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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20달러대...실제로는 더 싸다?
뉴스종합| 2016-01-24 08:30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올들어 불과 20여일 사이에 국제유가가 30%나 급락해 세계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저유가가 심화되고 장기화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국내경제에도 더욱 짙은 암운이 우려된다.

24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올들어 지난주까지 30% 가까이 급락, 명목상 유가는 30달러가 붕괴돼 200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그 동안의 물가상승을 감안한 실질유가는 1990년대 평균을 하회해 10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제금융센터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를 감안한 실질유가는 미 서부텍사스산 원유(WTI)가 배럴당 11.23달러(1월20일 기준)에 불과하며 두바이유는 9.70달러로 10달러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밝혔다. 북해산 브렌트유도 11.31달러에 불과한 상태다.

이는 1990년대 평균 13.35달러를 밑도는 것으로, 지난해 12월 이후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합의 실패→미 금리인상→사우디와 이란의 대립 심화→서방의 대(對)이란 제재해제→중국 경기불안 및 위안화 절하 등 하방압력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국제시장에서는 올 상반기에는 유가약세 국면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주요 투자은행(IB)들이 유가 전망을 연일 하향조정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국제유가가 일시적으로 배럴당 최저 10달러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코메르츠방크, UBS, 모건스탠리 등 대부분의 IB들은 이란의 원유시장 복귀와 더불어 중국의 성장둔화, 위안화 약세 등이 핵심적인 하방압력이라며 유가가 10년만의 최저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아직 바닥에 도달하지 않았고, 추가하락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모건스탠리는 정정이 안정되면 이란에 이어 리비아의 원유수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점도 부담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요 IB들은 최근 3개월 사이에 올 1분기 유가 전망치를 평균 8달러로 하향조정했으며, 유가 저점에 대해서는 20달러로 내다보는 IB들이 많았다. 씨티와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이 20달러를, 크레딧스위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25달러를 제시했다.

스탠더드차터드는 10달러를 저점으로 제시하고, 다만 이 가격이 오래 지속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최근 원유(WTI 기준)가 배럴당 28~29달러에서 거래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유가가 몇 차례 더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이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WEF)에서는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로이터와 블룸버그에 따르면 WEF에서 정책당국, 석유회사와 금융권의 경영진 모두 유가가 매우 장기간에 걸쳐 하락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과거와 달리 최근 1~2년 사이에 심화하고 있는 유가하락으로 디플레이션과 에너지 기업의 연쇄 부도 등이 이어지면서 세계경제의 불안 요소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원유수입국에도 낮은 유가가 기업의 비용축소와 투자확대로 이어지지 않고 있으며, 가계도 소비확대보다는 부채상환에 주력해 저유가의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전세계적으로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저유가 장기화에 따른 석유회사의 대규모 평가손실 발생과 에너지 관련 기업의 파산 등 연쇄적인 악영향 가능성이 제기됐다. 세계와 한국경제가 당분간 저유가의 재앙에서 벗어나길 힘들 것으로 보인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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