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가뭄의 불편한 진실]가뭄→공급난→값 폭등→채소파동…이 방정식은 틀렸다?
뉴스종합| 2015-11-03 11:23
최근 시설재배 늘어 농산물 공급 안정적
일부 채소는 수입산 들어 오면서 가격 하락
채소작황은 가뭄보다 태풍·홍수가 큰 영향


과거에는 가뭄이 심하면 채소공급이 부족해지고 가격이 폭등하는 것이 당연시됐다. 하지만 하우스에서 재배하는 시설채소가 늘면서 요즘에는 가뭄보다는 태풍과 관련 날씨가 농산물 재배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예측하기 어려운 날씨가 가뭄의 자리를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날씨의 경우, 일조량이나 비의 양 등을 예측하기 어려워 농산물 생산물량을 조절하기 어렵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무의 경우, 올 7월 파종시기에 강원도 지역이 가물어 첫 파종 물량이 싹을 제대로 내리지 못해 잠시 가격이 오를 우려가 있었지만, 일주일 후 재파종한 물량이 정상적으로 나오면서 가격이 안정세를 찾았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올해 배추와 무는 생산량이 늘어나 가격이 하락세다. 배추와 무는 아직까지 노지배추와 노지무가 많긴 하지만, 올해는 가뭄과 태풍 피해를 보지 않은데다 풍부한 일조량과 적절한 비가 내리면서 재배면적이 약간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생산량이 늘었다. 이에 비해 양파와 마늘은 최근 2년 간 풍작이 이어지자 농민들이 재배 품목을 바꾸면서 올해 생산량이 줄어 가격이 폭등세를 보이고 있다. 


▶작황 좋은 배추와 무…가격 ‘뚝뚝’=김장철을 맞은 요즘 배추와 무는 올해 풍작으로 가격이 떨어진 대표적인 품목이다. 올해 날씨가 좋아 재배가 잘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배추의 경우, 한포기 가격이 이달 2일 기준 231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8% 가량 떨어졌다.

가을배추는 보통 150만톤 가량이 생산된다. 재배 면적만 1400ha, 4200만평이나 된다. 며칠 사이에 날씨가 좋고 햇빛이 잘 내리쬐면 5%만 생산량이 늘어도 7만5000톤이라는 어마어마한 물량이 늘어나는 셈이다. 더욱이 배추는 물만 주면 잘 자라는 품목이라 날씨 영향에 따라 수급량을 조절하기 어려운 농산물이다.

김장철인 요즘에는 가을배추가 아닌 준고랭지 지역인 경북이나 강원도 지역의 물량이 본격적으로 출하되고 있다. 올 여름에는 태풍도 안오고 날씨도 좋아 생산량이 늘었고, 그 물량이 지금도 몰려 나오면서 배추 가격은 더욱 약세다.

무의 경우도 풍작으로 가격이 떨어진 대표적인 품목이다. 올해 무 재배면적은 약간 줄었지만, 태풍의 영향이 거의 없었고 날씨가 비교적 좋아 작황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가격은 이달 2일 기준 1360원으로 전년 동기(1401원) 대비 3.7% 가량 떨어졌다. 또 과일 중에서는 사과가 올해 작황이 좋아 예년보다 20% 가량 생산량이 많아졌다. 
 
가뭄이 들면 채소 공급량이 달리고, 가격이 폭등할 것이라고 흔히들 생각하는데 요즘엔 그렇지 않다. 오히려 태풍이나 홍수 등이 더 채소 수요ㆍ공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김장철을 앞두고 채소 가격에 시선이 쏠린 가운데, 3일 오전 하나로클럽 양재점에서 고객들이 양파를 살펴보고 있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생산량 줄어든 양파ㆍ마늘…가격 ‘폭등’=양파는 올해 생산량이 많이 줄면서 주요 농산물 중 올해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를 것으로 우려되는 품목이다. 이달 2일 기준으로 양파 가격은 kg당 2140원으로 전년 동기(1350원)보다 55% 가량이나 올랐다.

우리나라 국민의 한해 양파 소비량은 144만톤 가량이다. 하지만 올해 생산량은 110만톤에 그칠 전망이다. 이처럼 양파 생산량이 급감한 이유는 최근 2년 간 양파 생산물량이 많아 제값을 주고 받지 못하게 되자 농민들이 다른 작물로 재배 품목을 바꿨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양파를 저장하지 않는 것 등을 감안하면 14만톤 정도 부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양파가격은 가락시장 등락가격 기준 kg당 1500원대까지 올랐다가 최근 1400원대로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최근 두달새 수입산 양파 5만여톤이 들어오면서 일부 수급이 안정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파 가격은 여전히 평년 대비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깐마늘 역시 최근 2년간 풍작이었다가 농민들의 품목 변경으로 올해는 생산량이 줄어든 품목이다. 

장연주 기자/yeonjoo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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