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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국정원 해킹사건, 의혹만으로 강제수사 어렵다”… 野, “제도개선” 방향 선회
뉴스종합| 2015-08-18 09:41
[헤럴드경제=함영훈ㆍ양대근 기자] 국정원 해킹 의혹 사건 검찰 수사가 아예 물 건너갈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 사건 고발인 중 한 곳인 새정치민주연합(새정연) 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가 야당 차원의 조사결과를 발표하는 19일 이후, 검찰은 압수수색 또는 자료제출 요구 등을 통한 국정원측 파일 확보, 피고발인 소환 등 본격적인 수사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었다.

지난달 27일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에 배당한 이후 검찰은 줄곳 “국회가 이 사안을 다루고 있어 검찰이 본격 수사 행보를 보이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이유를 들어, 3주가 넘도록 수사의 첫 발인 고발인 조사 조차 하지 않았다.


현재로선 2개의 고발사건이 접수된 상황이라 최소한의 절차는 밟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단서가 발견되지 않는 한, 고강도 수사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새로이 제기된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18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고발장 내용이 일부 언론에서 제기했던 기사를 그대로 베껴서 보내온 수준이며, 의혹 제기 정도에 불과하고 뚜렷한 수사 단서가 있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안보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에 의혹 수준 만으로는 강제 수사에 들어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검찰이 기초적인 의혹 해소 조차 하지 않은 채 야당과 국민고발단 고발 사건을 뭉겔 수는 없다. 따라서 검찰의 이같은 입장은 국정원 압수수색 등 강제력을 동원하지 않고, 공무에 방해가 되지는 않도록 하며, 조속히 끝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검찰은 새정연의 19일 발표 이후, 이르면 오는 20일 ‘가만히 있지 않는 경산 청년 모임’, ‘가만히있으라 with 제주’, ‘리멤버 0416’, 민주노총,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41개의 시민사회단체, 시민 2786명, 새정연 등의 법률대리인을 불러 고발취지 등에 대해 물어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정원의 자료 제공 거부 속에 새정연측이 항간의 의혹을 뛰어넘는 단서를 건지지 못한데다, 새정연 스스로 “제도개선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어, 검찰 수사는 “안보 목적이었다”는 국정원 입장을 확인시키는 선에서, 빠른 시일 내에 종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사건 고발 직후, 대다수 검찰 간부들이 ‘안보를 책임지는 국가기관 활동은 존중되어야 한다’는 점을 대놓고 거론하고 있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수사팀은 현재 이탈리아 ‘해킹팀’에서 유출된 400GB 분량의 자료와 야당 및 국민고발단 고발 내용 등을 살펴보고, 기초적인 법리를 검토하고 있다. 또, 블로그에 스파이웨어 파일을 업로드하고 이를 다운받은 PC에 대한 해킹과 사이버사찰이 가능한지 여부, 휴대폰과 카카오톡을 통한 모바일 해킹 징후가 있는지 여부 등에 대해 과학수사 담당자 및 통신 전문가들을 상대로 ‘학습’ 수준의 탐문활동을 벌였다.

검찰로서는 제기된 의혹을 국민에게 해소해줘야 할 책무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 의문점을 푸는데 도움이 되는 자료 제출을 국정원에 요청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제기된 의혹, 즉 국정원 직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블로그를 통해 해킹프로그램이 들어있는 파일을 업로드한 점, 국정원이 2012년 대선을 앞두고 휴대전화 등을 해킹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 아르시에스(RCS)를 구매한 이유와 활용실태, 국정원 직원의 사망과정 등을 해소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검찰이 이번 기회에 또 하나의 권력기관인 국정원의 난맥상을 ‘물밑에서’ 세밀히 파악해 둘 개연성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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