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알고도 당한다, 포장의 트릭]과일 바구니 크기인데, 빼빼로는 겨우 몇가닥…“이게 뭡니까”
뉴스종합| 2015-11-10 09:54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1년차 직장인 김지훈(28) 씨는 빼빼로데이(11월11일)를 앞두고 여자친구에게 줄 선물을 고르면서 여러번 혀를 찼다. 대형 마트나 편의점에서 근사하게 포장돼 판매되는 빼빼로 상품의 알맹이가 너무 부실했기 때문이다. 과일 바구니와 비슷하게 꾸며진 묶음 상품을 살펴보니 정작 과자 자체는 조금 들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2만~3만원에 달했다. 김 씨는 “어차피 선물은 겉모습도 중요하다는 걸 감안해도, 알맹이에 비해서 껍데기가 너무 거창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며 “유명 베이커리에서 파는 선물세트도 겉만 번지르르하고 내용물은 부실한 게 대다수였다”고 말했다. 

빼빼로. 빼빼로데이를 앞두고 과대 포장 눈총을 받고 있는 과자다. 빼빼로 뿐만 아니라 내용물보다 포장이 더 부피를 차지하는 버블 포장 논란은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한 시인은 자신의 시에서 “껍데기는 가라”라고 외쳤지만, 점점 화려해지고 교묘해지는 껍데기들도 있다. 다양한 제품의 겉을 감싸고 있는 포장재ㆍ포장방식이 그렇다. 과자, 화장품, 생필품, 식음료 등 상품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과대ㆍ과잉포장는 문제는 비단 어제오늘 나온 문제는 아니다.

SNS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따금 과대포장을 조롱하는 글들이 올라온다. 예컨대 ‘과대포장 끝판왕…택배 4단계 변신’이란 제목의 글에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스마트폰 케이스를 주문했더니 겉 상자, 에어캡, 비닐을 다 벗기고 나서야 비로소 케이스가 달랑 들어있었다는 사연이 사진과 함께 담겨있다.

포장은 일종의 트릭이다. 과대 포장에 따른 고비용을 소비자에 떠넘긴다는 비난도 받지만, 상품을 보다 고급스럽게 해준다는 점에서 필수적인 완성품 전 단계라는 의견도 나온다. 포장을 준비하는 모습.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직장인 박모(43) 씨는 최근 지인으로부터 선물을 받고 깜짝 놀랐다. 가로와 세로가 30cm, 높이는 10cm 정도 되는 큼지막한 상자를 열었더니 100ml 들이 로션병과 크림병이 웅크리고 있었다. 알맹이를 뺀 상자 속 빈공간은 종이를 얇게 잘라서 만든 충전재로 가득했다. 처음엔 추가 비용을 들여서 선물용으로 포장한 것이라고 알았다. 하지만 알고보니 이 상품은 애초부터 이런식으로 묶여 판매되는 것이었다. 박 씨는 “이렇게 보이는 부분만 부풀려서 파는 것은 완전히 환경 오염이자, 소비자들이 뭔가 대단하게 느끼게 하는 착시효과를 준다”고 불쾌해했다.

과대포장을 보는 소비자들의 시선이 싸늘해지면서 스스로 달라지는 모습도 나타난다. 대표적인 곳은 제과업계다. “질소를 사면 과자를 덤으로 준다”는 표현까지 나오게 할 정도로 과잉포장을 집중 공격받았던 업체들은 최근 소위 ‘착한포장’을 내세우며 고객의 마음을 돌려세우려 노력하고 있다. 가격은 그대로 둔 채 제품의 중량을 10~25%씩 늘리는 식이다. 포장재 자체를 친환경적인 소재를 쓰고 실용적으로 설계하는 사례들도 나온다. 하지만 이 역시 과대 포장 논란을 잠재우기는 아직 버거워 보인다.

물론 모든 포장을 도매금으로 나쁜 것으로 간주해선 안 된다는 시각도 있다. 오히려 포장이 알맹이(제품)의 가치를 업그레이드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는 반론과 함께, 여전히 고급스러운 포장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형 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적지 않은 고객들은 여전히 포장의 디자인, 크기, 재활용 가능성 등을 고려하기 때문에 포장도 상품의 품질을 한 단계 높여주는 수단”이라며 “지나친 과대포장은 지양하는 게 맞지만 포장이 적당한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은 개별 소비자가 판단할 문제”라고 했다.

whywh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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