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광화문광장]‘생태적 적자’를 메우는 한해 -윤세웅 세계자연기금 한국본부 대표
헤럴드경제| 2016-01-19 11:04
많은 사람들에게 1월은 다짐과 계획의 달이다. 기필코 살을 빼고 솔로탈출 하겠노라 다짐하고, 자격증을 따기 위해 학원에 등록한다. 보다 더 나은 지갑형편을 위해서 재테크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이 같은 개인적인 열망도 중요하지만 2016년에는 우리 모두의 생존과 행복이 달린 지구의 건강과 자연자본(Natural Capital)에 대한 투자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되었던 지난 해,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12월 뉴욕에서는 반바지와 샌들 차림으로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같은 달 워싱턴 DC의 날씨는 섭씨 20 ℃를 넘었고, 지구 반대편 우리나라는 이상 고온 현상에 극심한 가뭄을 겪었다. 올해 겨울도 이례적으로 따뜻하다. 이 같은 심각한 기후변화의 주요원인 중 하나는 바로 과도한 탄소배출을 포함한, 에너지와 자원의 무분별한 남용에 있다.

지구의 자연자원은 유한하다. 신용카드를 긁는 것처럼 생각 없이 쓰다 보면 한도를 넘게 되는데, 지구는 오직 하나 뿐이기에 외부로부터 대출도 불가능하다. 우리는 1990년에 이미 한도를 초과해서 지금은 지구 1.6개 분의 자원을 쓰고 있다. 우리가 공유하는 자연자본의 통장 잔고가 심각한 적자라는 뜻이다. 세계자연기금(WWF) 시장변화 상임 부사장 제이슨 클레이의 표현을 빌리자면, 우리는 농부로 치면 다음 봄에 밭에 뿌릴 씨앗을 먹고 있는 꼴이고, 은행가로 치면 이자가 아닌 원금으로 살아가고 있는 꼴이다. 이 상태가 계속되면 머지않아 파산과 더불어 공멸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자연자본의 적자와 그로 인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세계 정상들은 중요한 다짐과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9월 최종 발표된 2016-2030년 유엔 지속가능개발목표(SDGs)와 2020년 이후의 기후변화 대응 목표 등을 정한 12월의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파리협정이 그것이다. 이 둘은 전 세계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과 속도를 정한 주요 이정표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파리협정에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배출 전망치 대비 37% 수준으로 감축할 것을 공약했다.

정책적인 면에서 위와 같은 목표가 수립 됐다면 각 개인은 자연자본 적자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 수 있을까? WWF에서는 일상생활에서 간단히 실천할 수 있는 다음 5가지 방법들을 통해 하나뿐인 지구를 위한 ‘One Planet Life Style’ 실천을 제안한다. 첫째, 실내온도 낮추기. 겨울에 실내온도를 2도 낮추고 여름에는 2도 높이는 것만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둘째, 사용하지 않는 전등 끄기. 15분이상 거실이나 방을 비우게 될 경우 항상 불을 끄고, 사용하지 않는 전자제품의 코드는 뽑아놓는다. 셋째, 냉수로 세탁하기. 온수 대신 냉수를 사용해 세탁을 할 경우 최대 80%까지 전력을 아낄 수 있다. 넷째, 전자 청구서로 교체하기. 우편으로 받는 각종 청구서들을 이메일로 받는다. 다섯째, 지역 농산물 구매하기. 가까운 지역농산물을 구매하는 것도 탄소사용을 줄이는 좋은 방법이다. 자연의 재정 건강을 되찾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에 걸친 종합적인 계획과 실천이 필요하다. 국제적, 국가적, 지역적 차원의 정책뿐 아니라 기업의 경영방식, 개개인의 생활습관 등 모두의 노력이 절실하다. WWF는 올해도 변함없이 지구를 살리고 사람에게 지속가능한 미래를 마련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이며, 구체적으로는 국내 의사결정자들과 독자들을 위해 상반기에 한국의 자연자본 재정 건강 상태를 분석하는 ‘한국 생태발자국 보고서’를, 하반기에는 ‘지구생명보고서 2016’를 발간할 계획이다. 2016년 독자 여러분과 함께 우리의 유일한 삶의 터전인 지구의 건강을 위해 매일매일 노력하는 한 해를 만들어가기를 희망한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