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오늘! 대한민국 공무원] ‘문반’ 천하에 날개펴는 ‘잔반’…공직사회 기능·전문직 뜬다
뉴스종합| 2015-08-31 11:15
다원화·급변하는 행정수요 대처…특정분야 ‘스페셜리스트’ 원하는 현실
고위직 발탁 늘고 지원자도 급증 양상



조선시대 반상제(班常制) 하에서 최고 지배계층은 문반(文班)과 무반(武班)을 합한 양반(兩班)이었다. 그 중에서도 대과 과거시험을 거친 ‘문반’은 고위 공직으로 직행하는 엘리트 코스였다. 하지만 양반 신분이라도 다 같은 양반은 아니었다. 조선 후기로 갈수록 몰락 양반들이 늘어나며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농사나 장사를 하거나 서당의 훈장을 하면서 간신히 생계를 유지하는 잔반(殘班)이 등장했다.

‘문반’과 ‘잔반’은 현재 공무원 사회에서도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일반 행정고시를 거친 공무원들을 ‘문반’, 비고시 기술ㆍ전문직 공무원들을 ‘잔반’으로 빗대 부른다. 

공무원 사회에서는 일반 행정고시를 거친 공무원들을 ‘문반’, 비고시 기술ㆍ전문직 공무원들을 ‘잔반’으로 빗대 부른다. 최근 공직사회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잔반’이라 불리던 기능ㆍ전문직 공무원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는 것다. 사진은 정부서울청사 게이트로 공무원들이 들어가는 모습.

그런데 최근 공직사회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잔반’이라 불리던 기능ㆍ전문직 공무원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다원화되고 급변하는 행정수요에 대처하는데 특정 분야에 ‘스페셜리스트’인 기능ㆍ전문직 공무원에 대한 수요와 함께 고위직 중용이 늘고 있다.

기능직 공무원에 대한 지원도 크게 늘고 있다.

지난 2009년부터 기능직 공무원 시험 지원 연령이 폐지돼 18세 이상이면 누구나 응시가 가능해졌다.

일반 행정직 공무원에 비해 시험과목이 적다는 매력도 있다. 전기, 기계, 운전, 토목, 건축, 방호 등 기술직군이 과거에는 10급으로 분류됐지만, 이젠 9급 일반직과 같은 혜택을 받게 된 점도 메리트다.

또 2009년 전직시험 실시 이후 기능직에서 일반직으로 전환하는 공무원에 대한 각종 사기진작 방안이 확대되고 있는 것도 지원자가 늘어나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해 서울시 지방공무원 채용에서 9급 건축직군의 경우 20명 선발에 1256명이 지원해 62.8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9급 보건직군은 10명 선발에 2600명이 지원해 260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기술ㆍ전문직 공무원의 인기는 경찰, 소방공무원에서도 마찬가지다.

필기시험에서 체력, 무도과목 대비까지 도맡아 해결해주는 경찰ㆍ소방공무원 입시 전문학원이 성행할 정도다.

경찰공무원은 오는 2017년까지 2만명 증원이 추진되면서 선발인원도 갈수록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원자 역시 늘어나는 상황이다.

소방공무원도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주 5일제 근무를 시행하고 격무부서제와 3부교대 근무 등 과거에 비해 근무환경이 나아지고 있어 이에 도전하는 청년층이 늘어나는 추세다.

박천오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극심한 취업난에 공무원에 대한 매력은 더 오를 수 밖에 없다”며 “기술직의 경우 같은 직종의 민간기업에 비해 신분이 안정되고, 연금 등 노후보장에 있어서도 비교가 안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경찰, 소방행정에 대한 국민들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공무원 인력 확충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특수직 공무원의 지원자 증가와 연관이 있다”고 설명했다.


유재훈 기자/igiza7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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