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한지숙 기자] 미국 주요 은행들이 거액의 예금을 거절하기 위해 예치 수수료를 물리기 시작했다. 연 0~0.25%에 불과한 기준금리 환경에서 예대마진(대출 수익에서 예금 비용을 제외한 차이)이 줄다보니 거액의 예금이 오히려 은행의 수익성에 부담이 됐기 때문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스턴에 있는 투자은행 ‘스테이트 스트리트 코퍼’가 사상 처음으로 고액을 예치하는 고객에 한해 비용을 물리기로 했다고 19일 보도했다. 저금리로 돈은 넘쳐나는데, 금융위기 돈을 굴리는 데 따른 규제는 더 강화됐기 때문이다. 이미 유럽중앙은행은 고객으로부터 예치 수수료를 받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자산 규모 1위의 JP모건체이스는 올해 1500억 달러 이상의 예금을 거절했다. 이를 위해 예치액에 비용을 부과하는 방식도 동원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이미 지난 해에 기관 고객에 한해 예치 수수료를 내거나 그렇지 않으면 돈을 인출해 갈 것을 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동안 투자자는 당장 투자할 대상이 없으면 현금을 언제든지 인출할 수 있도록 은행에 예치해두고 저리의 이자를 챙겼다. 하지만 은행 입장에선 이는 달갑지 않은 돈이다. 저금리에다 금융위기 이후 핫머니(단기성 투기자금) 우려가 커져 예치와 운용에 대한 각종 규제가 강화됐다. 게다가 갑작스런 인출에 대비하는 것도 부담이다.

미국 연방예금보호공사에 따르면 올 2분기 미국의 국내 예금은 10조5900억달러를 기록, 5년 전보다 38% 증가했다. 하지만 은행의 예대(예금 대비 대출)비율은 2010년 78%에서 올해 71%로 낮아졌다. 이는 2007년 중순 92%에 비해선 큰 폭의 하락이다.

그런데 금융위기 이후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은행의 단기유동성비율(LCR)을 특정 회사채는 40%, 헷지펀드에는 100%로 규제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점차 현금 예치 대신 초단기 채권 펀드나 머니마켓펀드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주 판매된 1~3개월 짜리 초단기 국채는 이자율이 ‘0%’ 였다. 그만큼 채권 수요가 늘었음을 방증한다.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면 은행 수익도 회복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지난 여름 이후 중국 경제 둔화, 주요 신흥국 시장의 침체로 연준의 연내 금리 인상은 불투명해졌다. 이로 인해 KBW 나스닥 은행지수는 지난 7월 이후 약 9%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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