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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코비치와의 115분, 얻은 것이 더 많았던 정현의 귀중한 1패
엔터테인먼트| 2016-01-19 08:36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한국 남자 테니스 희망 정현(20·삼성증권 후원)이 자신의 우상인 세계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와 생애 첫 대결서 완패했다. 패배로 끝난 조코비치와의 115분은, 그러나 그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천금같은 시간이었다.

세계랭킹 51위 정현은 18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첫날 남자단식 1회전에서 조코비치에게 0-3(3-6 2-6 4-6)으로 패해 2회전 진출에 실패했다.

상대는 지난해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3개나 따낸 현역 최강자. 그러나 정현은 이날 비록 한 세트도 따내지 못했지만 1세트 초반 랠리 횟수 25회 등 스트로크 대결에서 밀리지 않았고 1시간55분간 경기를 끌고 갔다. 힘에서만큼은 조코비치에 밀리지 않고 랠리를 펼치는 모습은 한국 선수가 메이저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기에 충부했다.

[사진=게티이미지]


기록상으로도 밀리지 않는다. 서브 최고 시속에서 정현은 199km로 조코비치(198km)를 앞서고 첫번째 서브 평균 시속도 182km(정현)와 185km(조코비치)로 큰 차이가 없었다. 서브에이스는 10-5로 크게 뒤졌지만, 첫 서브성공률은 66%-62%로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상대의 타이밍을 뺏는 절묘한 구질의 서비스에서 차이가 났다.

더 큰 차이는 집중력과 경기운영이었다. 긴 랠리에서 집중력을 잃지 않고 끝내 포인트를 갖고 오는 능력, 자신의 서비스게임을 지키는 능력 등이다. 이 모두 경험에서 나오는 차이다. 정현 역시 이날 집중력 등 정신적인 면에서 조코비치에 패했음을 시인했다.

정현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한 게임을 따내기도 너무 벅찼기 때문에 그저 매 포인트 최선을 다했다”면서 “좋은 경험이었고 새 시즌을 위해 훌륭한 테스트 기회였다”고 말했다.

이어 “조코비치는 쉬운 공을 절대 놓치지 않았다. 움직임은 빨랐고 공은 묵직했다. 모든 게 배울만 했다”면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됐다”고 전했다.

정현을 상대한 조코비치는 최정상급 경기력도 감탄을 자아냈지만 처음 그랜드슬램 본선에 오른 신예에 대한 수준높은 코멘트와 매너도 눈길을 끌었다.

조코비치는 경기 중 정현의 영리한 플레이가 포인트로 연결되거나 자신의 허를 찌르는 플레이를 펼칠 때마다 테니스 라켓을 이용해 박수를 치는 시늉을 했다. 승리 후에도 정현을 가리키며 관중의 박수를 유도하는 모습으로 대스타다운 여유를 보였다. 외신들은 조코비치가 경기 후 정현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보도하며 정현을 새삼 주목하기도 했다.

조코비치는 경기 후 “상대는 처음 만나는 선수였지만 라이징스타 중 한 명이다”며 “이제 겨우 열아홉살이다. 키도 크고 베이스라인에서 매우 견고한 플레이를 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조코비치는 “그는 분명 더 많은 경험이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정상급 선수가 될 만한 좋은 경기력을 가졌다”고 칭찬했다.

정현은 올시즌 목표에 대해 “세계랭킹 목표는 없다”면서 “4년에 1번 오는 올림픽이 있는 만큼 올림픽이 목표”라고 각오를 밝혔다.

조코비치와 115분간 귀중한 경험을 쌓은 정현이 올해 8월 리우올림픽이라는 또하나의 큰 무대를 딛고 더 큰 선수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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