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치
파렴치한 일본…세계유산 탄광 강제징용 조선인 추도비에 '낙서 테러'
뉴스종합| 2015-10-24 19:06
[헤럴드경제]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일본 후쿠오카(福岡)현 미이케(三井) 탄광 등에서 일하다 숨진 한반도 출신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기리는 추도비가 ‘낙서 테러’를 당했다.

24일 후쿠오카 총영사관 관계자에 따르면 후쿠오카현 오무타(大牟田)시에 설치된 ‘징용 희생자 위령비’에 누군가가 검은 페인트로 낙서를 한 것이 23일 현지 재일본대한민국민단 관계자에 의해 확인됐다.

현장 사진에 의하면, 비석에 흰색으로 새겨진 비문 위에 스프레이로 뿌린 것으로 보이는 검은 페인트가 마구잡이로 칠해져 있었다. ‘라이따이한 문제에 대해 베트남에 사죄하라’는 취지의 글귀(이하 일본어)도 적혀 있었다.

또 강제노동 피해자들이 숙소의 벽장에 먹물로 쓴 ‘한 맺힌’ 글귀와 함께 그에 대한 설명을 새겨 놓은 다른 비석에는 검은 페인트칠과 함께 ‘거짓말!!’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뿐만 아니라 ‘위령비’라는 글귀가 새겨진 또 다른 비석에는 ‘일본산(山)을 더러운 비석으로 오염시키지 말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고, 욱일기 스티커도 붙여져 있었다.

한국인 강제징용을 부정하는 우익 성향 인사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현지재일민단 관계자는 관할 오무타경찰서에 신고했다.

위령비는 현지 시민단체 ‘재일코리아 오무타’가 미이케 탄광 등에서 일한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해 시와 일본 기업의 협력을 얻어 1995년 4월 오무타 시내 아마기야마(甘木山) 공원에 건립한 것이다. 오무타 시가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했고, 미이케 탄광을 운영한 미쓰이(三井) 광산 등 미쓰이 계열 3개사가 건립비용을 부담함으로써 과거사를 뛰어넘어 한일 화해를 모색하는 의미를 담았다.

재일코리아 오무타는 위령비 건립 후 매년 4월 첫 번째 일요일에 현지 한인과 오무타 시장, 후쿠오카총영사관 관계자, 일본 학생 등이 참석한 가운데 추도 행사를 개최해왔다.

미이케 탄광은 지난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일본 메이지(明治) 시대산업혁명 유산 23곳 중 하나다. 미이케 탄광과 미이케항에는 조선인 9천200여명이 강제동원돼 일하다 32명이 숨진 것으로 한국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앞서 일본의 몇몇 한국 관련 시설에서 유사한 사례가 발생한 적이 있다.

지난 3월 당시 39세의 일본인 남성이 도쿄 신주쿠(新宿)구 소재 한국문화원 보조 출입구 외벽에 라이터용 기름을 뿌린 뒤 불을 붙였다. 또 히로시마(廣島) 평화기념공원 내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 앞에 한일 학생들이 심어 놓은 ‘조선오엽(朝鮮五葉ㆍ잣나무의 일종)’이 작년 누군가에 의해 뽑혔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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