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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도 열었는데”…서울시, 亞 최초 세계패션박람회 무산
뉴스종합| 2015-08-28 09:53
[헤럴드경제=최진성 기자] #. 지난해 9월 초 서울 반포한강공원 세빛섬에 대한민국 패션피플이 한자리에 모였다. 독일 최대 패션박람회인 ‘브래드 앤 버터(BB)’ 서울 유치를 자축하기 위한 자리였다. 행사는 클럽 음악과 함께 스탠딩 파티 형식으로 열렸다.

행사를 주최한 서울시는 국내외 패션업계 관계자와 기자를 대거 초청해 대대적인 홍보활동을 펼쳤다. 이 자리에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칼 하인즈 뮐러 BB회장도 참석했다. 행사는 자정을 넘긴 시간까지 계속됐다.

28일 서울시에 따르면 다음달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와 세빛섬에서 열려야 할 ‘브래드 앤 버터 서울’ 패션박람회가 돌연 무산됐다. 이 행사를 주관하는 회사(BB사)가 올해 초 파산하면서 서울시와의 유치 협약이 무효화된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BB사가 올해 초 지급불능상태에 빠지면서 법정관리에 들어갔다”면서 “지난달 다른 회사가 BB사를 인수하면서 ‘브래드 앤 버터 서울’ 개최가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BB사가 파산해서 예정된 행사가 취소됐다는 설명이다.

앞서 뮐러 BB회장은 지난 4월 장문의 이메일을 통해 회사 사정을 설명하고 9월로 예정된 BB 패션박람회 서울 행사를 취소한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BB사는 지난해 말부터 회사 운영이 어려울 정도로 경영난을 겪어왔다.

서울시는 당초 BB 서울 패션박람회를 서울패션위크와 연계해 서울 시내 일대에서 대규모 패션축제를 개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BB 행사가 전격 취소되면서 서울시의 계획에도 차질을 빚게 됐다. 시 관계자는 “BB사를 인수한 새로운 회사와 접촉할 시간과 방법이 없었다”면서 “BB사의 패션사업도 이전과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사실 BB 서울 유치는 단순한 패션축제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민선 6기 ‘서울 세일즈’에 나섰던 박 시장의 첫번째 외교성과였기 때문이다. 박 시장은 지난해 8월 독일 베를린을 방문한 자리에서 뮐러 BB회장을 만나 BB 서울 유치를 확정했다.

서울시는 “아시아 최초로 서울에서 BB 패션박람회가 열린다”면서 “박 시장이 적극적인 도시 세일즈를 전개해 민선 6기 취임 이후 첫번째 대규모 국제행사를 유치했다”고 홍보했다. 또 “BB사에서 먼저 서울 행사 개최를 제안했고 평소 국내 패션산업의 해외 진출과 판로 개척에 공을 들이고 있는 박 시장이 적극적인 유치 의사를 표명했다”는 배경 설명도 이어갔다.

그러나 BB 서울 행사가 무산되면서 화려하게 자축 파티를 열었던 서울시의 ‘보여주기식’ 도시 세일즈에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자칫 사기를 당할 수 있는 만큼 단순한 업무협약이라도 그 회사의 성격과 (경영)상태를 먼저 파악하는 게 기본”이라면서 “성과내기에 급급한 나머지 오점을 남겼다”고 지적했다.


i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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