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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맹과 갈등?…김치빌리아드 당구대회 취소
엔터테인먼트| 2015-09-16 10:49
[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 당초 이달 14~16일 예정이던 ‘김치빌리아드 소속선수 리그’ 3쿠션 대회가 지난 5일 전격 취소됐다. 국내 당구대회를 총괄 주관하는 대한당구연맹(KBF)의 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게 표면상 이유지만, 당구 업체와 연맹간 해묵은 갈등이 이번 사태로 표출된 것이란 지적이다.

김치빌리아드 대회는 수입 큐 판매 및 당구클럽을 운영중인 대형 당구업체인 동명의 기업이 준비해온 이벤트다. 이 업체가 스폰서십을 맺고 후원중인 프레드릭 쿠드롱, 마르코 자네티, 에디 메르크스, 에디 레펜스 등 해외 선수와 김재근, 황형범 등 총 30명의 세계랭킹 상위 클래스 선수들의 출전이 예고돼 있었다. 당구 팬들로서는 관심이 갈 만 한 빅이벤트 중 하나였다.

‘김치빌리아드 소속선수 리그 대회’의 개최 취소 공지문

그러나 이 대회는 지난 1일 대회 공지 후 불과 4일만인 5일 개최 취소를 결정했다. 주최사였던 김치빌리아드는 “대회가 부득이하게 취소됐다”며 “선수와 팬들에게 죄송하다”고 공지했다.

주최사 측이 ‘부득이하게’라고 언급한 대목은 출전 예정이던 대한당구연맹 소속의 국내 선수들이 연맹으로부터 경고 성격의 공문을 전달받은 사실을 이르는 것이다. 연맹은 주최사의 대회 공지가 있던 하루 뒤인 2일 “승인되지 않는 대회 참가에 따른 제재 사항 통보’라는 제목의 공문을 선수측에 전달하고 공식페이지 공지란에도 올렸다.

미승인 대회 출전시 처벌 규정을 언급한 대한당구연맹의 공문

연맹 규정상 이 대회가 시도연맹과 본연맹의 사전승인을 거치지 않았으므로 연맹 소속 선수들의 출전을 허가할 수 없으며, 이를 어길시 최대 3년의 서스펜션(출장정지) 처벌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 골자다. 경기 감각이 무엇보다 중요한 당구 종목에서는 3년간 공식경기에 나서지 못한다면 재기가 쉽지 않다.

주최사 측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15일 “무고한 선수들에게 피해가 가는 상황만은 피해야 했으므로 막대한 손해를 감수하고 대회 취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주최사 측은 이 같은 연맹의 조치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과거 이런 승인 절차 없이도 전국규모 대회를 치러온 사례가 많은데 왜 이번에만 제동을 거느냐는 것이다. 특정 업체 차별이 아니냐는 의심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연맹 측은 “규정대로 했을 뿐 다른 의도는 있을 수 없다”며 “규정이 제대로 적용돼야만 이런 오해도 오히려 불식될 수 있는 것”이라며 주최사 측의 오해라고 일축했다.

한 일선 관계자는 이번 사태에 대해 “당구계의 축이 돼야 할 연맹과 업체, 선수의 삼각 협력구조가 갈등 때문에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더 많은 소통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와중에 피해는 선수들에게도 미친다. 3쿠션 슈퍼스타이자 이번 대회 출전 예정자였던 프레드릭 쿠드롱은 글로벌 당구 미디어 코줌과 최근 인터뷰에서 “(당구가 인기인) 한국에선 새로운 당구전문 채널도 나오고 스폰서들도 생기고 있다. 하지만 선수들의 상금을 보라. 이것이 프로로서 정상이냐”고 한탄했다.

그는 “이런 어려운 여건에서 선수들이 추가적인 금전적 수익을 을 얻을 기회조차 막는다면 선수들은 항상 루저일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최근 구리에서 열린 세계캐롬당구연맹과 대한당구연맹 주관의 3쿠션 세계 월드컵 대회의 우승자 다니엘 산체스는 5500 유로(약 730만 원)의 상금을 받았다. 이번에 취소된 김치빌리아드 대회 역시 동일한 수준의 우승상금이 책정돼 있었다.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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