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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1 레전드 무사시 첫고백 “안 도망치면 위험”
엔터테인먼트| 2015-10-14 18:08
[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 “상대 외국인 선수들은 전부 괴물이다. 가드 위로 맞아도 충격이 전해진다. 도망치지 않으면 위험하다.”(단호/엄격/진지)

1990년대와 2000년대 K-1 전성시대를 풍미하며 최고의 아시아 스트라이커로 꼽혔던 레전드 무사시(43ㆍ본명 모리 아키오ㆍ일본). 지난 2009년 은퇴한 후 방송인의 길을 걷고 있는 그가 현역 시절 말할 수 없었던 자신의 ‘도망치는 경기스타일’에 대해 속내를 처음 고백했다.

무사시는 지난 12일 일본 지상파 아사히TV 예능물 ‘시크지리 선생, 나처럼 되지 마’에 출연한 자리에서 그가 왜 적극적인 공격을 하지 않고 아웃복싱과 클린치전법으로 경기를 해올 수 밖에 없었는지를 털어놨다. 그는 한국 격투기 팬들 사이에서도 ‘광속 클린치’(번개같이 껴안아 상대 공격을 차단한다는 의미), ‘스텔스 펀치’(펀치를 하도 안 쓴다는 의미의 반어적 표현)라는 별명으로 통했던 게 사실이다.

무사시. 아시아 최고의 입식격투기 선수이지만, 체격조건에서 앞선 서양 선수들과 매번 어려운 싸움을 펼쳤다. [사진=헤럴드DB]

그는 이 방송에서 소극적이고 수비 중심인 파이팅 스타일은 너무나 가혹했던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노라고 호소했다. 어네스트 후스트, 미르코 크로캅, 제롬 르 바네, 레이 세포 등 쟁쟁한 외국인 강호들과 매번 싸우면서 내린 결론이었다.

“펀치를 내는 것이 어려웠다. 상대가 엄청나게 무서웠기 때문이다. 내가 펀치를 냈을 때 상대의 무시무시한 펀치가 되돌아오기 마련이다. 그래서 아예 펀치를 내지 않고(공격 빈도를 줄이고) 판정승을 노리기로 한 것이다.”

그는 이런 자신의 스타일에 대해 “도망만 치는 구질구질한 방식”이라고 자학적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쏟아지는 야유를 감수해야 했다. 사우나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이와 관련된 조롱을 듣는 경우도 있었단다.

2005년 K-1 월드GP 도쿄대회 1회전에서 러시아의 루슬란 카라예프와 경기 장면. 이상 사진제공=K-1. [사진=헤럴드DB]

K-1의 인기가 상승하며 경기 수가 점점 늘어나는데다 자국의 스타파이터의 출전을 요구하는 중계 방송사의 목소리도 외면할 수 없었다. 체격이 작은 아시아 국가에선 헤비급 선수자원이 원체 귀한 까닭에 무사시는 1년 최대 11경기를 뛰어야 하는 상황도 있었다고 한다. 이런 겹악조건에서 ‘발뺌식 싸움법’은 어쩌면 불가피한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이런 선택에 후회는 없다고 했다. “그렇게 싸우는 방법으로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굳건히 자기 스타일을 고수해 온 덕에 ‘세계 제일의 디펜스’라는 호평까지도 받은 데 만족한다며 자신의 경력을 회고했다.

무사시는 K-1 일본GP에서 1999, 2000, 2002, 2003년 네 차례 우승했고, 월드GP 2003, 2004에서 연속 준우승을 거뒀다. 2009년 K-1 서울대회 제롬 르 바네 전을 끝으로 은퇴했다.

한국에서는 그의 파이팅 스타일과 일본인 선수라는 점 때문에 안티 팬이 많았으나 이후 점차 국내 대회 관계자들, 선수들의 입을 통해 그가 상당한 예의 바르고 인품이 깊은 인격자라는 호평이 이어지면서 그에게 호의적으로 돌아선 팬들도 많았다.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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