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롯데, 경영권 분쟁 점입가경]동생은 일본서 형은 한국서…‘우호지분 확보’출혈경쟁
헤럴드경제| 2015-07-30 11:39
신 전부회장 “지분 3분의2 확보”
니혼게이자이 신문 통해 역공
롯데그룹 “이변은 없다” 일축
신동빈 회장도 일본서 광폭행보
총괄회장·신영자 이사장 행보 변수로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한국으로 귀국하면서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장악하기 위한 장ㆍ차남 간의 경쟁이 2라운드에 본격적으로 접어들었다. 조만간 있을 롯데홀딩스 주주총회를 앞두고, 신 전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각각 상대의 본거지인 한국과 일본에 머무르며 우호 지분 확보를 위한 물밑 작업에 들어간 상황이다. 양 측은 지분경쟁에서 서로 “우위에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롯데그룹 측은 “롯데홀딩스를 비롯한 여러가지 지분 측면에서 (신 전 부회장 측이)위협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29일 오후 늦게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한 신 전 부회장은 묵묵부답이었지만, 가끔 미소를 띤 얼굴을 비쳤다. 현장에 있던 관계자는 “경영권 탈환 1라운드 격인 지난 27일의 거사(?)는 실패했지만,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 누나인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등의 지원을 등에 업고 경영권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기 때문 아니겠는가”라며 “그렇지만 상황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한ㆍ일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일본롯데홀딩스의 지분 구조는 어느 한 쪽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형국으로 짜여져 있는 것은 사실이다. 비상장회사인 탓에 구체적인 지분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형제 중 누구도 확실한 우위에 설 만큼의 지분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말이 들린다.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은 서로 자신이 지분의 과반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그 사실 여부는 현재로선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신 회장이 여러 측면에서 유리한 것은 명확해 보인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신 전 부회장의 멘트가 나와 주목된다. 신 전 부회장은 30일 보도된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롯데홀딩스의 의결권은 아버지가 대표인 자산관리 회사가 33%를 지닌다. 나는 2% 미만이지만 32% 넘는 종업원 지주회를 합하면 3분의2가 된다”며 동생인 신 회장을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에서 끌어내릴 것을 공언했다.

이게 맞다면 롯데홀딩스 지분 구조에 대한 신 전 부회장의 이러한 주장은 기존에 알려져 있는 내용과는 크게 배치된다. 기존에는 신 총괄회장이 대표로 있는 광윤사가 27.65%, 신 전 부회장과 신 회장이 각각 20% 안팎, 우리사주가 12%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었다.
입국장 나서는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롯데그룹의 후계를 놓고 일본에서 `왕자의 난`을 벌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가운데)이 29일 오후 김포공항 국제선 입국장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2015.7.29 mon@yna.co.kr/2015-07-29 23:06:14/ <저작권자 ⓒ 1980-2015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롯데그룹의 후계를 놓고 일본에서 ‘형제의 난’을 벌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가운데)이 엷은 미소를 머금은 채 29일 오후 김포공항 국제선 입국장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신 부회장은 한국에 머물면서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과 이복 누나인 신영자 롯데재단 이사장 등 친족들에게 자신에 대한 지지를 읍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하지만 한국 롯데그룹은 이를 일축했다. 롯데 측은 역시 기존에 알려진 것을 바탕으로, 신 회장이 자신의 지분 외에도 우리사주 지분과 광윤사 지분을, 각 지분을 대표하는 이사들로부터 우호지분으로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이것만 더해도 50%가 넘기 때문에 주총에서 표 대결이 이뤄지더라도 이변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롯데홀딩스의 지분 구조에 대해 양측이 전혀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을 정도로 주총 표 대결의 향배는 불투명하다. 형과 동생 모두 한 명이라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롯데그룹 ‘형제의 난’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신 전 부회장이 한국에 들어온 것은 아버지인 신 총괄회장과 누나인 신 이사장을 자신의 편으로 완전히 끌어들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아직 명확한 의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지난 27일 신 전 부회장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 신동빈 회장을 해임했기 때문에 신 전 부회장의 편에 서 있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신 전 부회장은 니혼게이자이와의 인터뷰에서 “(신 총괄회장은)일관되게 그 사람(신동빈 등)을 추방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따라서 신 전 부회장은 주총이 열리기 전까지 한국에 머무르는 동안, 관련 인사들을 만나며 주총을 ‘신동빈 대 롯데 오너 일가’의 구도로 만드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다시 아버지인 신 총괄회장을 찾아 읍소할 것으로도 예상된다. 이러한 이유로 롯데 측은 물밑에서 신 전 부회장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귀국을 미루고 있는 신동빈 회장은 일본에서 표밭을 다지는 행보를 진행 중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성과도 있다는 말도 들린다. 비록 신 전 부회장이 경영권을 박탈당하기는 했지만, 일본 롯데그룹 내에는 그에게 우호적인 세력이 상당히 존재할 수 있어 이를 단속하는 행보라는 것이다. 

김성훈 기자/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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