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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문화경영대상 예술인-김은숙 작가] 어릴적 기억·태초의 주술…‘반구대’로의 여행
헤럴드경제| 2015-12-29 11:59

김은숙 작가는 영일만의 한적한 바닷가에서 태어나 자랐다. 고향 어촌의 한적하면서 아름다운 풍경은 김 작가에게 소중한 기억으로 각인되어 있다. 삶이 곧 ‘놀이’였던 시간, 인생이 힘든 고통으로 느껴지기 전의 시간에 한 소녀가 느꼈던 삶의 경이로움을 작업을 통해 다시 살려보고자 활동을 시작했던 김 작가는 울산 대곡리에 위치한 국보 제285호 반구대 암각화를 보게 됐다. 반반하고 매끈거리는 병풍 같은 바위 면에 고래, 개, 늑대, 호랑이, 사슴, 멧돼지, 곰, 토끼, 여우, 거북, 물고기, 사람 등의 형상과 고래잡이 모습, 배와 어부의 모습, 사냥하는 광경 등이 표현되어 있는 반구대 암각화는 즉시 김 작가를 사로잡았고 바위에 새겨진 수중동물과 육지동물들의 선(line)적 이미지에서 ‘어떻게 그릴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 영감을 얻게 됐다. 김 작가의 ‘반구대 이야기’ 연작은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과 태초에 인간 역사와 함께해왔던 주술적 표현의 흔적을 혼합해 화폭에 표현하는 것이다. 2006년 포항문화예술회관에서 첫 번째 개인전을 연 김 작가는 2회 2007년 서울 조선일보미술관, 3회 2007년 경주 위덕갤러리 초대전, 4회 2009년 안산예술의전당, 5회 2010년 서울 남산시립미술관, 6회 2011년 홍익대학교 내 현대미술관, 7회 2011년 대구 메트로갤러리, 8회 2013년 천안 미담갤러리 초대전, 9회 2014년 성남아트센터 등 거의 매년 개인전을 개최할 만큼 열정 넘치는 작가일 뿐 아니라 2006년 포항미협전을 시작으로 150여회의 그룹전에도 참여할 정도로 다작을 일궈내는 작가로도 유명세를 떨쳤다. 10여년 이상 많은 작품 활동을 해온 김은숙 작가는 2003년 경북미술대전 입선을 시작으로 2005년 대한민국 아카데미 미술대전 특선, 환경미술대전 특선, 2006년 대한민국 미술대전 입선, 2008년 신조형미술대전 특선, 2009년 신조형미술대전 특별상 수상 등 다양한 업적을 남겼다. 김 작가의 철학은 ‘작가는 작품으로 말하고 승부한다’는 것이다. 자연에서 얻은 심상을 표현해내는 김 작가의 작업은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해 탐구하는 과정이자 내밀한 고백이기 때문에 자신의 세계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작가로서의 생명을 지속해 나갈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끊임없이 재료에 대해 탐구하고 작품에 대한 열정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김 작가의 작품 세계가 꽃필 수 있었던 것이다. 김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맞는 재료는 결국 자신이 찾아야 한다. 세상에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재료가 있고 어떤 재료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화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세상의 모습이 달라지기 때문이다”라며 꾸준한 탐색을 이어가야 함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내가 갖고 있는 지식이 타인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 자체로 큰 보람이 된다”고 이야기하는 김은숙 작가는 과거와 현재, 미래가 만나는 지점으로서 미술이 향해야 할 방향에 대해 고민하며 힘찬 발걸음을 한 걸음씩 걸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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