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리얼푸드] 셰프 손으로 재탄생한…藥이 되는 종가음식들
뉴스종합| 2015-11-04 11:00
“수운잡방<사진>의 요리들은 단순히 종가 음식으로 치부하기에는 체계적이다.(수운잡방의 요리들은) 약이 되는 요리다”. 1540년경 저술된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조리서인 수운잡방을 계승하고 있는 광산 김씨 종가의 종부 김도은 씨가 수운잡방의 요리들에 대해 한 말이다. “당시에는 구하기 어려웠던 회향과 정향, 헤이즐넛 등이 재료로 사용됐고, 여름철이나 환절기, 가을, 겨울 등 계절에 맞는 조리법이 들어있다”는 것이 수운잡방에 대한 그의 설명이다. 


안동지역 산지의 마와 소고기를 참기름에 볶아서 엿물을 부어 만든 보양식인 ‘서여탕’, 영계를 손질해 참기름으로 볶은 후 갖은 양념과 함께 솥에서 졸여 형개(경북지방에 분포하는 약초)와 산초가루로 향미를 끌어올린 ‘전계아’. 한국인에게도 낯선, 수운잡방이 소개하는 ‘전통 한식’이 21세기를 살아가는 한국인, 세계인 앞에 재현됐다. 약이 되는 요리, 선조의 지혜가 담겨 있는 요리, 그저 고리타분한 고서의 한줄로 치부하기에는 ‘의미있는’ 종가 요리를 소개하고 나선 곳은 서울신라호텔이다. 서울신라호텔 한식당 라연은 지난 28일부터 3일간 종가음식의 본질인 맛과 멋, 정(情)과 예(禮)에 집중, 현대식 요리기법을 적용해 종가음식을 새롭게 선보이는 ‘미미정례’ 행사를 진행했다. ‘수운잡방의 본연의 맛을 지키면서도 세계화가 가능한 글로벌 수준에 맞는 코스 메뉴’를 탄생시키기 위해 신라호텔 한식당 셰프들은 전통 한식 ‘수운잡방’의 조리법을 전수받았다.

김 씨는 “집에서는 전통방식 그대로 먹지만 현재의 입맛에는 맞지 않을 듯 해서 연구를 했다”며 “귀중한 책(수운잡방)을 재현하게 돼 감사하고 영광”이라고 했다.

국내 특급호텔들이 한식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서울 시내 특급호텔의 한식당의 수는 다섯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 회전율, 식재 수급 등의 문제로 자취를 감춰왔던 호텔 내 ‘한식’ 입지가 넓어지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움직임이다.

콘래드 호텔 관계자는 한식과 관련한 호텔 프로모션이 증가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신선한 재료로 셰프가 직접 만든 전통 한식을 세련되게 담아내, 호텔을 찾는 내국인 뿐 아니라 외국인들도 한식을 보다 매력있게 느낄 수 있도록 이러한 한식 프로모션을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국내 미식 트렌드를 선도해온 특급호텔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한식을 풀어내는 여러 방식들을 관통하는 공통점은 ‘전통’과 ‘시대’의 조화다. 메이필드 호텔의 전통 한정식당 ‘봉래헌’은 한국관광공사에서 인증한 궁중음식 체험 식당으로 선정된 곳이다. 모든 메뉴는 서울과 경기 지방에 근간을 둔 궁중음식과 반가음식을 구현하고 있으며, 27년 동안 한정식만을 담당한 실력파 여성 이금희 조리장의 야무진 손맛과 담백한 맛을 강조한 메뉴들을 선보이고 있다. 대표 메뉴로는 전통 궁중음식을 재현해 진구절, 신선로, 삼합장과, 가평 잣으로 즙을 내어 버무린 대하 냉채 등으로 구성된 코스요리와 제철 식재료를 사용한 점심특선 등 정갈하고 품격있는 상차림으로 전통 한식당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다.

손미정 기자/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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