더욱 배울 것들이 남은 나날을 걸어가야 한다고 배우로서의 마음가짐을 전했다.

"이번 작품이 손호준의 작품이다. 이런 건 제게 과한 표현인 것 같아요. 이 직업이 특이하다고 느낀 것이 제가 배우라고 혼자 외쳐봤자 아무도 배우라고 생각해주지 않아요. 많은 분들에 배우라고 인정해줘야 비로소 배우가 되는 것 같아요. 지금 저는 지금 많은 분들에게 인정을 받아야 하는 단계죠."

영화 속 고교 동창인 명석, 해구, 달수는 술을 먹다가 갑작스럽게 부산으로 향하게 되는데, 이런 상황의 연기를 하다보면 자연스레 실제 친구들과의 여행을 꿈꿀 것도 같다. 서른이 넘은 손호준은 현실적으로 친구들과의 여행이 쉽지는 않다며 아쉬워했다.

"여행 너무 가고 싶어요. 그런데 주위 친구들 대부분이 결혼도 하고 직장 생활을 하고 있어요. 그 친구들에게 급작스럽게 여행을 가는 건 현실 불가능한 이야기죠. 친구들끼리 함께 여행을 가려면 한 두달전부터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하하. '쓰리 썸머 나잇'이 그런 것들을 해소시켜줄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손호준은 연예계 대표 절친으로 알려진 배우 유연석과 동방신기 유노윤호와는 언젠가 꼭 여행을 가겠다고 계획하고 있다. 특히 유노윤호와의 여행은 오래 전부터 해온 두 사람만의 약속이란다.

"(유)연석이와 라오스 함께 다녀오고 나서 같이 가자고 스케줄도 짜봤는데 서로 작품하는 시기가 달라서 아직 못갔어요. 언젠가는 꼭 일정을 맞춰서 다녀오려고 해요. 예전부터 윤호하고도 약속했어요. 우리가 라스베이거스에 꼭 한 번 가보자고요. 사실 윤호는 오래 전부터 라스베이거스에 갈 수 있는 준비가 돼있었어요. 윤호는 제가 갈 수 있는 상황이 될 때까지 기다려준거죠. 이제 곧 군대에 가니까 2년 정도는 제가 충분히 기다려줄 수 있죠. 전역하면 그 때 가보려고요."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는 손호준은, 실제로 만나보나 조근조근 자신의 이야기를 정확하게 말하는 명쾌한 배우였다. 다양한 예능프로그램에서 보여준 손호준의 모습들은 꾸며짐이 없는 그대로였다.

"내성적인 성격도 있지만 저는 조심스러운 마음이 좀 앞서요. 오래된 친구와 함께 하는 방송이면 괜찮지만 이쪽 일을 하면 거의 새로운 분들과 만나고 일을 하는 기회가 많잖아요. 그 분들의 성향을 알기 전까지는 행동과 말을 조심하려고 해요. 그래서 저만의 노하우는 만나기 전에 포털 사이트에 함께 호흡을 맞출 분들의 혈액형을 알아가요. 모든 혈액형이 적중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적용되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쓰리 썸머 나잇'을 본 후 관객들이 5분이라도 웃으며 즐거운 하루로 마무리 되길 바란다고. 아무 생각 없이 가볍게 웃으며 친구들과의 추억을 한 번씩 떠올린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작품을 보며 손호준의 바람대로 관객들이 힘들었던 하루를 잊고 웃음 지으며 극장을 나올 수 있길 바라본다.



"저는 흥행에 대한 욕심은 없는데 같이 고생하신 분들이 있으니 많이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하루를 지내다가 자기 전에 문득 '오늘 재미있는 일이 뭐가 있었지'라고 떠올리면 딱히 많진 않아요. 살면서 웃을 일이 생각보다 많이 없잖아요. '쓰리 썸머 나잇'을 보고 잠깐이라도 즐거우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상류사회' 후속작 '미세스 캅'으로 조만간 인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후에 또 영화나 드라마로 쉬지 않고 활동 할 계획입니다."


유지윤 이슈팀기자 /jiyoon225@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