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알고도 당한다, 포장의 트릭]유통업체 ‘착한 상품’으로 가긴 가지만…
뉴스종합| 2015-11-10 09:55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지난해 9월 국산 과자봉지 160여개로 뗏목을 만들어 한강을 건넌 대학생들의 퍼포먼스는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이를 계기로 국내 제과업계의 고질적인 ‘질소 과자’ 문제가 부각됐다. 그로부터 약 1년, 제과업체들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대표적인 ‘착한’ 기업은 오리온이다. 제과업계 2위 오리온은 올 9월 연 매출 1300억원대 브랜드인 ‘포카칩’의 용량을 60g에서 66g으로 늘렸다. 이어 10월에는 연 매출 1100억원대인 ‘초코파이’의 용량을 35g에서 39g으로 늘렸다. 두 제품 모두 가격은 그대로 뒀다. 오리온은 포카칩과 초코파이 증량으로 각각 연간 생산비 40억원, 30억원 등 총 70억원을 더 부담하게 됐다. 아울러 와우껌(19g→21g)과 고래밥(34g→40g)도 중량을 늘렸다. 


오리온 초코파이情

이 뿐만이 아니다. 오리온은 지난해 11월 1차 포장재 개선을 통해 21개 브랜드의 빈 공간 비율을 줄였고, ‘리얼브라우니’(7개→8개)와 ‘왕고래밥’(54g→56g), ‘리얼치즈칩’(60g→62g), ‘눈을감자’(72g→76g)의 중량도 늘렸다. 올 3월에는 2차 포장재 개선을 통해 22개 브랜드에 잉크 사용을 88t 줄였고, 필름 재질과 골판지 규격 개선 등을 통해 원가를 10억원 절감하는 성과도 냈다. 오리온은 향후에도 포장재 개선과 증량을 다른 제품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해태제과는 올해초 ‘구운양파’(56g→70g), ‘구운인절미’(56g→70g)와 ‘구운오징어’(56g→70g, 116g→140g)의 중량을 늘렸다. 하지만 이들 3개 제품은 연 매출이 총 208억원에 불과하다. 장수제품인 ‘구운감자’는 그대로 놔둔채 비교적 잘 안팔리는 제품만 생색내기를 한 것 아니냐는 뒷말을 낳은 이유다.
 
오리온 포카칩

하지만 이마저도 하지 않고 제품의 중량을 줄이거나 가격을 올리는 꼼수는 여전히 식음료업계에 만연해 있다.

제과업계 1위인 롯데제과의 ‘빼빼로’가 대표적이다. 빼빼로는 지난해 초 1000원(42g)이던 제품에 2개를 더 넣어 1200원(52g)으로 인상해 눈총을 샀고, 올 4월에는 가격은 그대로 둔 채 3개를 다시 빼 비난을 받았다. 빼빼로는 연 매출 800억원대 브랜드로, 1983년 200원에 출시됐지만 지금은 1200원으로 6배나 올렸다. 하지만 중량은 50g에서 30g까지 줄었다가 지난해 52g에 이어 올해 46g으로 다시 줄었다. 31년 전보다 중량은 줄었는데도 가격만 6배가 된 셈이다. 

오리온 초코파이情의 중량전(왼쪽)과 중량후.

롯데제과의 ‘드림카카오 72%’와 ‘드림카카오 56%’도 올 7월 가격은 그대로 둔 채 중량만 기존보다 4.4% 줄였다. 롯데제과는 현재까지 가격 인하나 중량 늘리기, 포장재 개선 등을 하지는 않고 있다.

또 정식품은 올 2월 베지밀A와 베지밀B의 가격은 유지하면서 용량만 1000㎖에서 950㎖로 줄였다. 대중적인 위스키로 통하는 임페리얼 12년산은 올 9월 용량이 500㎖에서 450㎖로 줄었다. 가격은 기존 출고가(2만6334원) 그대로 뒀다. 남양유업도 ‘이오 20’s’의 가격은 유지한 채 용량을 150㎖에서 135㎖로 줄였다. 남양유업 측은 이 제품의 당 함량 및 칼로리를 낮췄고, 칼슘과 비타민A 함량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yeonjoo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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