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으로 표류하던 국회가 재가동에 들어 갔다. 완전 정상화까지는 여전히 간극이 크지만 9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시작으로 일단 문을 연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국정화 투쟁’과 병행해 예산안 심의 등 민생과 경제도 챙기는 ‘투트랙’ 전략을 선택한 데 따른 것이다.
새정치연합 입장에서도 안팎 경제 상황을 보면 마냥 ‘투쟁’만 외치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걸 느낄 것이다. 경제는 지금 그야말로 하루가 다르게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발표되는 경제 지표들은 줄줄이 ‘최악’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한국 경제를 일으켜 세운 주역인 제조업의 매출이 지난 1961년 통계를 조사한 이래 처음으로 1.6% 감소한데 이어 경제 대들보인 수출이 한달만에 무려 15.8% 급락했다. 올들어 10월말까지 신용등급 강등 기업이 50개를 넘어서 외환위기 이후 가장 많았다. 작금의 위기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들이다.
체감 경기는 더 좋지 않다. 국민들이 느끼는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0.2%(실제 2.6%), 실업률 15.2%(3.7%), 소비자물가상승률은 3.0%(0.7%)이라는 현대경제연구원 분석은 경제적 고통이 얼마나 심한지 알 수 있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교역의 25%를 차지하는 중국의 성장둔화와 미국의 금리 인상은 가뜩이나 난국에 빠진 우리 경제를 더 깊은 수렁으로 밀어넣을 게 확실하다. 국내 경영학 교수의 70%가 기업 구조조정이 지연될 경우 향후 3년 내 우리 경제는 큰 위기(deep impact)에 직면할 것이란 우울한 전망도 나와 있다.
그런데도 국회는 연일 파행이었다. 개혁 입법은 내팽겨진지 이미 수개월째이고, 수출에 새로운 동력을 제공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은 안중에도 없다. 창조경제, 혁신 경제는 날개도 달지 못했다. 내년 예산마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으로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민생과 경제는 어떠한 경우에도 최우선 고려사항이 돼야 한다. 새정치연합도 이를 모를 리 없을 것이다. 일단 정상화라는 통 큰 결단을 내렸다면 경제 활성화 관련 법안 등을 적극 챙겨야 한다. 그래야 그 결단이 진정성을 갖게 된다. 문재인 대표가 주거ㆍ중소기업ㆍ갑을관계ㆍ노동의 4대 민생 개혁을 제시한 것 역시 이런 맥락이라고 본다. 정부와 여당도 문 대표의 제안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국정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여야 모두 이번 국회의 성적표가 내년 총선 결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