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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애국심 건드린 트럼프…'미국인 맞나'
헤럴드경제| 2015-07-21 15:39

[헤럴드경제] 누구에게나 '아킬레스 건'은 있다. 베트남 전에서의 좌절은 미국의 뼈아픈 역사다. 그만큼 '이 것 만큼은 건드려서는 안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정치 경험없이 막대한 자금을 댈 줄만 알던 도널드 트럼프가 이걸 건드렸다.

트럼프가 막말 행보를 이어가게 된 데에는 고도의 전략이 숨어 있다. 앞서 트럼프는 멕시코 이민자 비하 발언으로 18% 지지율을 받아 공화당 유력 후보 젭 부시를 제치고 공화당 지지율 1위에 올랐었다. 높은 인지도에 보수 백인들의 속내를 직설화법으로 대변한 전술이 먹혀든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너무 나갔다'. 트럼프는 18일(현지시간) 베트남 전 참전 용사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에 대해 "전쟁영웅이 아니다"라고 공격했다. 이어 그는 해군 조종사였던 매케인이 베트남전에서 항공기 격추로 포로가 돼 전쟁 영웅이 됐다면서 "매케인이 포로로 붙잡혔기 때문에 전쟁 영웅이라고 하는데 사람들은 붙잡히지 않은 사람들을 좋아한다"고 발언했다.


이 발언으로 민주당과 공화당 할 것 없이 분개하고 있다. 매케인은 MSNBC방송사의 토크쇼 '모닝 조(Morning Joe)' 에 출연해 트럼프를 향해 '나라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과 그 가족들에게 사과하라'고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트럼프가 비난의 화살을 받는 이유는 트럼프가 어떤 정치 의식도, 역사에 대한 이해도 없이 미국의 자존심을 잃게 했던 베트남 전을 거론했기 때문이다. 베트남 참전 용사를 비하하는 '대범'함도 보였다.

미국은 베트남 전에 대해 '패배는 아니다'라고 말 하지만 미군 5만 6000명을 잃으며 국가 위신의 추락이라는 치명적인 손해를 입었다. 그보다 더 큰 손실은 미국인들이 자기 나라에 대한 자신감을 잃은 것이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아킬레스 건인 베트남 전에 대해 미국민들은 암묵적으로 패전의식을 드러내기 싫어하는 분위기다.

막말 대선주자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논란은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다.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은 '한 민족'이라는 민족적 애국심을 갖고 있지만 미국은 다양한 민족이 이주하여 정착한 다민족국가다. 미국은 딱히 민족적 의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한국처럼 몇 천년의 역사, 문화와 전통을 공유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미국은 미국만의 특별한 애국심을 가지고 있다.

미국은 세계 최초의 민주공화국이다. 미국은 원래 영국의 식민지였다가 '자유와 평등',' 권력과 억압으로 부터의 해방'을 좇아 건국됐다. 그래서 미국은 미국이라는 나라를 자랑스러워하고 높은 애국심을 가진다. 트럼프는 베트남전 참전 용사 모욕 발언으로 미국인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면서 '역사의식 없는 트럼프, 같은 미국인인게 창피하다'는 생각을 하게 한 것이다.

트럼프가 연일 구설수에 오르는 '노이즈 마케팅'을 펼치기엔 이제 위험한 수준까지 왔다. 미국인들의 애국심을 건드린 이번 발언으로 트럼프의 지지율에는 변화가 생길 것이다. 공화당, 민주당 백악관까지 '미국 정신'을 무시한 트럼프에게 등을 돌렸다. 트럼프가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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