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오늘은 핼러윈데이] 언제부턴가 ‘키덜트의 잔칫날’ 됐다
뉴스종합| 2015-10-31 08:44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31일은 핼러윈(Halloween)데이. 일종의 서양 명절인데, 어찌하다보니 국내에서도 난리다.

유통가에선 핼러인데이를 특수 데이로 겨냥하고, 이마 판촉활동을 뜨겁게 전개한 바 있다.

주목되는 것은 요즘 핼러윈데이는 어린이들의 잔칫날이 아니라, 어른들의 행사로 됐다는 점이다. 특히 키덜트(아이+어른 합성어)를 중심으로 한 일부 어른들을 위한 날로 변한 흐름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알려진 미국의 축제 핼러윈데이를 며칠 앞두고 서울시내 한 백화점에서 부모가 아이들을 위한 핼러윈 용품을 살펴보고 있다. 핼러윈데이는 예전엔 아이들만의 잔칫날이었지만, 요즘엔 어쩔수 없이 어른 행사로도 변한 듯한 느낌도 든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직장인 서민정(가명ㆍ여ㆍ29) 씨가 그렇다. 핼러윈데이를 앞두고 서 씨는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코스튬과 액세서리를 구입했다. 이유는 핼러윈 당일에 친구들과 서울 시내에서 열리는 파티에 참석키 위해서다. 단 하루 파티 참석을 위해서 그가 지출한 돈은 파티 티켓을 포함해 10만원이 넘는다. 서 씨는 “미국에서 어학연수를 할 때 핼러윈을 재밌게 보낸 기억이 있어 그후 매년 핼러윈 파티에 가고 있다”며 “따분한 일상에 하루를 재밌게 보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했다.

국내에도 잘 알려지면서 어느샌가 유통특수가 돼 버린 핼러윈데이(Day). 그 앞에서 ‘어른’들이 바빠졌다. 분주해진 그 어른의 중심엔 바로 키덜트가 있다. 아이들을 설레게 했던 핼러윈데이는 아이들의 날이 아닌 키덜트 세상으로 된 듯한 착각마저 일으킬 정도로 키덜트족의 호응은 커졌다. 실제 일부 키덜트는 핼러윈데이에 서 씨의 경우처럼 아낌없이 지갑을 열고 있다.

사실 핼러윈데이는 2000년대 후반 유치원을 중심으로 어린 아이들에게 체험형태로 진행됐고, 일부 학부모들은 아이들 기가 죽을까봐 물심양면으로 행사를 지원했다. 

핼러윈데이를 상징하는 고무가면들.

지금은 중학생인 아들을 두고 있는 변형숙(45) 씨는 “수년전 아이가 유치원에 다닐때 핼러윈파티를 한다고 해서 마녀 옷을 만들어주고, 각종 핼러윈 식품을 사서 보냈던 기억이 있다”고 했다.

이후 핼러윈데이는 2010년을 넘어서 대중화된 데이로 자리해왔고, 아이들을 위해 꼭 챙겨야 하는 날이 됐다.

그렇지만 2015년 핼러윈데이는 더 영역을 확장했다. 아이들을 위한 특별한 날에 머물지 않고, 어른까지 동참하는 날이 된 것이다. 유통업체의 교묘한 상술과 1인가구 등 외로운 사람들의 증가, 어린시절 추억을 그리워하는 세태 등이 어우러져 이같은 현상을 낳고 있다.

그러다보니 해외에서 물 건너온 정체불명의 핼러윈데이에 괜히 우리가 춤을 추게됐다는 말도 나온다. 전업주부인 허수민(44) 씨는 “빼빼로데이다, 밸런타인데이다 무슨 무슨 데이 날에 이것저것 의무적으로 사야 하는 일에 짜증이 나기도 한다”며 “핼러윈데이는 특히 석연치 않은 치맛바람과 관련이 커 이에 뭐하는 일인가 싶을때도 많다”고 했다.

하지만 요즘엔 아이들을 위해 부모가 어쩔 수 없이 핼러윈데이를 챙겨야 하는 것을 넘어서 성인 스스로가 핼러윈 문화에 집착하는 트렌드로 변했다. 줏대가 없다는 뒷말이 나오기도 하지만, 당사자들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다.

실제 20대 이상의 핼러윈파티 문화는 성행하고 있고, 30대 이상 성인도 핼러윈 상품을 사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게 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특히 2030세대들은 모바일을 통해 오픈마켓, 파티전문 쇼핑몰에서 코스튬을 구입하고, 핼러윈 당일을 특별하게 보낼 수 있는 장소를 적극적으로 찾아나서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핼러윈을 앞두고 예전엔 유치원 등에서 대량으로 캔디나 초콜릿을 구입하는 매출이 발생했다면 최근들어선 연령대를 불문하고 핼러윈 장식품이나 관련 상품 구매가 급증하는 추세”라고 했다.

핼러윈에 동참하는 20대 이상의 어른이 증가하는 이유에 대해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파티문화’의 확산을 꼽는다. 국외 한국인 유학생 20만 시대, 외국 문화에 거부감이 없는 세대들을 중심으로 ‘핼러윈 파티’가 젊은층을 대표하는 문화로 부상했다는 것이다.

핼러윈을 포함한 파티용품의 매출이 단순히 시즌용, 일회성 구매가 아니라 매년 재구매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이를 방증한다. 파티용품 전문몰 ‘제이벌룬’을 운영하고 있는 전남식 대표는 “파티용품 자체가 감성적인 측면이 크기 때문에 입소문이 중요하고 1회성 이벤트용품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최근 파티를 즐기는 문화가 형성되면서 재구매율이 15~20% 가량으로 증가했다”고 했다.

핼러윈을 목전에 두고 유통업체들도 본격적인 핼러윈 시즌 영향권에 진입하는 분위기다. 몇년 째 핼러윈 파티를 진행하고 있는 서울 시내 특급 호텔업계 관계자는 “핼러윈데이를 앞두고 객실이 평소보다 빨리 찼다”며 “올해의 경우 평소보다 약 20% 정도 객실예약이 빠르게 진행됐다”고 했다.

이시환 카페24 마케팅전략연구소장은 “특이한 상품을 통해 개성을 표현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전문쇼핑몰을 찾으면서 핼러윈 매출 특수가 일어나는 것 같다”고 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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