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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댓글창은 이성혐오 전쟁터?…“성차별적 댓글 가장 많아”
뉴스종합| 2016-01-03 10:56
- 기사 내용 관계없이 이성 혐오 댓글 다는 경우 많아
- 댓글 100개 중 2개, 이성 비판ㆍ차별 담겨있어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저거(해외여행)도 한국 남자들한테는 꿈같은 이야기지. 아파트 전세 해오라는 여자 비위 맞춰주며 연애ㆍ결혼하려면 돈 많이 모아야 해서 일본 같은 해외여행은 못 가. 반대로 한국 여자들은 ‘호구’ 남자들이 알아서 데이트비용 다 내주고 결혼비용 집값 다 내주니까 해외여행 봇물 터지게 가도 되지”

최근 포털사이트 네이버 경제면의 한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해당 기사는 여신금융연구소가 이날 발표한 ‘11월 카드승인실적 분석’ 결과 지난달 해외여행 업종의 카드 승인금액이 지난해 11월과 비교했을 때 21.1% 증가했다는 내용이었다. 댓글 내용도 “이 나라를 떠나 잠시나마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맑은 공기를 마시지 않으면 버티기 힘들다”, “제주도와 필리핀 세부 4박5일 같은 수준으로 비교하면 답이 딱 나온다” 등 이와 관련된 내용이 주를 이었다.

[사진=게티이미지]

메르스 사태 이후 ‘여성혐오’에 대한 반대급부로 ‘남성혐오’가 등장하며 최근 네이버, 다음 등 대형 포털사이트 뉴스 사이트 댓글창은 그야말로 ‘이성혐오 전쟁터’가 됐다. 기사 내용과 관계없이 남녀간 데이트비용 비율이나 혼수 비용 문제 등을 거론하는 네티즌들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실제 연구 결과 댓글 100개 중 2개가 이성에 비판적이거나 차별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이수연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성권익안전ㆍ건강연구실장이 발표한 ‘온라인 성차별성 모니터링 및 모니터링 도구개발’을 살펴보면, 댓글 8만7003개 중 2264개의 댓글이 성차별적 내용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네이버, 네이트, 다음의 정치, 사회, 연예, 스포츠 4개영역 총 720개 뉴스기사를 모니터링한 결과다.

비율로 따져보면 네이트(4.4%)가 전체 1만5587개의 댓글 중 686건이 성차별적인 댓글로 가장 많았다. 네이버의 경우 3만7247건 중 2.2%인 819개가 성차별적 댓글이었고, 다음은 3만4169 중 2.2%인 759개가 성차별적 댓글이었다.

뉴스 영역별로 살펴보면 연예기사에서 가장 많은 성차별 댓글이 쏟아졌다. 모니터링한 댓글 1만8894개 중 6.3%인 1185개가 성차별적 의미를 담고 있었다.

성차별 유형은 25건 중 24건이 ‘여자의 적은 여자’, ‘여성은 외모 가꾸기ㆍ성형에 몰두한다’ 등 고정관념에 기반한 의견이나 주장이었다.

차별 대상으로 살펴보면 여성을 대상으로 한 표현이 75.9%로 압도적이었다. 남성을 대상으로 한 성차별적 표현은 15.4%로 5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상대의 인격을 손상하거나 열등하게 보는 비하나 비난 표현, 구체적 이유 없이 폭언을 가하는 혐오나 폭력 표현도 여성을 대상으로 한 것이 각각 73.0%, 66.0%로 남성을 대상으로 한 표현(각각 22.1%, 30.5%)보다 많았다.

이수연 연구원은 “현재 온라인에서 발견되는 비하와 혐오 표현의 수위가 사회의 건전성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하다”며, “성별에 근거한 비하, 혐오 발언은 온라인 이용 청소년들에게 성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형성해 성별갈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이 연구원은 “성별에 근거한 비하, 혐오적 발언에 대해 문제인식을 공유하고 지속적인 사회적 감시가 필요하다”면서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성차별적 표현에 대한 정기적 모니터링을 행하는 한편, 정부도 상대의 성별에 근거한 혐오발언을 금지하는 법 제정을 검토해봐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각 이번 연구 결과에서는 온라인 커뮤니티, 카페 내 성차별도 적잖은 것으로 나타났다. 모니터링한 624개의 게시글 중 11.3%인 71개가 성차별적 내용 포함했다. 게시글에 비해 댓글 혐오나 폭력 유형 비율은 2배 높은 경향을, 비난이나 비하 비율은 2배 낮은 경향을 보였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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