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채플린'과 '새인간'으로 삶에 대한 복합적 감정 느끼게 해
헤럴드경제| 2015-09-16 17:28

홍순현 작가는 ArtDNA라는 닉네임을 함께 사용한다. 인간을 구성하는 가장 최소의 단위인 DNA까지 예술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찬 인간이라는 말이다. 홍 작가는 하나의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유하고 있다. 입체와 평면, 수성 물감과 유성 물감, 건축용 도료, 페인트, 에나멜 등 쓸 수 있는 모든 재료를 이용해 자신의 작품을 만들어낸다. 홍 작가는 "예술가로서 이제 첫걸음을 떼었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을 관념 속에 가두지 말고  가장 최소단위인 DNA로 시작해서 더 발전할 수 있는 큰 덩어리가 되고 싶은 마음을 닉네임에 담았다. 그림도 자세히 보면 점으로 되어있듯, 모든 작품에 생각의 틀을 깨는 발상들을 접목시키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2013년 전시 '하이! 찰리 채플린'에서는 이 시대의 가장 유명한 방랑자, 찰리 채플린의 모습을 밝으면서도 어두운 여러 가지 모습으로 그려냈다. 채플린의 방랑자는 항상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이지만 그 속내에서는 항상 소외된 자들에 대한 연민과 좌절감, 영원히 오지 않을 세계에 대한 부질없는 희망이 녹아있다. 채플린의 이러한 모습을 홍 작가가 포착한 것은 어린 시절 셋방살이를 하며 집을 옮겨 다녀야 했을 때 그의 곁을 묵묵히 지켜주었던 부모님에 대한 기억에서 비롯된 것이다. 파스텔 톤으로 알록달록 그려낸 포근한 이미지 안에 파묻혀 있는 채플린의 모습은 마치 작가 자신과 작품을 보는 많은 이들이 겪어야 했던 슬픔을 대신 위로해주는 것 같다. 2014년 전시 '지구별 편지'에서는 크레파스로 그려낸 듯한 피에로와 새인간 등 다양한 작품이 소개되었다. 만화적 표현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자연히 웃음 짓게 하는 화풍을 선보이고 있지만 그 안에서는 짙은 페이소스와 고독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점이 그의 작품을 이해하는 데 있어 더욱 복합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덕분에 그의 작품 안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더욱 맑은 기쁨이 되어 재탄생한다.

홍 작가의 작품은 힘겨운 현실 속에서 보는 이로 하여금 희망을 찾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는 "인생의 7~8할은 고통이고 1~2할이 기쁨이라고 하더라. 그 안에 1~2할의 보석 같은 기쁨이 있기 때문에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살아갈만한 가치가 있는 세상이라는 것을 내 작품을 보고 느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또 자신의 힘겨웠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미술의 꿈을 펼치고 싶으나 힘든 생활을 이어가는 청소년들을 위한 미술재단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말한다. 또한 "끊임없이 주제와 소재를 탐구해온 작가답게 회화뿐 아니라 패션 등 여러 가지 작업을 해보고 싶다"며 "믿고 볼 수 있는 편안한 그림은 홍순현이다"라는 말을 듣고 싶다고 했다. 희망을 탐구하며 캔버스에 자신의 희망을 펼쳐내는 아름다운 작가 홍순현. 그가 바라보는 세상의 희망이 곧 현실이 되어 다가올 수 있기를 마음 깊이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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