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표면의 70%이상을 차지하는 바다. 지구상 최초의 생물이 탄생한 곳이요, 수많은 생명의 터전이다. 인간 역시 오랜 세월을 바다에 기대어 살아왔으며 바다는 우리에게 무수한 자원을 아낌없이 내어주었다. 그러나 쉼 없이 바다를 착취해 온 인간의 이기심에 바다가 몸살을 앓고 있다.
인류가 처음으로 물고기를 잡기 시작한 10만년 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물고기 사냥 기술의 진화는 오랜 세월 인간의 생존에 많은 기여를 해 왔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인간의 무분별한 남획 등으로 멸종 위기에 놓인 수산생물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지난 50년간 전 세계 수산물의 30%가량이 사라졌고 40년 후에는 해양생태계가 붕괴될 것이라는 유엔의 예측 보고서까지 나오고 있다. 본래 수산업은 인류에게 식량을 제공하는 데서 비롯됐다. 그리고 수산업은 세계 모든 국가에서 전통 식량산업으로 발전해 왔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삼면이 바다이고 국민의 수산물 선호도가 높은 나라에서 수산업은 매우 중요한 식량산업이다. 그동안 우리 수산업은 연근해 어업이나 원양어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발전하여 왔다.
그 결과, 40여종에 이르는 어구어법을 개발해 못 잡는 물고기가 없을 만큼 어업기술은 발달했고, 양식업도 세계적 수준으로 수산선진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어업기술 발달의 이면에 존재하는 문제도 있다. 어업인이 과다한 불법어구를 사용하고 바닷속에 버린 폐어구로 인한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폐어구는 생태계를 파괴하고 어장을 황폐화 시킨다. 육지로 따지면 자기가 농사짓는 논밭에다 온갖 쓰레기를 버리는 셈이다.
우리나라 연근해어업의 어구 사용량은 연간 16만t 정도이다. 그 중 약 4만4000t 정도가 고기잡이 중 잃어버리거나 버려지는 폐어구로 추정된다. 이런 폐어구 중 수거되는 폐어구는 매년 1만1000t으로 25%에 불과하고 나머지 3만3000t이 바다에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추세라면 2020년에는 37만t이 바닷속에 침적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방치된 폐어구에 물고기가 걸려 죽는 ‘유령어업(Ghost Fishing)’으로 인해 연간어획량의 10%에 해당하는 약 3787억원의 어업피해가 발생한다. 또한 폐어구는 선박운항에 지장을 초래하고 각종 해양안전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예방이 최선이다. 또기존 폐어구 수거사업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정부는 바닷속 폐어구 방치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지금까지 폐어구 수거 위주에서 앞으로는 폐어구 투기방지 정책으로 전환하고 어구의 생산부터 폐기까지 생애주기별 전과정을 통합관리 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할 계획이다.
불법 초과어구 사용을 억제하고 폐어구 투기를 예방하기 위해 새어구 사용량(In-put)과 폐어구 수거량(Out-put)을 함께 신고토록 할 계획이다. 어업인이 수거한 폐어구를 바다에서 직접 모으고 관리하는 선상집하장도 대폭 확충할 계획이다. 현재 선상집하장은 240개소이며 매년 7천여t 정도만 수용할 수 있는 시설로서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폐어구 수거량 신고제에 따라 오는 2018년까지 300여개 소로 확충할 계획이다.
또한 일정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녹아버리는 생분해성 어구 등에 친환경어구 인증제를 도입하고 다양한 친환경어구가 유망한 상품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술개발을 더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생분해성 어구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기술 개발에성공한 것으로 앞으로 수출상품으로도 유망하다.
그러나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바다가 삶의 터전인 어업인은 물론이고 국민 모구가 동참해야 한다. 전국민이 나서서 우리 바다에 숨을 불어넣을 수 있는 작은 실천과 노력을 함께 할 때 건강한 우리 바다를 후세에게 물려 줄 수 있게 된다. 폐어구는 우리에게 다시 돌아오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