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 경제 미분류
[세계의 왕실- 스와질랜드]군주 민주주의·반라의 갈대축제…‘방탕권력’ 음스와티 3세
헤럴드 경제 미분류| 2015-12-10 11:00
인구 63%가 하루 1.25달러로 생계
HIV 감염자 31% ‘에이즈왕국’ 오명
일부다처제 14명의 부인 둔 ‘완벽남’
처녀 성생활 금지시키고 자신이 어겨
국가예산 5% 연봉 챙기고 사치 생활
처녀들 갈대 들고 행진하는 전통축제
처참한 현실 잊게하는 ‘마약’같은 행진



‘에이즈 왕국’ ‘빈민의 나라’

아프리카의 마지막 절대왕정 국가 스와질랜드의 현재 모습은 처참하다. 2011년 정부 통계에 따르면 성인(18~49세)의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HIV) 감염자가 31%에 이른다. 사망률 1위인 에이즈로 인해 평균 수명은 53.1세, 세계에서 182위다. 인구의 63%가 하루 1.25달러 미만으로 생계를 꾸린다. 스와질랜드의 지니계수(소득 분배의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표)는 51.5로 높다. 유엔개발계획(UNDP)이 평가한 부의 평등 순위에서 187개국 중 170위로 최하위권이다.

그런데도 내란과 내전이 끊이지 않는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과 다르게 국정은 꽤 안정적이다. 연중 온난한 기후에 강원도 크기만한 작은 면적, 인구 110만의 소국은 19세기 초 영토를 평정한 소부자 1세 국왕 이래 순탄한 왕정을 유지하고 있다.

군주민주주의 스와질랜드의 절대권력자 음스와티3세. [사진출처=www.gossipmill.com]

독립의 아버지 소부자 2세=현 국왕 음스와티 3세의 부왕인 소부자 2세는 모친의 섭정을 포함해 무려 83년을 통치했다. 그는 75명의 부인과의 사이에서 200명이 넘는 자식을 뒀다.

소부자 2세는 현 입헌군주 국가의 기틀을 마련한 인물이다. 민족운동을 일으켜 1968년 영국으로부터 나라를 독립시켰다. 그는 식민주의 잔재 청산을 이유로 모든 정치 정당과 노동당의 활동을 금지시켰지만 결국 내각제를 도입했고 1978년 첫 선거도 치렀다. 부국에 힘써 재임 중 농업, 광업의 발전 등 경제 발전이 이뤄졌다.

독특한 ‘군주 민주주의’=자식이 많으니 권력다툼이 없을 리 없다. 1982년 소부자의 서거 이후 1986년 18세의 젊은 나이로 왕위에 오른 음스와티 3세(47)는 정적 제거에 힘썼다. 부왕 때 많은 영향력을 행사했던 전통왕실자문단을 해산시키고, 정부 관리들을 숙청했으며, 언론을 탄압했다. 권력층과 혼인을 통해 지지기반을 넓혔다.

음스와티 들어 왕은 행정, 입법, 사법을 사실상 장악한 절대 권력자로서 굳건해졌다. 스와질랜드는 군주제에 서방 의회 민주주의를 결합시킨 독특한 ‘군주 민주주의’를 주창한다.

상하원 95명 중 30명이 국왕이 임명한다. 65명은 선거를 통해 선출하는데, 부족장의 동의를 받아야하며, 부족장 또한 국왕이 임명한다. 국회의장, 장관 임면권도 왕의 권한이다. 의회는 왕이 국민의 소리를 듣기 위한 자리인 옛 부족장 회의 ‘리쿼쿼’의 연장선에 불과하다. 국민이 선출한 평민은 ‘틴쿤들라’라고 부르는데, 이 평의원들은 경제난 등 국가적 어려움이 발생할 때 국민의 지탄을 한몸에 받는다. 민의를 왕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서 발생한 재난이지, 왕의 책임은 아닌 것이다.

끝없는 사치와 부정 축재=일부다처제에서 음스와티는 잘생겼으며, 부인을 여럿 둔 ‘완벽남’으로 선망의 대상이다.

현재 국왕은 부인 14명, 자녀는 30명을 뒀다. 숫자는 부왕에 비해선 ‘소박하다’. 하지만 에이즈 확산 방지 조치로 2001년 처녀의 성생활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린 지 이틀만에 자신이 이를 어기는 등 행실은 방탕하다.

음스와티 3세의 재산은 500만~2000만달러(58억~231억원)로 추정될 뿐 정확한 규모는 알 수 없다. 그는 국가투자회사 ‘티비요 타카응웨인’을 통해 왕실설탕회사(RSSC), 호텔체인 ‘스와지스파’, 쇼핑몰과 부동산 회사, 통신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또 12개의 왕궁과 1대의 전용기도 갖고 있다. 2004년에는 부인들에게 1명씩 왕궁을 하나씩 나눠주기도 했다. 2005년에는 벤츠 S-350을 8대나 구입해 물의를 빚었다.

국왕의 장녀 시칸니소 들라미니(28) 공주도 사치스럽긴 마찬가지. 영국 사립학교를 나와 영국과 미국에서 대학 수학을 한 공주는 15세인 2003년에 미국과 영국을 여행하면서 국고 10만달러를 썼다.

유학 중인 2009년에 한 대학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공주가 되어서 좋은 점은 “사치스러운 삶을 감당할 수 있는 것 뿐”이라고 답했다. 국가 재정의 50%는 남아프리카관세동맹으로부터 나오는데, 남아공과 함께 스와질랜드 경제는 악화일로다. 그런데도 올해 국왕의 연봉은 7억9200만랜드로, 지난해 보다 무려 25% 늘었다. 이는 전체 국가 예산의 5%에 해당한다.

축제는 끝나지 않았다=스와질랜드는 갈대축제로 유명하다. 수천명의 처녀들이 국왕 앞에서 반라의 차림으로 갈대를 들고 춤을 추는 중간에 왕비를 간택하는 전통행사다. 현대에 와서는 성인식에 가깝다. 실제 왕이 축제의 자리에서 왕비를 간택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갈대 축제를 즐기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10대 소녀들이 수만명이 모이는데, 이들은 수십킬로 미터 거리를 노래하며, 춤추며 행진한다. 그 맨 앞은 왕실 공주들이 이끈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국왕 알현이다. 왕이 처녀들 사이를 돌면서 처녀들에게 고개를 숙여 예를 갖추는 것으로 성인이 되었음을 인정해준다.

축제는 국민과 왕이 소통하고, 전통과 민족적 자긍심으로 하나되는 자리다. 동시에 처참한 현실의 고통을 잊게 하는 마약이자, 왕정에 대한 비판을 멀게 하는 정치 프로파간다의 하나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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