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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현장리포트]기고 - 산업부제1차관 이관섭
헤럴드경제| 2015-11-06 11:01
미국 47%, 한국 13%, 중국 1%. OECD에서 분석한 스마트폰의 부가가치 비중이다. 기획·설계 부분이 부가가치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반면, 부품과 제조·조립을 합쳐도 기획·설계 파트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부가가치가 창출된다는 분석이다. 최근 글로벌 가치사슬이 ‘기획·설계 - 부품 공급 - 완제품 제조’로 세분화되고 있는 추세 속에서 부가가치 창출의 원천이 ‘제조·조립’에서 ‘기획·설계’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기획·설계’의 핵심은 무엇일까? 바로 ‘사람’이다. 기획·설계 능력은 오랜 경험, 전문지식과 창의성을 갖춘 사람의 두뇌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두뇌역량은 생산설비와 같은 유형의 생산요소와는 달리 정보화·기계화를 통한 자동화가 어렵고 단기간 내 모방하기도 어렵다. 그간 선진국이 기획·설계 분야를 독과점 하면서 높은 부가가치를 향유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 경제가 중국과의 격차를 유지하고 고부가가치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우리 제조업도 그간 축적해온 ‘제조·조립’의 강점을 바탕으로 ‘기획·설계’ 역량을 적극 활용할 시기가 되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의 두뇌역량은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하면 취약한 상황이다. 몇몇 대기업과 달리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혁신의지에도 불구하고 규모의 영세성, 투자 여력 부족 등으로 인해 자체적인 기획·설계 역량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부터 산업 부문의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제조업혁신 3.0 전략’의 일환으로 두뇌기업 육성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획·설계 분야 전문기업을 ’두뇌역량우수전문기업(K-BrainPower)‘으로 선정해 집중적으로 지원함으로써 기획·설계 분야의 스타기업을 육성하고, 중소 제조기업들이 외부 기획·설계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하겠다는 의도다. 정부는 지난해 기술 혁신 역량, 재무능력, 성장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K-BrainPower 41개사를 선정하였으며, 올해도 39개 기업을 선정했다. 여기에는 엔지니어링, 디자인,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시스템반도체, 바이오 분야의 우수기업들이 포함되어 있다.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선정된 기업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인지도가 상승해 채용박람회에서 고급인재 채용이 원활해지고, 해외진출 모색 과정에서 K-BrainPower 선정을 트랙레코드로 활용한 기업도 있다. 또한, 2014년에 선정된 기업들은 전년 대비 영업이익률이 153% 성장을 보이는 등 질적으로 높은 성장을 보여주기도 했다.

우리 제조업이 지금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하지만 우리 경제의 발전에 큰 역할을 해온 제조업의 강점에 기획·설계 역량과 같은 ‘소프트파워’를 입혀 나간다면 머지않아 우리나라가 제조업 세계 4강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번뜩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무기로 우리 제조업에 소프트파워를 입혀 나가는 ‘두뇌역량우수전문기업’들의 멋진 활약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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