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병원 뿐만은 아닙니다. 어린이집이나 학교 앞에서 아이를 데려다 주고 아이를 기다리는 어르신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맞벌이가정이 늘어나면서 조부모가 아이를 돌보는 ‘황혼 육아’도 일상이 됐습니다. 자식에 이어 자식의 자식까지 키워야 하는 상황이 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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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정책연구소가 지난해 발표한 ‘조부모 영유아 손자녀 양육 실태와 지원 방안 연구’에 따르면 손자녀를 양육하는 조부모 가운데 외할머니가 56.8%, 친할머니가 38.8%로 대부분이 ‘엄마들’입니다. 엄마들은 자식을 다 키워서 결혼 시키고 이제 한숨 돌리나 싶었는데 다시 아이를 키워야 하는 ‘평생 육아’의 굴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손주의 재롱을 보는 게 기쁘고 삶에 활력이 될 수도 있지만 젊은 사람도 쉽지 않은 육아를 나이 들어서 하기란 무척 힘든 일입니다. 부모의 공을 다 몰라주는 철없는 자식에게 서운할 때도 있고요.
아이를 친정 엄마나 시어머니에게 맡기고 일하러 나가는 엄마들의 마음 또한 편치는 않습니다. 항상 죄송하고 불편한 마음입니다. 퇴근이 늦어지면 안 된다는 압박감에 일과 중에 쉴새 없이 일을 하기도 합니다. 조부모에게 양육을 맡긴 부모 중 엄마는 정시 퇴근이 73.4%, 아빠는 38.6%로 나타났습니다.
할머니에게 아이를 맡기는 가정의 90.2%는 맞벌이가정이었습니다. 아이의 연령은 생후 13~24개월이 26.8%로 가장 많았고 생후 12개월 이하가 20.4%로 뒤를 이었습니다. 양육 기간은 12~24개월이 24.8%, 7~12개월이 20.0%였습니다.
아이를 할머니에게 맡기는 이유로는 ‘남에게 맡기는 것이 불안해서’가 32.2%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직장생활(또는 학업)을 계속하고 싶어서’가 31.6%였습니다.
이를 종합해보면, 맞벌이가정에서 엄마가 육아휴직이 끝난 후 직장에 복귀하려면 아이를 맡겨야 하는데 남에게 맡기기는 불안해서 할머니에게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인 셈입니다.
엄마들의 ‘평생 육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믿고 맡길 수 있는 기관이나 도우미가 확충돼야 합니다. 상대적으로 신뢰도가 높은 국공립 어린이집이나 정부 도우미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또 공무원뿐 아니라 민간 기업의 육아휴직도 3년으로 확대해준다면 큰 도움이 될 겁니다.
현 상황을 바꾸기 어렵다면 조부모를 위한 지원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육아정책연구소는 “맞벌이가정의 일-가정 양립을 위해 조부모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조부모의 손자녀 양육 수당 등 정책적인 지원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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