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기사
커지는 조희팔 사망 의혹...그런데 왜 느닷없이 유병언?
뉴스종합| 2015-10-15 13:00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4조원대 피해를 일으킨 ‘희대의 사기범’ 조희팔의 생존 가능성이 지속 제기되면서 사망한 세월호 사고의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연상된다는 반응이 나온다.

분명 유병언은 DNA 감식을 통해 사망 사실이 입증된 사안이지만, 조희팔 사망에 대한 경찰의 오락가락한 입장 때문에 유병언 사망에도 의문을 품는 시민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명확한 사망 원인 등 유병언 죽음에 대해 아직도 풀리지 않은 미스테리한 부분들까지도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의 한 IT업체를 다니는 3년차 회사원 강모(33) 씨는 15일 “국과수(국립과학수사원)에서 발표했기 때문에 유병언이 죽었다고 생각해왔지만, 솔직히 요즘 조희팔이 살아있다는 뉴스를 보면서 유병언도 살아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경찰이 죽었다고 한 조희팔을 검찰이 잡으려고 하고 있고, 경찰도 죽었다는 과학적 증거가 없다고 하는 상황에서 과연 기존 발표를 믿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대학교 3학년 조모(23ㆍ여) 양은 “조희팔이 살아있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들으니까 괜히 유병언도 해외 어딘가에서 살아 돌아다니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전했다.

하지만 불필요한 의혹 제기로 경찰 불신을 부추기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기도 파주에서 일하는 자영업자 김모(55) 씨는 “조희팔 때문에 괜히 유병언도 살아있을 거라고 추측하는 것은 이성적이지 않은 판단”이라며 “오히려 그런 에너지를 조희팔을 잡는데 쏟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경기도 일산에 사는 주부 조모(44) 씨는 “무조건적으로 음모론을 제기하는 것도 잘못된 거지만, 사람들이 왜 정부의 발표를 믿지 못하는 걸까에 대해서도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조희팔 사건이 재부상되기 전에도 유병언 사망을 둘러싼 몇가지 의문들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국민들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지난해 7월 경찰과 국과수는 유병언의 사망을 발표하면서 명확한 사인은 판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질식사 가능성, 지병 등에 의한 사망 가능성, 멍 등 외력에 의한 사망 가능성 등을 모두 분석했지만 시신이 심하게 부패했고 내부장기가 소실돼 사인 규명이 어렵다는 이유를 댔다.

이에 타살 가능성과 시신 바꿔치기 의혹까지 제기된 바 있다.

또 도주 18일만에 백골 상태의 변사체로 발견된다는 것이 가능하냐는 의문도 나왔다.

당시 한 경찰은 변사체 상태를 봤을 때 숨진 지 약 6개월 정도 지났을 것으로 추정하면서 신체 특성 등이 달라 유병언이 아닐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평소 술을 마시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그가 왜 가방에 술병을 넣고 다녔는지도 미스테리였다. 특히 시신과 함께 발견된 소주병은 2003년 출시돼 이미 단종된 지 10년이 지난 제품이었다.

조희팔 사망 발표를 직접 했던 경찰은 3년만에 사실상 이를 번복한 상태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지난 13일 기자단감회에서 “중국 측에서 보낸 자료가 있는데, 이걸 보고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면서도 “명확한 것은 조희팔이 사망했다고 할 만한 과학적 증거는 아직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조희팔의 생존 사실이 드러날 경우 경찰이 4만명에 이르는 피해자들을 상대로 ‘사기극’을 벌인 셈이 된다는 지적에 따라 유착비리 의혹과 부실 수사 문제, 은폐 목적성 여부 등도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조희팔 사건은 20여개의 유사수신 업체를 차리고 의료기기 대여업 등으로 고수익을 내주겠다며 2004년부터 4년간 수만명의 투자자를 끌어모아 3조5000억~4조원을 가로챈 사기 범행이다.

gil@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