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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의 선택이 진짜 ‘도전’인 이유 세가지
엔터테인먼트| 2015-12-13 16:02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박병호(29·미네소타)가 미네소타와 계약한지 벌써 열흘이 지났지만 팬들의 목소리는 여전히 아쉬움에 가득하다. 국내 최고의 거포 박병호의 계약이 기대를 밑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병호의 계약엔 그의 행보가 ’진짜 도전‘인 이유가 담겨 있다. 거꾸로 말하면 박병호는세가지 ’보험‘을 포기했다. 풍족한 연봉은 물론 안정적인 출전기회, 마음 편하게 돌아올 자리 모두를 포기한 셈이다. 그의 눈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박병호의 계약 조건은 4년 총액 1200만 달러(약 140억원)다. 2016년과 2017년에는 연봉이 275만 달러 씩, 2018년과 2019년에는 300만 달러, 이후 미네소타가 5년째 구단 옵션을 행사하면 박병호는 2020년 650만 달러를 연봉으로 받는다. 반면 5년째 계약하지 않으면 구단은 바이아웃(계약포기 위약금) 금액으로 50만 달러를 지급해야 한다. 즉 최소 1200만 달러, 최대 1800만 달러짜리 계약이다. 
사진=미네소타 트윈스 공식 SNS

미국 세율을 적용하면 박병호의 실수령액은 연평균 16억원 정도다.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 뛰는 고수입 프로 선수들은 연방세(39.6%)와 주별로 다르게 매기는 소득세, 그리고 에이전트 수수료를 떼야 하기 때문이다. 즉 연방세에 미네소타주 주세 9.85%, 에이전트 수수료도 5% 가량을 뗀다. 박병호는 연봉이 300만 달러이지만 절반 이상인 54.45%를 공제, 약 141만 달러(16억원)를 받게 된다.

피츠버그 파이리츠에서 뛰는 강정호보다도 실수령액은 적다. 피츠버그가 있는 펜실베이니아 주세는 3.07%로, 연평균 275만 달러 계약의 강정호 수령액은 연 148만 달러(17억원)다.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가 뛰는 텍사스 주세는 0%. 추신수는 연방세와 에이전트피만 뺀 1033만 달러(120억원)를 손에 쥔다.

만약 박병호가 국내에 남았다면 어땠을까. 소득세법에 따라 선수의 월 급여에서 소득세 3%와 지방소득세 0.3%가 원천징수된다. 물론 이게 끝은 아니다. 연봉 1억5000만원이 넘는 선수는 ‘소득 1억5000만원에 해당하는 세금+1억5000만원 초과분의 38%’ 세율을 적용받는다. 그러나 프로선수들은 장비와 약값 등을 비용처리할 수 있다. 즉 수입의 35.7%까지는 기준경비율로 공제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박병호는 올해 국내 FA 대박을 터뜨린 박석민(NC)과 비교된다. 4년 최대 96억원, 연 최대 24억원에 계약한 박석민은 메이저리그에 비해 크게 낮은 국내 세율을 적용해 연간 17억원5000만원을 손에 쥐게 된다. 실수령액만 놓고 보면 박병호보다 많다. 현재 FA 계약 추세상 박병호가 국내 잔류한 뒤 2년 뒤 FA 자격을 얻었을 경우 최소한 4년간 110억원을 넘길 가능성이 높다. 박병호의 미네소타 계약이 팬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낼만하다.

박병호가 이른바 ‘헐값’에 계약하면서 손해보는 것은 돈 뿐만이 아니다. 낮은 연봉은 곧 적은 출전기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안정성을 담보로 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메이저리그에서 실력이 비슷한 선수들의 출전 보장 기회는 연봉에 비례하기 때문에 그만큼 협상에서 최대한의 연봉을 받아내야 했다. 하지만 ‘안정성’을 포기하고서라도 박병호는 ‘도전’을 택했다. 실력으로 입증하겠다는 의미다.

계약기간도 눈길을 끈다. 단기 계약이 아닌 ‘4+1년’은 돌아갈 가능성을 계산에서 제외했다는 뜻이다. 즉 짧은 기간 승부를 걸어 실패할 경우 한국으로 일찍 돌아갈 수 있는 여지를 원천봉쇄한 것이다. 적은 돈이라도, 안정성이 담보되지 않더라도, 멀리 보고 꿈을 이루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박병호는 지난 9일 밤, 전 소속구단 넥센에도 알리지 않고 조용히 귀국했다. 12월 말까지 가족과 오붓한 시간을 보낸 뒤 1월 전 소속팀 넥센의 애리조나 캠프에 합류해 빅리그 데뷔를 향한 본격 담금질에 돌입할 예정이다. 박병호의 메이저리그 도전은 세가지를 포기한 ‘진짜 도전’이기에 더욱 큰 관심과 기대가 쏠린다.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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