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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리치] ‘사생아’에서 ‘빌리어네어로’ … 페라리家 ‘유일’ 상속자 피에로 페라리
뉴스종합| 2015-10-15 11:06
페라리 부회장 피에로 페라리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윤현종ㆍ김현일 기자] 출생부터 환영받지 못한 인생이었다. 사생아로 태어나 아버지의 성도 쓰지 못한 채 청소년기를 보내야 했다. 하지만 가문의 유일한 상속자가 된 지금 그는 세계 슈퍼카 시장을 주무르는 최고의 자리에 앉아 있다. 그리고 오는 21일 아버지도, 이복 형도 생전에 갖지 못했던 억만장자 타이틀을 손에 쥐게 된다.

이 드라마틱한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이탈리아 스포츠카 브랜드 ‘페라리’의 피에로 페라리(Piero Ferrariㆍ70) 부회장이다. 페라리가 다음 주 창립 70여년 만에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하기로 하면서 벌써부터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피에로 부회장에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페라리의 모기업 피아트-크라이슬러 그룹(FCA)은 주당 48~52달러 선에 페라리를 상장한다는 계획이다. 상장에 성공하면 페라리 지분 10%(1889만2160주)를 보유한 피에로 부회장의 주식자산은 최소 9억달러(한화 약 1조원) 이상을 기록한다. 블룸버그는 그가 가지고 있는 기타 자산까지 합치면 총 13억달러(약 1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페라리 가문에서 마침내 최초의 억만장자가 탄생하는 셈이다.

젊은 시절의 피에로 페라리 부회장, 아버지 엔초 페라리 창업자, 버니 에클레스톤 F1 회장(오른쪽부터)

피에로 부회장은 창업자이자 아버지 엔초 페라리(Enzo Ferrari)가 1988년 사망하면서 경영권을 물려받았지만 여느 상속자들과 달리 전면에 나서지 않고 저자세를 유지해왔다. 그렇게 지난 30여년간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었던 그가 이번 페라리의 IPO로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피에로 부회장이 태어났을 때 아버지 엔초는 이미 가정이 있는 남자였다. 당시 이탈리아에서 이혼을 금지했던 탓에 피에로 부회장은 페라리 가문의 일원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페라리라는 성도 쓸 수 없었다. 엔초는 본부인 로라(Laura)와의 사이에 뒀던 큰 아들 알프레도(Alfredo)에게 회사를 물려줄 준비를 했다. 하지만 알프레도는 1956년 24살의 나이에 근육위축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났다.

페라리 가문 가계도

엔초의 관심은 이제 하나 남은 아들 피에로에게 향했다. 카레이서가 되려는 작은아들을 만류해 회사로 불러들였다. 결국 피에로 부회장은 1966년 이복 형의 이름을 딴 ‘디노 206 컴페티치오네(Dino 206 Competizione)’ 생산에 참여하면서 페라리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1978년엔 로라(Laura)가 사망하면서 비로소 ‘피에로 페라리’라는 이름을 가질 수 있었다. 그의 나이 27살 때였다.

‘서러운’ 유년기를 보냈던 피에로 부회장은 결국 페라리 가문의 유일한 상속자로 남았다. 1988년 아버지가 9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면서 세계적인 스포츠카 브랜드의 수장이 된 그는 지금까지 부회장직을 유지하며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해왔다.

억만장자 등극을 눈 앞에 둔 피에로 페라리 부회장

현재 페라리의 나머지 지분 90%는 피아트-크라이슬러가 30여년 째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페라리 상장을 기점으로 피아트-크라이슬러는 페라리를 분사하고, 내년까지 지분을 전량 매각해 손을 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업계의 관심은 페라리 주식의 첫 거래가 시작되는 21일로 쏠리고 있다. 태어난 지 30년이 지나고 나서야 페라리가(家)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피에로 부회장은 이 날 마침내 아버지도 오르지 못했던 빌리어네의 자리에 앉게 된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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