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리얼푸드]‘수제 육가공품’ 匠人…플라샤트를 만났다
뉴스종합| 2015-11-11 10:41
-“샤쿠티에는 디자이너이자 예술가”

-45년간 외길인생…맛과 멋의 스토리

-육가공품 신선한 재료가 가장 기본

-가정에서 고를땐 적당한 가격대를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냉장고가 없던 시절, 고기의 보관은 육류를 섭취하는 인간이 스스로 풀어야할 숙제 중 하나였다. 실온에 둔 육류에는 박테리아가 생기기 쉽다. 무심코 방치한 육류는 오히려 인간의 생명을 위협한다. 인간은 냉장고 없이도 오랫동안 육류가 가져다주는 단백질과 영양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가공’으로 풀었다. 햄, 베이컨 등 저장가능한 형태의 ‘육가공품’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금의 기계가 아닌 인간의 손이었다.

샤쿠티에(charcutier)는 낯설어도 ‘한참’ 낯설다. 물론 낯선 것은 단지 이름만이 아니다. 15세기 유럽에서 생긴 ‘샤쿠티에’라는 직업은 육류를 먹기 좋게 가공하고 요리하는 일을 말한다. 마트 한켠에 진열된 비슷한 맛의, 같은 생김새의 육가공품과는 다르다. 샤쿠티에는 도축된 신선한 재료들을 이용해 수제로 육가공품을 만들어낸다. 손으로 육가공품을 빚어내는 샤쿠티에는 분명 수백년에 걸쳐 이어져 온 직업이지만, 대량생산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분명 생소하다.

다시 냉장고가 없던 시절로 돌아가보자. 샤쿠티에는 그 시대, 남은 고기를 오래두고 먹기 위해 인간이 내놓은 답이다. 소금에 절이고 훈제하는 방식을 고안했던 것부터 시작된 샤쿠티에라는 직업은 후대의 샤쿠티에로 이어지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햄이나 소시지 등 가공육을 1급 발암물질이라고 발표한 가운데, 샤쿠티에의 명성을 이어오고 있는 ‘샤쿠테리(수제 육가공품)’ 장인(匠人)이 한국을 찾았다. 11월 한달 간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직접 만든 ‘로얄 홈메이드 육류 가공품’을 선보이고 있는 샤쿠티에 베니토 플라샤트(Benito plasschaertㆍ66)가 그 주인공이다. 

기계와 대량생산으로 사라져가고 있는 수제 육가공 기술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샤쿠티에(charcutier)인 베니토 플라샤트는 샤쿠티에를 ‘예술가’로 비유했다. 그는 현재 전세계를 다니며 신선한 육류를 활용한 그만의 레시피를 선보이는 수제 육가공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육류로 창의적인 것을 만들고 싶었다=그랜드하얏트서울 주방 한켠에 있는 부처 키친(육류를 다루는 주방)에서 금색으로 ‘베니토(BENITO)’라는 글씨가 쓰여진 밀집모자를 쓴 이가 기자를 반겼다. 흔히 ‘고기를 잡는’ 직업에 대해 갖고 있던 편견을 깨는, 꽤 편안하고 자유스러운 모습에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육류의 감촉을 그대로 느끼고 싶다”는 그는 무릇 장갑을 끼고 다루는 돼지고기며 소고기, 닭고기들을 맨손으로 다루며 그 자리에서 미트로프(meat loafㆍ다진고기를 식빵형태로 만든 요리) 두 가지를 만들어보였다. 이 중 하나는 매운 맛을 가미하기 위해 ‘김치’를 함께 넣었다. 각 지역, 문화, 인종에 따른 수 많은 입 맛을 고려해 그가 고안한 ‘플라샤트만의 오리지널’ 레시피다.

손을 씻는 세면대와 조리대를 몇번이고 오가며, 육류를 손질하고 갈고, 다른 재료들과 함께 섞는 모든 과정에서 그는 ‘망설임 없는’ 맨 손이었다. 며칠간 육류를 숙성하고, 그것을 가공하고 온도를 일일이 맞춰 정성스럽게 굽고 찌는 플라샤트의 육가공품 제작과정들에서는 단순히 ‘찍어내는’ 육가공품의 모습이란 전혀 찾을 수가 없었다.

베니토 플라샤트는 지난 45년간 샤쿠터리의 명성을 지켜온 ‘장인’이다. 네덜란드, 벨기에, 독일, 스위스, 프랑스, 미국 등 세계 각국에서의 요리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검증된 샤쿠티에다.

그를 만난 후 가장 먼저 던진 질문은 ‘샤쿠티에는 무엇인가’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샤쿠티에는 ‘디자이너이자 예술가’다. 플라샤트는 “가축을 도축, 분해, 관리 및 보관하는 전문가를 ‘부처(Butcher)’라고 부르는데, 샤쿠티에는 부처가 준비한 신선한 재료들을 본인이 개발한 레시피에 맞춰 혼합하고, 향을 첨가하고, 질감을 더하여 새로운 형태의 가공품을 만든다는 점이 다르다”며 “이러한 점에서 나는 샤쿠티에라는 직업을 좀 더 창의적인 일을 하는 디자이너 혹은 예술가로 말하고 싶다”고 했다.

50년 전, 그는 원래 네덜란드에서 가장 어린 마스터 부처였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따라 부처일을 시작한 그는 육류에 창의성을 더할 수 있는 샤쿠티에가 되기로 결심했다. 플라샤트는 “유럽 각국을 돌아다니며 북유럽 지역의 사람들은 훈제향이 나는 샤쿠터리 음식을 좋아하고, 이탈리아와 같은 남유럽 지역의 사람들은 염장해 말린 햄을 좋아하는 등 나라와 문화마다 다른 사람들의 요리법과 기호에 대해서 경험하고 배웠다”고 했다.

1975년부터 25년간, 플라샤트는 벨기에에서 샤쿠터리 전문점을 운영했다. 지금, 그는 더 이상 가게를 운영하지 않는다. 전세계에서 손꼽는 샤쿠티에인 그는 현재 샤쿠티에 트레이닝과 컨설팅을 하며 전 세계를 돌아다닌다.

“사람들이 의사나 컴퓨터 전문가, 엔지니어 등이 되기만을 원하고 전통과 기술이 사라져가는 현실을 마냥 지켜볼 수는 없었습니다.”

그는 “해외에는 부처 셰프 역시 충분하지 않다. 벨기에에서는 오직 6명의 부처들이 매년 졸업한다”며 “부처와 샤쿠터리 기술의 전문성이 조금씩 죽어가고 사라져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나는 나의 기술을 전수하기 위해 컨설팅과 트레이닝을 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수제 육가공 장인 플라샤트가 육가공을 만드는 과정의 장면.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신선한 재료가 가장 중요하다=플라샤트는 샤쿠티에가 선보이는 모든 종류의 육가공품을 다룬다. 모든 종류의 육가공품은 각기 다른 과정, 레시피를 통해 생산된다.

‘파테’를 예로 들어보자. 그는 “파테는 살코기와 동물의 간을 비율에 맞춰 반죽을 한 뒤 찌거나 구워 주로 바게트나 빵에 발라먹는 음식”이라며 “나라마다 익히는 방법이 다른데 벨기에의 파테는 대부분 찐 것이고 프랑스의 바테는 굽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크라프트콘 브레드(빵)는 어니언 포크 파테와 잘 어울리고 소프트롤로 된 브레드는 오리 푸아그라 파테와 잘 어울린다.

육가공을 할 때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신선한 재료’다. 그는 “샤쿠티에로서 좋은 재료를 알아보는 안목을 가지는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플라샤트는 “예를 들어 동물의 간과 살코기를 섞는 파테를 만들때, 신선한 간을 고르는 것이 모든 과정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며 “신선하지 않은 간을 이용하면 파테에서 쓴맛이 베어 나온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온도란다. 그는 “재료를 다져 용기에 넣고 익힐때에는 1kg을 기준으로 오븐을 120도로 예열해 1시간정도 익히면 다 익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일반 가정에서 수제 육가공품을 쉽게 구입하기란 쉽지 않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아무래도 일반 유통채널에서 판매하는 육가공품이 구매의 편리성 면에서 월등하다. 그는 “좋은 육가공품을 고르기 위해서 일반 가정에서도 재료에 대한 지식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육가공품이라고 해서 너무 싼 제품을 사려고 하기 보다는 적당한 가격대의 것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가격이 쌀 수록 재료가 좋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는 게 그의 당부다.

플라샤트는 “성분 표기면에 알파벳 E와 숫자가 붙은 성분은 보존제와 같은 화학 성분을 의미한다”며 “햄과 같이 제품의 단면이 보이는 상품일 경우 단면의 색이 모두 같은 제품보다는 색과 질감에 차이가 있는 것을 구입하길 권한다”고 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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