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2호선 강남 vs 4호선 강북’…면세점 빅매치
뉴스종합| 2015-11-05 11:04
2호선 지나는 강남의 롯데
문화 관광벨트 등 강남관광 활성화…향후 10년내 단일매장 세계 1위 목표

4호선 지나는 강북의 신세계·두산·SK
신세계, 남대문시장 글로벌 명품화…두산·SK, 동대문시장 살리기 총력



‘강북 4호선 vs 강남 2호선’

서울 시내 면세점 2차 대전의 최대 격전 포인트로 롯데 ‘월드타워점’ 특허가 떠오르면서 업체 간 대결 구도가 어찌보면 이와 같이 짜여져 눈길을 끈다. 새로 특허를 따내겠다고 나선 업체들은 강북의 지하철 4호선 라인에 위치해 있는 남대문ㆍ동대문을 입지로 삼은 반면, 수성을 다짐한 롯데는 2호선이 지나는 강남 관광 활성화를 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강남 2호선’이 통과하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초대형 음악분수(맨왼쪽)와‘ 강북 4호선’이 통과하는 신세계 본점, 동대문 두산타워,SK네트웍스가 입지선정한 케레스타(두번째부터)

특히 신세계는 5일 남대문시장을 글로벌명품시장으로 육성, 먹을거리와 야시장 등 관광객을 위한 콘텐츠를 강화키로 하는 계획을 내놓으면서 면세점 경쟁 열기를 달궜다.

앞서 롯데는 지난 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월드타워점을 소공점 매출을 능가하는 동북아 랜드마크 면세점으로 만들어 향후 10년 내 단일 매장 기준 세계 1위를 목표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2020년 매출 1조5000억원을 달성한 뒤, 2025년에는 4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매출 4820억원의 10배에 이르는 액수다. 롯데는 향후 5년간 1조2000억원을 투자하는 한편, 면적 역시 국내 최대 규모인 3만6000㎡로 확대키로 했다.

롯데는 이를 위해 ‘강남권 관광 활성화’를 내세웠다. 김보준 롯데면세점 마케팅부문장은 “서울 관광시장은 강북에 편중돼 있어 중국인 선호 방문지 상위 10곳 가운데 8곳이 강북이다”며 “강남에도 강남3구(서초ㆍ강남ㆍ송파)를 중심으로 경쟁력 있는 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관광의 강ㆍ남북 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해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롯데는 강남 3구를 중심으로 문화 관광벨트를 조성해 가로수길ㆍ압구정로데오ㆍ강남역ㆍ코엑스몰ㆍ석촌호수ㆍ한성백제문화박물관ㆍ올림픽공원ㆍ풍납백제문화공원으로 이어지는 관광 코스를 개발할 방침이다. 강남 3구를 동서로 지나는, 지하철 2호선이 통과하는 구간이다. 특히 월드타워점이 있는 제2롯데월드는 공연ㆍ문화ㆍ체험ㆍ관광ㆍ쇼핑을 한번에 해결 가능한 ‘관광쇼핑 복합단지 면세점’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강북권에 비해 부족한 강남권의 관광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석촌호수에 국내 최대 규모인 123m 높이의 음악분수를 조성하고, 월드타워 123층의 전망대, 아쿠아리움, 멀티플렉스, 클래식 공연장, 6성급 호텔 등 인근 시설과 연계하겠다는 것이다.

롯데가 이처럼 월드타워점에 힘을 싣고 나선 이유는 최근 상황이 롯데에 꼭 우호적이지는 않은 분위기와 관련이 커 보인다. 롯데는 서울시내 면세점 시장의 60%에 육박하는 점유율로 독과점 논란을 안고 있고,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도 지속되면서 여론 역시 싸늘한 상황이다. 이번에 특허가 만료되는 소공점과 월드타워점 가운데 하나를 빼앗겨야 하는 상황이라면, 매출이 상대적으로 낮은 월드타워점이 그 대상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는 것은 롯데로선 부담이 되고 있다.

반면 월드타워점의 특허를 노리는 신세계ㆍ두산ㆍSK는 강북의 4호선 라인에 입지를 선정해 공세를 펼치고 있다. 4호선은 서울 관광의 핵이자 롯데 소공점이 있는 명동과 12월에 문을 열 예정인 HDC신라면세점이 있는 용산, 풍부한 관광자원을 갖고 있지만 면세점이 없는 동대문 등을 지나는,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타는 노선이다.

신세계는 이 가운데 명동과 인접한 신세계 본점을 입지로 선정, 도심 관광 경쟁력을 한층 더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신세계는 앞서 한국은행 분수광장을 37년만에 시민 문화ㆍ휴식 공간으로 리뉴얼하겠다고 했고, 나아가인근의 남대문시장을 글로벌명품시장으로 육성해 먹을거리ㆍ야시장 등 관광객을 위한 콘텐츠를 강화키로 하는 전략을 내놨다. 또 명동에 한정돼 있던 도심 관광 코스를 연장해 ‘명동~분수대~남대문’으로 확장키로 했다.

김군선 신세계그룹 CSR사무국 부사장은 “남대문시장을 스페인 전통시장인 ‘산타카테리나’, 터키의 ‘그랜드바자르’ 등과 견줄 수 있는 세계적인 명품시장이자 대표적인 서울 도심관광 명소로 육성할 방침”이라며 “남대문시장 일대가 ‘도심면세 관광특구화’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두산과 SK도 동대문을 입지로 선정해 침체돼 가고 있는 동대문 시장을 살리고 동부권 관광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 하나가 주변 상권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만큼 이번 심사는 향후 서울 관광산업을 어느 지역 위주로 발전시킬 것인가를 결정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업체들이 입지로 들고 나온 지역들이 각자 명분이 뚜렷해 쉽게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고 했다.

김성훈 기자/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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