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리얼푸드] 특급호텔 ‘韓食의 런웨이’
뉴스종합| 2015-11-04 11:00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한식·패션쇼 접목 이색 갈라디너쇼
전통 한식 조리법으로 서양 식재료 플레이팅 세계인에 입맞춤



오래 전 조상들로부터 지금에까지 내려져 온 ‘한식’은 단어 속에 전통의 의미가 들어있다. 한식에는 익숙함과 낯섬이 공존한다. 밥을 주식으로 국과 반찬이 곁들어지는 일상의 밥상은 전자다. 궁중음식, 종가음식 등 전통을 가졌지만 평소에는 쉽게 접하기 힘든 음식들은 후자다. 편의상 후자를 ‘전통 한식’이라고 이름했을 때, 오랜 시간 이어진 한식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것은 이 전통 한식에서다. 세계 속에 대한민국의 맛을 알리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했던 적이 있었다. 한식의 세계화라고 이름붙인 한때 거센 물결이 거창한 구호만큼의 성과를 냈는지에 대해서는 물음표다.

오히려 한식을 주목하게 된 것은 한식과 가장 친숙한 한국인들이다. TV에서는 지역 각지의 ‘한식의 맛’을 찾아나서는 프로그램들이 등장했고, 요식기업들은 한식을 주재료로 한 레스토랑들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한식에 패션쇼를 접목해 갈라디너쇼를 준비한 조형학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총주방장.

하지만 여전히 ‘전통 한식’은 어렵고 낯설다. 퓨전과 전통이 혼용되는 시대에 전통을 알고, 한국의 전통을 알리기 위해서는 그것을 알고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 없으면 안된다. 패션쇼를 접목시킨 한식 디너, 고서의 음식을 재현한 한식 메뉴, 궁중음식 그대로 선보이는 메뉴 등 최근 특급호텔들의 움직임을 주목해야하는 것도 바로 이 이유다.

구운 단호박과 더덕을 곁들인 갈비 꼬리찜.


한식과 현대의 만남

시대를 반영하는 요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트렌드, 시대상을 그대로 반영하는 패션의 그것과 공통점을 찾았다. 그래서 요리에 패션을 입혔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이 오는 6일 선보이는 101주년 기념 갈라디너 ‘가스트로노믹 런웨이(Gastronomic Runway)’는 한식에 패션쇼를 접목시켰다. 패션쇼처럼 런웨이 퍼포먼스를 하면서 고객에게 메뉴를 서비스하는 이 갈라디너는 한식을 새롭게 조명해보고자하는 노력의 결과물이다.

“요리는 시대에 따라 변한다”. 갈라디너를 준비한 조형학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총주방장은 이 같은 생각을 가스트로노믹 런웨이가 선보일 메뉴, 서비스 방식에 그대로 담아냈다. 그는 “그 시대에 따라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식재료도 변하고 조리 기구(기술)도 발전한다”며 “전통만을 고수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 시대를 반영하는 요리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했다.

전통이라는 바탕에 시대를 담는 작업은 익숙한 식재료를 현대적인 감각을 가미해 선보이는 것으로 이어졌다. “우리의 한식을 지금 이시대, 세계인들이 가장 잘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했다. 보다 익숙한 식재료를 쓰고 모던한 플레이팅으로 세계인들이 보다 쉽게 다가설 수 있도록 했다”. 그의 말이다.

세계의 입맛을 위해 한식을 ‘변형’하는 일은 자칫 한식이 갖고 있는 본질을 잃기 쉽다. 한식을 세계화 시키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있었고 시행착오들은 한국적이면서 세계적인 한식의 그림을 그리는 밑바탕이 됐다. 갈라디너는 시대를 반영하지만 결코 한식이 가진 전통성을 잃지 않는 것에 중점을 뒀다. 조 총주방장은 “요리의 본질은 변하지 않고 잃지도 않아야 한다”며 “트러플, 캐비어와 같이 고급 양식 식재료를 사용했지만 한식 요리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외형은 트렌드에 맞게 심플하지만 내면인 맛은 한식의 본질을 담고 있다”고 했다. 

트러플과 간장소스를 곁들인 소고기말이.


한식의 세계화? ‘재료의 다양성’ 추구해야

가스트로노믹 런웨이가 선보이는 코스의 메뉴는 총 7가지다. 첫번째 애피타이저인 ‘봉화산 야채와 캐비어를 곁들인 랍스터 샐러드’는 G20정상회의 정상 오찬 때 소개됐던 랍스터 샐러드를 한층 업그레이드 시켰다. 랍스터와 캐비어 같은 서양 재료와 어울리는 참깨 드레싱을 개발해 한국적인 맛을 살렸다.

‘트러플과 간장소스의 소고기 말이’는 소고기에 간장 소스를 바르고 손으로 하나하나 말아 만든다. 버섯과 궁합이 잘 맞는 소고기를 버섯과 비슷한 트러플을 사용해 새로운 조화를 살려냈다. 메인 요리 전 셔벗은 얼음 조각 볼에 담겨 나오는 진보적인 플레이팅을 선보이지만 제주 감귤 막걸리를 사용해 한국적인 맛을 담아냈다.

메인 요리인 ‘구운 단호박과 더덕을 곁들인 갈비와 꼬리찜’은 고기, 밥, 뿌리채소 등 한상차림의 메뉴를 한 접시에 담았다. 한국의 대중적인 메뉴인 갈비와 꼬리찜으로 한식 그대로의 맛을 살렸지만 좀 더 심플하고 모던한 플레이팅을 선보인다.

한국식 소스와 한식 본질적인 요리법, 외국인들이 접해보지 못한 한국만의 신토불이 식재료를 사용해 한식의 본질을 지키고자 했다. 하지만 가스트로노믹 런웨이는 단순히 ‘본질’을 지키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조 총주방장은 한식이 세계시장에 소개될 때 “재료의 다양성을 추구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이번 갈라디너에서도 그는 제주 감귤, 고창 산딸기 등 지역 특산물에 더해 평소에 쉽게 맛볼 수 없지만 한식과 잘 어울리는 트러플, 캐비어 등 고급 식재료를 함께 사용했다. “클래식한 한국 특산물과 외국 식자재가 만나면 창조적이며 혁신적인 조화를 이룬다”는 것이 조 총주방장의 설명이다.

그는 “세계 시장에서 그 지역의 특화된 재료를 찾아내고, 현지 식재료를 응용해 어떻게 풀어서 요리하느냐가 관건”이라며 “한식의 소스, 요리 방법을 고수해 한식의 기본은 지키되 서양의 스타일을 균형있게 접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미정 기자/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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