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립학교인 대경상고 김형도 교사는 지난 8일 학교 전체 교원들에게 자신이 국정교과서 집필에 참여하게 됐다는 집단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메시지는 A4용지 3장 분량으로 김 교사가 12월까지만 학교에 나오고 내년 1월부터 13개월간 역사교과서를 쓰게 됐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김 교사가 보낸 메시지에는 “(집필 관련) 1월부터 13개월간 역사교과서를 함께 쓰게 됐다. 저 말고도 46명과 어떻게 생활해야 할지 모르겠다. (집필진이) 모이면 (국편이) 얼마나 비밀을 강조하는지 질릴 정도”라고 전했다.
특히 그는 “자신이 남경필 도지사의 고종사촌 동생인데 남 지사의 도움 없이 이 학교에 왔다. ‘대한민국 집필’ 후 13개월 뒤엔 많이 달라져 있을 것”이라며 “‘남경필 주니어’가 되어서 돌아오겠다”는 말까지 써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사는 메시지 말미에 ‘さよなら’(사요나라)라고 일본어로 작별인사를 하기도 했다.
이 메시지를 직접 읽은 대경상고의 한 교사는 “친일·독재 미화 의심을 받는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진으로 뽑힌 사람이 공개 메시지에 일본말로 끝나는 인사말을 적어놔서 기가 막히고 화가 났다”고 말하기도 했다.
10년차 교사인 김 교사는 이 학교에서 9년간 상업 교과를 가르치다가 올해 처음으로 1학년 4개 반의 ‘한국사’ 교과를 함께 맡았다. 이 학교 공식 홈페이지에도 김 교사가 담당 교과는 ‘상업’이라고 소개돼 있다.
김 교사는 교육대학원에서 역사교육을 전공하고 한국고대사 박사과정을 수료한 뒤 박사 논문을 준비 중이다.
한편 국사편찬위원회는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김 교사가 사퇴의사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김 교사는 “자신이 집필진으로 공개된 것은 괜찮지만, 자신으로 인해 교과서 편찬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매우 죄송한 마음”이라고 전해왔다. 이에 국사편찬위는 김 교사의 의견을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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