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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가치 후두둑…신흥국 ‘피눈물’
뉴스종합| 2015-08-25 11:16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가치 17년만에 최저
한국증시 영국계 자금 5월이후 4조 이탈


신흥국 통화가치가 올들어서만 10% 이상 급락, 금융위기 당시보다 낮게 떨어지면서 신흥시장에서의 글로벌 자금 유출세가 지속되고 있다. 국내 역시 최근 원화가치 하락으로 외국인 자금의 이탈이 현실화하면서 국내 증시의 수급이 무너지고 있다.

▶신흥국 통화지수, 금융위기 수준 하향 이탈=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링깃화는 달러화 대비 4.23링깃까지 오르며 1998년 8월 이후 17년 만에 최고치로 급등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환율도 달러화 대비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싱가포르 달러와 인도 루피, 태국 바트 등도 일제히 달러화 대비 약세를 보였다. 원화가치도 종가기준으로 2010년7월22일(1204.0원) 이후 5년1개월만에 가장 낮은 달러당 1199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간이 아시아, 중남미, 동유럽 등을 대상으로 신흥국 10개국의 통화가치를 산출하는 신흥국 통화지수(EMCI)는 올들어서만 10.6% 떨어지며 200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를 밑도는 수치다.

전문가들은 신흥국 통화가치가 더 하락할 경우 외국인 자금 탈출이 본격화할 것이라며 금리 인상 등 미국 통화 정책 변경이 과거 신흥국 유동성 위기라는 트라우마를 자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9월 위기설이 제기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확산되는 가운데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금융시장 불안이 심상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신흥시장 불안 확산 이면에는 2013년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리스크 당시와 유사하게 미국 중앙은행(Fed)의 정책기조 전환에 따른 글로벌 자금 흐름 변화가 있다”며 “달러 강세는 곧 이머징 통화 약세로 이어져 이머징 시장에서 글로벌 유동성이 이탈할 것이고 경우에 따라서 2013년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국내 주식 순매도 지속=실제로 외국인 투자자들은 중국발 ‘D(디플레이션)의 공포’로 세계 경제가 다시 동반 침체의 늪에 빠질 수 있다고 판단, 이머징 시장에서 빠르게 발을 빼고 있다. 특히 국내 증시에서의 외국인 자금은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4일 하루동안 7200억원 이상 주식 순매도를 기록하는 등 지난 5일부터 이날까지 13거래일 연속 순매도세를 이어가며 모두 2조6559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주식 순매도세 등 외국인의 위험자산 회피 현상이 두드러진 가운데 신흥국에서 안전자산 대우를 받는 원화 채권 순매수가 8월들어 늘고 있다”며 “그러나 원화가치 하락 속도가 빨라질 경우 환차손 등을 우려해 원화 채권도 순매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희망은 남아 있다. 지난 5월 이후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를 국적별로 살펴본 결과, 영국계 자금이 가장 많이(4조400억원) 이탈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영국계 자금은 단기 차익을 추구하는 성격이 강하며 투자심리 변화에 따라 순매수도 포지션 변화가 잦다”며 “외국인 자금 이탈이 당분간 지속되겠지만 미국 통화정책 불확실성 등이 완화되면 빠른 스탠스 전환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1년 영국계 자금은 5월 포르투갈 구제금융 신청 이후 8월 미국 신용등급 강등 국면까지 국내 증시에서 약 2조800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 했으나 각국 중앙은행의 정책 공조가 이뤄진 이후에는 빠르게 스탠스가 변화해 4조원 가까운 주식 사들인바 있다. 


박세환 기자/gr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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