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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플랜트 사업 인력감축‘발등의 불’
뉴스종합| 2016-01-26 11:00
한때 미래먹거리 각광 수주경쟁
유가 곤두박질 골칫거리로 전락


한때 국내 조선 ‘빅3’(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업체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던 ‘해양플랜트’사업이 업계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남은 수주물량 때문에 한동안 큰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데다, 수주잔량을 해소해도 호황에 대거 고용한 인력이 또 다른 골칫거리로 남기 때문이다.

2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재 빅3 업체의 해양플랜트 수주잔량은 대우조선해양이 20기, 현대중공업이 22기, 삼성중공업은 24기로 총 66기가 건조 중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이 중 9기의 생산을 올해 중으로 마무리할 예정이며 2019년까지 대부분이 인도된다. 현대중공업은 22기 중 10여 기의 공사를 올해 중으로 마무리하며 역시 2019년까지 완료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24기 중 올해 4기가 올해 인도예정이며, 나머지는 2023년까지 공사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전체 물량의 3분의 1 가량이 올해 중으로 마무리되며 지난 해 수주된 삼성중공업의 FLNG 3기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2019년에 공사를 완료한다. 


국내 조선업체는 한때 해양플랜트를 ‘미래먹거리’로 보고 수주경쟁을 벌였다. 고유가로 인해 해양플랜트가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럴 당 100달러까지 치솟았던 유가가 30달러 이하로 곤두박질 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오일메이저의 해양플랜트 발주가 끊기고, 이미 건조 중인 해양플랜트의 인도를 취소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그 결과 조선 빅3는 지난 해 10조 원에 가까운 사상 최악의 적자를 경험했지만, 현재 건조 중인 물량 때문에 업계 불황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각 업체는 모두 흑자전환을 올해 목표로 정하고 남은 수주잔량을 해소하는 데 절치부심하고 있다.

호황일 때 우후죽순 고용한 노동력도 큰 문제다. 해양플랜트는 선박보다 많은 인력이 필요한데 한 사업 당 많게는 2000명 가량이 투입되기도 한다. 특히 국내업체의 경우 발주처의 주문에 따라 ‘맞춤형 설계’를 해준 탓에 주문량이 많았고, 납기를 맞추기 위해 협력업체를 통해 웃돈까지 줘가며 노동자를 대거 고용했다. 거제시청에 따르면 거제시에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사내협력사 직원은 2012년 4만7115명이었지만 지난 해 6월 5만1473명으로 4000여 명이 늘어났다.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역시 현재 사내하청직원이 5만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했다. 총 10만여 명이 조선빅3의 사내하청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사외하청까지 포함하면 숫자는 훨씬 늘어난다. 


이 인력은 공사 완료 시점이 다가올수록 일자리를 담보할 수 없다. 신규 해양플랜트 수주가 없어 업체가 협력사와의 계약을 종료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울산의 해양2공장 작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현대중공업 역시 공장가동 중단과 함께 협력업체와도 계약을 종료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각 업체는 저유가로 수주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하청직원들은 “원청회사가 직접고용해 일자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불황으로 한시적으로 계약한 협력업체의 직원까지 떠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신종계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현재로서는 대안은 없지만 해양플랜트가 우리가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인 건 확실하며, 현재는 극복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조선업이 유가나 경기와 연동되는 산업인만큼 기술을 개발하고 공통기자재를 표준화하는 등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면서 유가 회복을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지혜 기자/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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