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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올림픽 축구, 이라크와 무승부 ‘조1위 8강행’…신태용 “아직 더 보여줄 게 남았다”
엔터테인먼트| 2016-01-20 09:04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플랜B’의 공격은 똘똘했지만 수비는 여전히 엉성했다. 잘 싸우고도 마지막 집중력을 놓쳐 승리를 날린 게 ‘옥의 티’였다.

8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에 도전하는 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이 디펜딩챔피언 이라크와 비긴 뒤 조 1위로 8강에 진출했다. 3위까지 주어지는 올림픽 본선행 티켓에 한 발 더 다가섰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0일(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알 아라비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조별리그 C조 최종전에서 이라크와 1-1로 비겼다. 전반 22분 김현(제주)이 선제골을 넣었지만 후반 추가시간 암제드 후세인에게 동점골을 내주며 무승부를 기록했다.


1, 2차전에서 우즈베키스탄(2-1승)과 예멘(5-0승)을 꺾은 한국은 2승1무(승점 7·골득실+6)를 기록, 이라크(승점 7·골득실+3)를 골득실에서 앞서 조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오는 23일 오후 10시 30분 D조 2위와 4강 진출을 놓고 맞붙는다. 8강을 통과하면 카타르-북한전 승자와 4강전을 치른다.

신태용 감독은 일찌감치 8강행을 확정한 터라 주전급 선수들에게 휴식을 주고 플랜B를 가동했다.

교체로만 출전했던 장신 공격수 김현을 4-2-3-1 포메이션의 원톱 스트라이커로 세웠다. 2선 공격수로는 김승준(울산), 이영재(부산), 유인수(FC도쿄)가 나섰고 또 수비형 미드필더에는 이창민(제주)과 대표팀의 막내인 황기욱(연세대)이 배치됐다. 포백(4-back) 라인도 새롭게 바꿨다. 좌우 풀백에 구현준(부산)과 박동진(광주)이 나섰고, 정승현(울산)이 송주훈과 중앙 수비를 맡았다. 골키퍼는 김동준(성남)이 선발 출전했다.

전반 22분 선제골이 터졌다. 김현이 이창민(제주)의 왼쪽 코너킥을 190㎝의 장신을 이용한 헤딩으로 연결, 이라크의 골문을 흔들었다. 김현이 올림픽 대표팀에서 골 맛을 본 것은 지난해 3월 AFC U-23 챔피언십 예선에서 브루나이를 상대로 득점포를 가동한 지 무려 10개월여 만이다.

전반을 1-0으로 마친 한국은 후반 시작과 함께 이창민 대신 문창진(포항)을 투입하고, 후반 13분에는 이승준을 빼고 예멘전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한 권창훈(수원)을 내보내며 전술 변화를 꾀했다.

그러나 한국은 후반 막판 또다시 수비 집중력을 드러내며 아쉽게 동점골을 내줬다. 한국은 후반 추가시간인 47분 페널티지역 오른쪽을 돌파한 모한나드 압둘라힘에게 크로스를 허용했고, 수비진이 골대 정면으로 뛰어든 후세인을 막지 못하고 동점골을 내줘 승리를 놓쳤다.

신태용 감독은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더 골을 넣으려고 하지 않고 지키려고 해서 나온 실수였다. 경기 후 라커룸에서 선수들에게 반성하자고 말했다. 오늘 좋은 경험을 한 것이기 때문에 8강 토너먼트 이후에선 이런 장면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수확은 역시 지금까지 선발에서 제외됐던 선수들의 활약이다. 실전에 믿고 쓸 수 있는 스쿼드가 두꺼워졌다는 의미다. 특히 이날 선제골을 터뜨린 김현은 190cm의 큰 키를 이용한 공격과 함께 상대 골문에서의 활발한 움직임으로 매번 신태용 감독의 부름을 받았지만 믿음에 보답하지 못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총 22경기에 나서 단 1골만 뽑았을 뿐이다. 약속된 세트피스 전술도 합격점을 받았다.

신태용 감독은 “무승부가 아쉽지만 지금껏 경기를 나가지 않은 선수들이 나가서 전반전에 경기를 잘한 것은 기분이 좋다. 특히 김현의 움직임이 좋았다. 골을 넣어 자신감이 붙었을 것이다”며 “전반 세트피스도 좋았다. 전력 노출 우려가 있어 후반에 더 보여주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이제는 8강이다. 이제는 모든 것을 보여주고 이겨야하는 경기다”고 했다.

선발진 구성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다. 신 감독은 “우리가 조별예선에서는 모든 것을 보여주지 않았다. 8강부터 매경기가 결승전이라고 생각한다”며 “누가 토너먼트 선발로 나설지는 결정하지 않았다. 상대가 결정된 후 생각하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한편 이날 울리 슈틸리케 축구 대표팀 감독이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의 움직임을 주의 깊게 관찰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인상깊은 경기였다”며 “지금 올림픽 대표 선수들은 2018년 월드컵이 되면 축구선수로서 가장 실력을 발휘하게 된다. 좋은 선수들을 찾고 있다”고 했다.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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