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 최고의 신경과학자로 불리는 수전 그린필드는 ‘마인드 체인지’(북라이프 펴냄)에서 실제 경험하지 않는 ‘화면생활’이 일상화되고 있는 디지털시대에 현대인의 뇌의 변화 가능성을 우려깊게 제시한다.
마인드 체인지/수전 그린필드 지음, 이한음 옮김/북라이프 펴냄 |
신경과학자답게 뇌의 구조와 작동방식을 자세하게 설명해나간 뒤 저자는 소셜미디어와 구글, 화면생활이 초래할 우리 뇌에 관한 충격적인 얘기들을 들려준다.
예를 들면 이렇다. 소셜네트워크나 인터넷 상에서 오가는 대화나 이슈는 감각적인 것들로 넘쳐난다. 보다 자극적인 것으로 눈길을 끌기 위한 것들이다. 감각적 쾌감과 흥분, 즉각적인 반응은 모두 우리 몸의 척추 꼭대기인 원시 중추에서 나오는 도파민과 관련돼 있다. 약물과 알코올, 시끄러운 음악, 속도감 넘치는 스포츠의 자극들은 다 여기와 관련이 있다. 숙고하고 판단하는 인지활동은 이 세계와 거리가 멀다. 그런데 동물과 인간을 구별하는 인지활동과 관련된 뇌는 이마앞옆 전전두옆이다. 이 부분이 인간은 전체 뇌의 33퍼센트, 침팬치는 17퍼센트다. 여기서 인간과 침팬치가 갈린다. ‘화면생활’의 뇌는 점점 생각하지 않는 뇌로 변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디지털기술이 인간의 뇌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저자가 보여주는 또 다른 그림은 소셜네트워크상의 정체성이다. SNS상에는 온갖시시콜콜한 얘기를 올리지만 서로의 경험으로 연결되지 않는 온갖 사진과 보여주기는 사실상 아무 의미도 없다는 것이다. 사진은 단순한 감각적 반응만을 끌어내고 흘러갈 뿐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많은 팔로워와 친구가 있지만 개인은 고독한 섬일 뿐이다.
구글이 바꿔놓고 있는 뇌의 지도도 저자는 보여준다. 젊은 세대와 나이 든 세대를 대상으로 구글에서 답 찾기 실험을 보면 실체가 보인다. 연구에 따르면, 어떤 질문을 받았을 때 젊은 세대가 나이든 세대보다 구글에서 더 짧은 시간 안에 답을 찾아냈다. 하지만 그들은 찾아낸 답이 옳은지 확신하지 못했다. 무턱대고 마우스를 눌러 구글에서 먼저 답을 찾으려하기 때문에 미묘한 차이나 불확실한 사항을 붙들고 고심하거나 정보를 평가할 능력이 부족해진 것이다.
‘마음변화’(‘마인드 체인지’)란 저자가 ‘기후변화’처럼 인류의 미래를 변화시킬 유례없는 복잡하고 다면적인 현상이란 걸 시사하기 위해 쓴 말이다. 저자는 35년전 녹색운동이란 말이 기이하게 들렸던 것처럼 21세기 디지털 기술이 만들어내는 마음변화를 과장된 기우가 아닌 진정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아의식의 상실’, ‘마음의 상실’ 등의 말이 먼 얘기처럼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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