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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대한민국 공무원]‘IMF급’ 취업 한파에 청춘들 “연금 줄어도 공무원이 최고”
뉴스종합| 2015-08-31 11:01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청년 실업률이 외환위기 이래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은 가운데 연금 개혁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에게 공무원직의 인기는 여전히 뜨겁다.

31일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올해 지방공무원 7급 공개경쟁채용시험 원서 접수 결과 평균경쟁률(서울 제외)이 125.1대 1로 최종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127.1대 1)와 비슷하고, 2013년(106.7대 1)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지난 29일 치러진 국가공무원 7급 공채 필기시험에선 730명 선발에 총 5만9779명이 응시해 81.9대 1, 최근 합격자 발표를 낸 9급 공채의 경우 3700명 선발에 19만987명이 몰려 51.6대 1의 높은 경쟁률 보였다.

‘고시’로 불리지만 ‘공시’(공무원시험)인 5급 공채 역시 올해 경쟁률이 37.2대 1로 최근 4년내 가장 높았다.

지난해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표한 ‘청년층의 취업 관련 시험 준비 실태’에 따르면 2013년 기준 ‘공시생’은 31만9000명이었다. 취업을 하지 않은 4년제 대졸 및 대학원졸 청년 4명 중 1명은 공무원에 도전한 셈이다.

[사진=헤럴드DB]

지난 5월 단행된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더 내고 덜 받는’ 연금이 돼 메리트가 크게 떨어졌다지만 공무원시험 준비생들은 “그래도 이만한 일자리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혁 등으로 민간 직업군의 불안정성이 더 높아질 우려 속에 공무원직의 인기는 앞으로도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변호사, 의사 등 한국사회 전통적 고소득 전문직마저도 공급이 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우수한 자원들이 공직으로 더 몰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성 수험생들 사이에선 공무원이 한국사회에서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유일한 직장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최근 7급 공채 시험을 치른 박모(29ㆍ여)씨는 “정년과 신분 보장 등 공무원의 직업 안정성은 민간 기업과는 비교조차 안 된다”며 “자녀 한 명당 3년간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데 사기업 다니는 친구들은 꿈도 못 꾸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지난 5월엔 남성 공무원도 육아휴직을 3년까지 쓸 수 있도록 한 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공직 사회가 민간에 비해 경쟁의 강도가 덜하다는 인식도 인기의 한 이유다.

굴지 대기업에 5년간 다니다 퇴직하고 지난해 7급 공무원이 된 A(35) 씨는 “대기업 재직 시절 동기들 중 승진도 가장 빨랐고 나름 인정 받았지만 평생 살인적인 업무 강도와 무한경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싶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공직에 너무 많은 인재가 몰리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민간부문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 이외에는 특별한 해답이 없다고 진단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도 “평균근속연수를 보면 대기업이 9년, 중소기업은 3.5년인데 공무원은 평생 직장”이라면서 “기업이 보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도록 정부가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적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년들 입장에선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것이 합리적 선택일 만큼 민간 부문 일자리의 질이 자꾸 떨어져왔다”며 “사회적 자원의 쏠림과 낭비를 막을 방법은 민간 부문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 밖에는 없다”고 강조했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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