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천상 몽룡 김준수“창극계 시아준수요?”
라이프| 2016-01-04 11:01
국악대학 다닐때부터 몽룡역 단골
“저만의 몽룡 캐릭터 만들려고 노력”
초등학교 선생님 권유로 소리배워
명창 만나 본격 소리꾼의 길로
“새 마당놀이 요즘 젊은층 모습 담아
같이 웃고 즐기러 많이 오셨으면”


요즘 공연계는 ‘김준수’가 대세다.

뮤지컬에서 김준수(JYJ 시아준수ㆍ28)가 티켓파워를 과시하고 있다면, 창극계에서도 김준수(24)가 아이돌 가수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마당놀이 ‘춘향이 온다’에서 몽룡 역을 맡은 국립창극단원 김준수가 포스터 속 자신과 똑같은 포즈를 취했다. 한복이 아닌 평상복을 입은 그는 부끄럼 타는(?) 여느 20대 청년의 모습이었다. 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김준수 국립창극단원은 뛰어난 소리 실력은 물론, 출중한 외모까지 갖춘 창극계 유망주다. 국립창극단 입단 전부터 오디션을 통해 ‘배비장전’의 주연 배비장 역할을 꿰찼다.

2013년 입단하고 나서는 ‘서편제’의 어린 동호 역, ‘메디아’에서 메디아의 남편 이아손 역, ‘숙영낭자전’의 선군 역, ‘적벽가’의 제갈공명 역을 맡았다. 국립창극단이 올리는 대부분의 창극 공연에서 주연을 맡았다.

뭐니뭐니해도 김준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은 ‘춘향전’의 몽룡이다. 중앙대학교 국악대학 재학시절부터 남원 국립민속국악원 공연에서 몽룡 옷을 입었고, 국립창극단이 ‘세계거장 시리즈’ 일환으로 2014년 무대에 올렸던 안드레이 서반의 ‘다른 춘향’에서도 몽룡은 김준수였다.

김준수가 또 한번 몽룡으로 변신했다. 올 연말 국립극장 마당놀이 ‘춘향이 온다’에서다. 국립극장이 지난해 부활시킨 마당놀이 시리즈 두번째 레퍼토리가 춘향전이다.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안다는 것=“엄친아처럼 보이는 거 알죠?”

대뜸 물었다. 잘생긴 외모, 서글서글한 미소, 인사를 할 땐 두 손을 곱게 모으고 느린 속도로 허리를 깊게 굽혔다 펴는, 이 반듯한 20대 청년에게서 구김살 같은 건 찾아볼 수 없으니 말이다.

“아버지는 덤프트럭 운전사고 어머니는 농사를 지으셨어요. 넉넉치 못한 형편 때문에 부모님은 제가 소리하는 걸 좋아하시지 않았죠. 뒷바라지 하기 힘들 게 뻔하니까요. 월 20만원 내는 레슨비가 밀려서 위축감이 들 때도 많았어요.”

전라남도 강진 출신의 김준수는 이미 초등학교 4학년 때 소리꾼으로 진로를 정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닌 스스로 원해서다. 열살 짜리 소년이 자기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를 정확히 안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음악 수업시간 민요 몇 곡을 부른 게 담임 선생님 눈에 띄어 학교 대항전에 나갔고, 그 대회를 계기로 소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방과 후에 담임 선생님이 저를 조용히 따로 부르셨어요. 봉투를 주시면서 네가 하고 싶은 걸 하라셨죠. 나중에 성공하면 ‘TV는 사랑을 싣고’같은 프로그램에 나가 선생님을 찾아 달라시면서요. 봉투를 열어보니 30만원이 들어 있었어요. 소리북을 사라는 편지와 함께요. 선생님은 제가 잘 할거라는 확신을 갖고 계셨던거죠.”

이후 강진의 판소리 선생 백미경, 목포의 박방금(전라남도 무형문화제 제29-4호ㆍ수궁가 보유자) 명창을 만나 본격적으로 소리꾼의 길로 접어 들었다.

한때는 가난한 흥보 때문에 흥보가가 싫은 적이 있었을 정도였다고 했다. 그러나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소년에게 ‘가난’은 장애가 될 수 없었다. 부족한 레슨비는 어떻게 해서든 마련했다. 강진군 인재육성 장학금을 받고, 대학 재학시절에도 장학금으로 학비를 충당했다.

“소리를 하기 때문에 힘든건가 생각도 많이 했어요. 그런데 힘들었기 때문에 오히려 소리를 더 잘 표현하게 된 것 같아요. 제가 남자지만 슬픈 소리만큼은 누구보다 자신있죠.”

국립창극단 입단을 ‘취직’이라고 말하는 김준수는 요새 무척이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대학교 4학년 때 입단을 하니까 거짓말처럼 장학금이 다 끊기더라고요. 그래서 학자금을 받았는데 지금도 갚고 있어요.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고 제 힘으로 그걸 갚을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죠.”

▶“무대 위에서의 여유 배우고 싶어”=“창극계 시아준수요? 그냥 시골준수라고 불러주세요 하하”

김준수는 입단 직후부터 JYJ 김준수와 줄곧 비교돼 왔다. “감사한 일이지만 민망하다”며 강진 출신인 자신은 ‘시골준수’가 더 어울린다고 했다.

목포에 있는 전남예술고등학교로 진학해 고등학교 때부터 줄곧 자취생활을 해 온 그는 스스로를 “또래와 별반 다를 것 없다”고 말했지만 알고 보면 또래들과 많이 다르다. 소리하는 일 빼고는 또래들처럼 놀지도 않는다. 그 흔한 클럽도 신입생 때 딱 한번 가본 게 전부. 취미생활을 묻자 영화보기, 여행하기 같은 뻔한 대답을 내놓는다.

“학교 생활을 열심히 하기 보다 밖으로 나돌았어요. 항상 오디션 보고 공연하고 그랬죠. 엠티를 갔던 기억이 없어요. 대학교 동기들을 만나면 학교 다닐 때 제 얼굴 보기 힘들었다고 하더라고요. 학교를 제대로 안 다니니까 교수님들께 미움을 사기도 했었죠.”

몽룡 옷이 잘 어울리는 김준수에게도 몽룡은 여전히 어려운 역할이다. 특히 사극적인 것과 현대적인 것을 융합시킨 마당놀이 춘향에서 몽룡은 더욱 그렇다.

“학교 다닐 때 김성녀, 윤문식의 마당놀이를 처음 봤어요. 김성녀 선생님이 줄곧 몽룡 역할을 하셨는데, 여자면서도 남자처럼 호방한 모습이셨죠. 저는 저만의 몽룡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어요. 양반이지만 아직 십대 철부지인 몽룡이요.”

단면만 바라보는 창극과는 달리 사면이 관객으로 둘러싸인 마당놀이는 관객과의 소통이 중요하다. 그만큼 노련미가 요구된다.

“김성녀 선생님께 많이 지적을 받았어요. 왜 붙박이처럼 붙어있냐고요. 처음엔 동선을 어떻게 해야할지 갈팡질팡 했죠. 앞으로 남은 공연은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더 많이 눈도 마주치고 여유를 가져보려고요.”

마당놀이 ‘춘향이 온다’에 대한 홍보를 부탁하자 돌아온 모범생 같은 대답.

“국립극장의 새로운 마당놀이는 젊은 사람들도 공감할 수 있는 요즘 세대의 모습들이 많이 담겨 있어요. 같이 웃고 즐기러 많이들 오셨으면 좋겠어요.”

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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