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60억분의 1로 통했던 구(舊) ‘격투기 황제’ 예멜랴넨코 표도르(39ㆍ러시아)가 여전히 세계 중심무대인 UFC와 출전교섭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그는 UFC가 현재 제시하고 있는 계약조건대로는 응할 수 없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팬의 자필서명 요청에 글러브에 직접 사인해 주고 있는 표도르. UFC의 계약서에 이렇게 선뜻 사인하는 순간도 오긴 올까 |
표도르는 이달 29, 31일 양일 일본 사이타마 슈퍼아레나에서 열리는 신생 메이저대회 라이진(RIZIN) 대회 중 31일 대회의 메인이벤터로 나선다. 상대는 일본에서 활동중인 킥복싱 파이터 자이딥 싱흐(28ㆍ인도)다.
표도르는 이 대회 이후의 행선지와 커리어에 더 고심하고 있다. 결론은 ‘조건만 맞는다면 역시 UFC’다. 문제는 이 ‘조건’이 썩 맘에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표도르는 최근 러시아 스포츠지 참피오낫과 인터뷰에서 “UFC가 일방적으로 결정한 계약 조건은 가혹하고 억압적”이라며 “그런 노예계약 하에서는 뛸 준비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들(UFC)은 선수들에게 일본에서 나에게 하듯 더 많은 존경심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발언들로 볼 때, 표도르는 라이진과 단발 출전계약을 맺었거나 2개 경기 이하로만 계약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기왕 오랜 침묵을 깨고 은퇴를 번복하고 복귀하는 표도르로선 라이진은 디딤돌이자 연착륙 무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라이진으로서도 한때 최강이었다지만 이젠 인간계로 내려온 표도르를 맹신할 수만은 없는 게 사실이다. 한 경기 20억~30억 원에 달하는 출전료를 매번 지불하기에는 그의 흥행파워가 예전같지 않다는 불안감이 훨씬 더 크다.
결국 가장 많은 돈을 줄 수 있는 곳은 세계 최대 단체인 UFC다. 다만, UFC가 그를 100% 캐어하면서 챔피언 자리에 오르는 초고속 엘리베이터에 태워줄 리는 만무하다. 현재의 표도르는 ‘황금알을 낳아 줄 게 확실시 되는’ 새 페더급 챔프 코너 맥그리거는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이 돈 이외의 부분에서 황제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메뚜기도 제철이다. UFC는 다급할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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